옛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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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중과 상연’, 안아주고픈 나쁜 년, 박지현이 보여준 삶의 비의옛글들/이주의 드라마 2025. 9. 18. 21:22
15부작의 긴 호흡에도 필요했던 이 특별한 워맨스(‘은중과 상연’)“아줌마. 자 나쁜 년인데 한 번만 안아주세요.” 은중(김고은)의 엄마를 갑자기 찾아온 상연(박지현)은 뜬금없이 그렇게 말한다. 그러자 은중의 엄마는 아무 것도 묻지 않고 상연을 안아준다. 은중의 엄마는 상연이 스스로를 ‘나쁜 년’이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자신의 딸 은중 때문이라는 걸 이해했을 게다. 하지만 스스로 나쁜 년이라고 하는 데는 또한 은중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도 있다는 걸 알고 있고, 또 그러면서 안아달라는 건 자신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고 쓸쓸한가를 드러낸 거라는 걸 알았을 게다. 그래서 은중의 엄마는 말없이 상연을 안아줬고, 상연이 그렇게 떠나려 하자 “또 와”라고 말했을 터였다. 넷플릭스 새 드라마 에서 이 장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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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의 알 수 없는 속내, 모성애일까 살인 본색일까옛글들/이주의 드라마 2025. 9. 12. 08:16
‘사마귀’, 표정 하나로 스릴러를 끌고 가는 고현정의 저력고현정이 돌아왔다. 그것도 살인자의 섬뜩한 얼굴로. SBS 금토드라마 가 그 작품이다. 물론 최근 들어 고현정이 맡은 역할들은 ‘평범’이나 ‘사랑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반대로 그간 해왔던 이미지를 깨려 안간힘을 쓰는 게 느껴지는 역할들이다. 의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살인사건으로 수감 된 죄수 김모미 역할을 연기했던 고현정을 떠올려 보라. 이번 의 정이신이라는 희대의 살인마 역할과의 연결고리가 느껴진다. 물론 정이신이라는 인물은 훨씬 더 복합적이다. 교미 후 수컷을 뜯어먹는 암컷 사마귀의 생태를 제목으로 삼은 것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톱으로 목을 썰어 죽일 정도로 잔혹한 연쇄살인마지만 정이신은 그렇다고 아무나 죽이는 그런 인물처럼 보이진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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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플라이’, 어째서 악역 김지훈이 이토록 도드라져 보일까옛글들/이주의 드라마 2025. 9. 8. 16:07
‘버터플라이’, 한국 로케이션 매력 돋보였지만, 디테일한 고증 아쉽다“미국 말투 없애려고 애 많이 썼구만. 이제 한두 마디는 제법 그럴 듯 하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시리즈 에서 은주(김태희)의 엄마(이일화)는 데이비드 정(대니얼 대 킴)이 하는 어색한 한국말에 그렇게 말한다. 그 장면은 캐디스 조직에 쫓기던 데이비드 정과 은주 그리고 그들의 딸 민희(김나윤)와 레베카(레이나 하디스티)가 은주의 아버지 김두태(성동일)의 집을 찾아와 그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는 장면이다. 그 대사처럼 데이비드 정은 에서 어색한 한국말을 종종 섞어 영어와 함께 쓴다. 실제로 한국계 미국인이라 한국말이 어색한 건 당연하다. 그리고 작중 인물인 데이비드 정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이 어색함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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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민도 예사롭지 않다, ‘폭군’으로 문짝남 신드롬 만드나옛글들/이주의 드라마 2025. 9. 2. 10:14
‘폭군의 셰프’, 이채민이라는 참신한 배우가 내는 이 퓨전사극의 맛또 한 명의 ‘문짝남’ 신드롬의 주인공이 등장한 걸까. 로 변우석이 문짝남 신드롬을 일으킨 것처럼, tvN 토일드라마 의 이채민에 대한 반응도 예사롭지 않다. 무려 190cm인 ‘문짝’ 그 자체인 훤칠한 키에 작품 속 이헌(이채민)이라는 폭군 캐릭터에 걸맞게 때론 포악한 면을 드러내지만 그러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아려한 연민 또한 느끼게 만드는 모습을 이 배우는 제대로 입었다. 장태유 감독 특유의 연출력이 돋보여서일까. 이헌이라는 미워할 수 없는 폭군 캐릭터를 입은 이채민의 얼굴에서는 여러 다양한 면모들이 포착된다. 눈에 힘을 주고 특유의 지엄한 목소리로 화를 낼 때는 폭군다운 열기가 느껴지지만, 때때로 드러내는 장난기가 가득한 어린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