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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밴드', 천재 참가자들만으로도 이미 협연이 기대되는 건

 

아마도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이 지겹고 식상하다 여길 것이다. 그래서 이미 <슈퍼스타K>나 <K팝스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더 이상 새로운 시즌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물론 <프로듀스101>이나 <쇼미더머니> 같은 Mnet형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그것도 이제는 어느 정도 그 구성과 흐름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정형화된 면이 있다는 걸 부정할 순 없다.

 

사실 이런 시기에 시청자들에게 ‘귀호강 오디션’의 새로운 세계를 연 것이 JTBC <팬텀싱어>다. 시즌2까지 나온 <팬텀싱어>는 지금껏 대중적인 조명을 받지 못했으나, 음악적으로는 그 깊이를 따라가기 어려운 성악, 뮤지컬 같은 장르들을 소개하고 이들이 중창단을 꾸려 이른바 ‘크로스오버’ 무대를 만들어내는 그 마법 같은 과정을 보여줬다. 상대적으로 대중적 조명을 받지 못했던 이들은, 이 오디션 무대에 올라 자신의 기량을 맘껏 보여주면서도, 프로그램의 정체성인 ‘하모니’에 집중함으로써 경쟁의 자극보다는 조화의 감동을 선사했다.

 

새롭게 금요일 밤에 포진한 JTBC <슈퍼밴드>는 그 <팬텀싱어>의 밴드 버전 같은 느낌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일단 제작진이 <팬텀싱어>를 만든 이들이고, 심사위원으로 앉은 윤종신이나 윤상은 <팬텀싱어>에서 성악에서부터 재즈, 팝, 뮤지컬까지 두루두루 갖춘 식견으로 이들을 어떻게 조합해내 더 아름다운 크로스오버 중창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했던 이들이다. 물론 밴드 오디션에 맞춰 넬의 김종완이나 린킨파크를 프로듀싱한 조한이 참여했지만.

 

구성도 비슷하다. 여타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개인전의 성격을 띠고 있어 일단 살아남아야 하는 ‘서바이벌’에 맞춰져 있는 반면, <팬텀싱어>나 <슈퍼밴드>는 모두 중창단과 밴드를 만드는 이른바 ‘단체전’의 성격을 띠고 있어 ‘팀 구성’에 더 맞춰져 있다. 그래서 이들은 놀라운 연주자가 등장해 퍼포먼스를 보이면 자신이 떨어질까봐 긴장하기 보다는 그 인물과 함께 음악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가지며 바라보게 된다. 이 점은 <슈퍼밴드>가 가진 여타의 오디션들과의 확연한 차별성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출연자들이다. 실력의 편차가 너무 많이 나거나 하게 되면 ‘팀 구성’은 우호적 분위기에서 자칫 ‘배제’의 분위기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우려는 애초에 가질 필요가 없을 듯하다. 그간 이런 다양한 장르의 악기 연주자들과 보컬들을 위한 오디션이 없어서인지 <슈퍼밴드>에는 놀라운 기량과 실력을 가진 이들로 꽉꽉 채워져 있다.

 

첫 회에 기타 천재로 소개된 이강호와 김영소의 무대는 <슈퍼밴드>의 참가자들의 기량이 얼마나 놀라운가를 잘 보여줬다. 핑거스타일로 마치 마이클 헤지스의 기타 연주를 듣는 듯한 테크닉을 보여준 이강호가 그렇고, 훨씬 감성적인 기타 연주로 모두를 귀 기울이게 만든 김영소가 그렇다. 김영소는 연주 중간에 카포를 바꿔 전조하며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줘 윤상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들의 연주가 자작곡이라는 건 이들의 수준이 이미 스스로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아티스트의 위치에 올라있다는 걸 말해주었다.

 

두드리는 것이라면 뭐든 연주해낼 것 같은 타악의 맛을 제대로 보여준 정솔의 무대나, 영화 <인터스텔라> OST 연주에 노래 실력까지 들려줘 모두를 집중시킨 독일에서 온 천재 피아니스트 이나우, 애드 시런의 ‘Shape of you’를 바이올린 연주로 편곡한 곡을 들려주고 랩실력까지 보여줘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한 벤지, 컴퓨터로 음원을 채집하고 믹싱해 심지어 조이스틱으로도 게임하듯 음악을 들려준 방구석 아티스트 디폴, 10대지만 놀라운 기량의 속주를 보여준 또 한 명의 천재 기타리스트 임형빈.... 한 명 한 명 다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슈퍼밴드>에는 천재들이 넘쳐난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이 흥미로운 건 다양한 악기들이 주는 매력을 천재 아티스트들을 통해 드러내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유튜브에서 이미 완소 드러머로 이름난 강경윤을 통해 알게 되는 드럼의 맛이나, 백반증을 갖고 있어 눈썹까지 하얀 이종훈이 보여준 이보다 멋일 수 없는 베이스의 맛이 그렇다. 여기에 독특한 색깔을 가진 레트로 소울킹 김지범이나 자연을 느끼게 만드는 노래와 음색의 홍이삭, 목소리만으로도 빠져들게 만드는 기프트 같은 보컬들이 어우러지니 앞으로 이들이 꾸려낼 상상불가의 연주와 노래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 등을 통해 밴드에 대한 관심도 꽤 높아져 있는 상황에 <슈퍼밴드> 같은 음악 프로그램은 반갑고 그 기대 또한 높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제 더 이상 나올 게 없다는 편견을 과감히 깨버릴 수 있었던 건 첫째, 악기 연주 같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둘째, 이들의 경쟁이 아니라 조화를 보여줌으로써 오디션의 피로감을 힐링으로 바꿔주며 셋째, 어떤 무대가 나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만듦으로써 기대감을 높여주었기 때문이다. 보는 내내 지친 귀가 정화되는 느낌을 주는 <슈퍼밴드>로 금요일 밤이 기다려진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힘겨워도 마주해야할 진실, 그것이 ‘자백’의 메시지

 

도대체 최도현(이준호) 변호사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감당해야하는 무게는 얼마나 무거운 것일까. tvN 토일드라마 <자백>에서 최도현은 이제 자신에게 심장을 준 노선후 검사의 살인자로 추정되는 조기탁(윤경호)을 변호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거대한 국방비리의 진실에 한 걸음 다가가기 위해서는 그가 가진 정보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최도현은 그 정보를 받는 조건으로 조기탁의 변호를 수락하게 된다.

 

하지만 최도현은 심장을 기부한 이가 바로 노선후 검사이고 그 모친이 바로 진여사(남기애)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 진여사가 최도현의 사무실에 보조를 자청해 온 데는 그런 이유가 있었다. 당시 심장외과 전문의였던 진여사가 뇌사상태에 빠진 아들의 심장을 최도현에게 이식수술 해줬고 오래도록 아들의 죽음 때문에 힘겨워 했었다는 사실은 진여사가 최도현을 찾아온 이유가 될 것이었다. 그는 마치 아들처럼 최도현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 또한 이 사실은 최도현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꿈을 계속 꾸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 역시 노선후의 심장을 가진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혹한 운명은 최도현이 그 심장의 주인을 살해한 조기탁을 변호하게 되는 것이었다. 이 조건으로 조기탁으로부터 받은 노선후의 사진기 메모리칩에는 이 국방비리 사건에 연루된 이들이 들어 있었다. 그 사진을 기춘호(유재명) 형사에게 보여주며 조기탁으로부터 받았다고 하자 그는 단박에 이 상황을 알아차린다. 진실을 밝히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지만 그건 진여사에게 못할 짓이라는 것.

 

최도현이 진여사에게 이 사실을 밝히며 조기탁 변호를 허락해달라고 묻는 자리에서 진여사는 고통을 느끼면서도 최도현의 진심을 이해한다. 이 사건의 진실과 많은 희생자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려 한다는 것을.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돼도 가슴으로 그것을 이해하기는 어려웠을 게다. 그는 최도현에게 의사가 살인범이라고 해도 치료를 해야 하는 것처럼 변호사도 변호사로서의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노선후의 엄마로서 가슴 아픈 자신의 상황을 담은 질문을 던진다. “변호사님의 심장은 뭐라 하던가요?... 그 심장은 자신을 죽인 사람을 변호할 수 있다 하던가요?”

 

<자백>이 담고 있는 진실에 대한 갈증은 이처럼 급이 다르다. 그 진실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져야 할 무게가 너무나 무겁다. 진실을 위해 심장을 준 자의 살인범을 변호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진실이 덮여지면서 희생당한 이들이 너무나 많다. 국방비리와 연루되어 죽음을 맞은 차승후 중령, 그 진실이 덮여지면서 사형수가 된 최도현의 아버지, 그 비리를 캐다 죽음을 맞이한 하유리(신현빈)의 아버지와 진여사의 아들. 아마도 사건 현장의 무언가를 알고 있어 길거리에서 살해당한 여성들까지... 진실을 마주했던 이들은 모두 처참한 결과를 맞이했다.

 

<자백>은 복잡하게 얽힌 사건들 속에서 좀체 쉽게 그 사건의 진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미치도록 궁금해 하는 최도현과 기춘호 그리고 하유리와 진여사의 진실에 대한 갈증은 그래서 갈수록 커져간다. 아마도 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 역시 이들과 점점 똑같은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어떤 것이 진실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이 드라마가 가진 동력이지만, 어쩌면 바로 이 진실을 마주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과 노력이 필요한가를 절감하는 그 과정 자체가 이 드라마가 말하려는 메시지인지도 모르겠다.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어 차라리 포기하고픈 그 진상 규명이 어떻게 해야 비로소 밝혀지고, 또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를 이 드라마는 보여주고 있으니.(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스페인하숙’, 유해진의 유머는 일터를 즐겁게 만든다

 

차승원과 배정남이 장을 보러 나간 사이, 유해진은 이케요 작업실(?)에 들러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한다. 지난 주 방영됐던 tvN <스페인 하숙>에서, 알베르게를 찾은 손님 하나가 입구를 찾지 못해 지나쳤던 걸 떠올리고는, 화살표로 입구 안내 표지판을 만들기 시작한 것. 합판에 줄을 그어놓고 보조가 되어버린 박현용 PD와 함께 하는 작업. 줄과 달리 잘라놓은 합판을 두고 “왜 그랬냐고? 내 맘이야”라더니 갑자기 <맘마미아>를 부르며 말장난을 시작한다. 

 

잘 잘라놓은 화살표 표지판에 노랑색으로 페인트칠을 하고는 드라이기로 말려달라는 유해진에게 박 PD는 갑자기 “쿨로 할까요?”하고 물어 웃게 만든다. 박 PD가 표지판을 말리는 사이 나무를 잘라 지지대를 만드는 유해진. 표지판 말리는 일에 이케요 신입사원(?) 이란주 작가가 투입된다. 표지판을 말리는 사이 시트 치우러 갔다가 오는 길, 드라이기 소리가 들리지 않자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사장이 그가 없는 사이 초콜릿을 먹는 박 PD를 발견한다. 사장 눈치 보며 초콜릿 먹다 딱 걸린 박 PD가 갑자기 일어나 견과류 드실래요 하고 묻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이게 뭐라고 어느새 이란주 작가까지 투입되어 드라이기로 표지판을 말리고, 그 사이 사장이 선심 쓰듯 “배고프지”하며 견과류를 한줌씩 나눠주는 그 의도적인 훈훈함에 웃음이 피어난다. 어느새 이 이상하게 유쾌한 사장의 상황극에 빠져든 박 PD는 “(이 회사) 복지가 좋네요”라며 기분 좋게 웃어 보인다. “우리 이케요는 일단 제품이 좋으려면 직원들의 복지가 좋아야 된다”며 너스레를 떠나는 유해진은 이제 아예 상황극 속에 푹 빠져 이케요 사장 목소리를 낸다. “대량생산을 못하니까 어려움이 있어요. 그래도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긍지를 가지고...” 그 말에 유해진도 PD도 깔깔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저 옆에 서 있다가 “조수가 없다”는 유해진의 말과 함께 바로 채용(?)된 박 PD. 때론 힘들기도 하고 실수도 했지만 유해진 특유의 유머에 푹 빠져든 박 PD는 그와 함께 하는 것 자체가 즐거운 얼굴이었다. 이케요에 오면 “이런 일도 해야 한다”며 침대시트를 정리하던 유해진이 은근히 ‘박과장’이라고 부르며 직책까지 주자, 박과장은 이란주 작가를 인턴이라고 소개한다. 이제 유해진과 박과장은 얼굴만 봐도 웃음을 터트린다. 유해진은 문제의 견과류를 주며 “이렇게 주는 회사 있어? 견과류. 이렇게 주는 회사 없어. 그리고 일은 다 사장이 하고.”라고 말해 박과장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유머는 전염되는 지 유해진이 만든 분위기에 직원들의 유머도 점점 업그레이드된다. 문득 생각난 듯 유해진이 박과장에게 “하고 많은 DIY 회사 중 우리 회사를 지원하게 됐냐?”고 슬슬 상황극에 시동을 걸자 박과장의 말 한 마디가 유해진을 쓰러지게 만든다. “견과류 준다고 해서.” 문득 그 유쾌한 일터를 보던 인턴이 “(창고에서 일하던) 구글 초창기 같다”고 말하자 유해진의 말장난 개그가 또 발동한다. “우리는 ‘찌개를’이야. 국이 아니라.” 그 말에 박과장과 인턴이 쓰러진다.

 

물론 이건 <스페인 하숙>에서 유해진이 만든 일종의 상황극이지만, 적어도 이런 분위기라면 일할 맛 날 것 같은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일터가 진짜 힘든 건 대부분 일 그 자체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주는 스트레스가 더 크지 않던가. 물론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만나서 유쾌할 수 있는 그런 일터의 분위기라면 능률도 높아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스페인 하숙>을 보면 유해진이 얼마나 부지런한 사람인가를 알 수 있다. 새벽부터 일어나 산책을 하고 아침부터 알베르게 구석구석 청소를 시작한다. 그리고 틈만 나면 무언가 손님이 불편한 건 없나 확인하고 그걸 개선하려 노력한다. 그런데 특이한 건 그가 하는 일이 꽤 즐겁게 보인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그와 함께 일하는 이들도 즐겁기 그지없다. 물론 실제 현실에서 이런 일터를 찾는 건 어렵겠지만, 유해진의 유쾌함은 적어도 사장의 즐거운 유머 하나가 일터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걸 말해주는 게 아닐까.(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나 혼자 산다’ 이시언 팬미팅 웃음에 감동까지

 

모든 게 어설펐다. 하지만 그 어설픔은 이시언 특유의 인간미와, 그런 면을 좋아하는 팬분들로 채워지고도 남았다. 그래서 어설픔이 주는 빵빵 터지는 폭소는 그 자체로 감동일 수밖에 없었다. 어설픈데다 실수까지 만발해도 웃어주는 팬들과 벅찬 감정을 느끼며 최선을 다하는 이시언에게서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생애 처음이자 일본에서의 첫 팬미팅을 가진 이시언은 시작 전부터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하는 팬미팅인 데다가, 일본에서 하는 지라 언어의 벽이 높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팬미팅에 빼놓을 수 없는 노래는 그의 취약점이었다. 음치인지라 나서서 노래를 한 적이 별로 없는 이시언은 그래서 이홍기를 찾아가 팬미팅 노하우를 듣고 노래 레슨(?)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진짜 닥친 팬미팅에서 이시언은 준비해간 제스처를 하지 못할 정도로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이홍기에게 배운 일본말 인사를 그저 틀리지 않게 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으니, 애교 제스처까지 한다는 건 무리일 수밖에 없었다. 팬들 앞에 나서 인사를 하고 하나하나 프로그램을 해나가는 모습에서 진땀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시언 특유의 센스와 인간미는 그 진땀 속에서 오히려 드러나는 듯 했다. 팬미팅의 백미가 됐던 칵테일을 직접 이시언이 만들어 팬들에게 전하는 과정은 실수 연발로 빵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했다. 애초 준비했던 재료들과 다르거나 재료가 없거나 혹은 불을 사용할 수 없는 건물 방침 때문에 엉망이 되어버린 칵테일을 그래도 얼기설기 만들어내는 이시언의 모습은 팬분들은 물론이고 이를 지켜보는 스튜디오의 출연자들까지 웃게 만들었다. 잘게 부순 얼음이 없어 힘으로 하려다 실수를 하는 모습이나, 너무 꼭 닫아 통을 열지 못해 낑낑 대는 모습을 보며 박나래는 “슬랩스틱”의 대가라며 “개그맨들은 뭐 먹고 살라고 저렇게 웃기냐”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어설프게 만든 칵테일을 기꺼이 맛보며 “맛있다”고 해주는 팬들이 있어 팬미팅은 훈훈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 팬미팅을 엉망진창이 아니라, 이시언 특유의 인간미 가득한 팬미팅으로 만들어내고 있었다. 무얼 해도 좋아해주는 팬들에게서 이시언은 “정말 아껴주시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하이라이트는 이홍기를 찾아가 레슨을 받을 정도로 준비했던 노래였다. 레슨 받을 때만 해도 음정 박자 뭐 하나 맞는 게 없는데다, 숨 쉴 부분을 번번이 놓쳐 노래를 계속 이어나가기도 힘들어 했던 이시언이었지만, 막상 무대에서는 무난하게 실수 없이 노래를 불렀다. 그간 그가 얼마나 연습을 했는가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스튜디오에서 그 모습을 관찰하는 이홍기조차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노래를 부르는 절정의 순간에 이시언은 울컥하는 얼굴이었다. 팬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 시간이 꿈 같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애써 그 울컥하는 마음을 누르고 과장된 제스처로 웃음을 주는 이시언이었다. 그가 어떻게 이런 타국에서 팬미팅을 할 정도로 사랑받는 스타가 되었는가 짐작 가는 대목이었다. “멋있다”는 일본팬들의 말처럼, 다소 어설프지만 열심히 진심을 다해 임하는 그의 모습은 실제로 멋있게 느껴졌다. 너무나 완벽해서 완전히 다른 존재처럼 보이는 스타가 아니라, 너무나 허술해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간미 넘치는 스타라니. 이시언의 존재감이 새롭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방탄소년단, 작은 것들은 어떻게 글로벌한 힘이 되는가

 

이젠 놀랍지도 않다. 방탄소년단(BTS)의 새 앨범  ‘맵 오브 더 솔:페르소나(MAP OF THE SOUL : PERSONA)’는 여지없이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방탄소년단은 ‘LOVE YOURSELF 轉 Tear’와 ‘LOVE YOURSELF 結 Answer’에 이은 세 번째 빌보드 차트 1위 기록을 남겼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영국 오피셜 차트 최초로 한국 가수 1위를 차지했고, 일본 오리콘 차트 역시 1위를 차지함으로써 한, 미, 영, 일에서 모두 정상을 차지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런 결과는 이제 그리 놀랍지 않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축적된 심상찮은 분위기들로 인해 충분히 예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방탄소년단의 팬덤인 아미의 결속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고, 갈수록 그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그러니 믿기 힘든 성적이긴 하지만, 이제 놀랍기보다는 응당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새 앨범 발매와 함께 그 시작을 NBC <새터 데이 나이트 라이브>에서 그것도 <라라랜드> 엠마 스톤과 함께 했다는 사실도 이젠 놀랍지 않다. 예고 영상에서부터 엠마 스톤이 호들갑을 떨며 BTS가 나온다는 사실에 들떠하는 모습도, 또 <SNL> 무대가 작게 느껴질 정도로 화려하고 파워풀한 노래와 퍼포먼스를 선보인 방탄소년단의 모습도 이제는 익숙하다.

 

방탄소년단은 이미 글로벌 스타이고, 외신은 심지어 이들을 ‘유튜브 시대의 비틀즈’라고 소개한다. <SNL>이 방영되기 일주일 전부터 NBC앞에 노숙하다시피 줄을 서서 기다리는 팬들이 존재하고, 여지없이 이들을 취재하는 영상들이 유튜브를 채워놓는다. 동양의 작은 나라 한국의 한 아이돌 그룹이 만들어낸 이 풍경은 처음에는 기적 같은 놀라움으로 다가왔지만, 이제 몇 번을 반복하다 보니 조금씩 당연하고 익숙한 풍경처럼 느껴진다. 방탄소년단이 단 몇 년만에 만들어낸 기적 같은 변화다.

 

매일 같이 매체들에 의해 타전되어 오는 기록들의 연속은 이제 놀랍지 않지만, 이 정도의 글로벌 스타가 내놓은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는 너무나 발랄하고 어깨에 힘을 뺀 노래라는 데서 놀랍다. 사실 이 정도의 세계적인 반응이라면 자칫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발표하는 노래 역시 ‘대작’을 내놔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없을 수 없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은 ‘아이러니하게’ 그만한 성공 속에서 “해체도 고민했을 정도”로 부담이 만만찮았다는 걸 토로한 바 있다.

 

하지만 ‘작은 것들을 위한 시’는 이런 부담이 무색할 정도로 가볍고 경쾌하며 발랄하다. 게다가 이 곡이 담은 메시지 역시 ‘사소한 것들이 가진 엄청난 힘’에 대한 이야기다. ‘사소한 게 사소하지 않게 만들어버린 너라는 별’이라는 표현 속에 담겨 있듯이 방탄소년단은 이 노래를 통해 그 사소함을 위대함으로 만들고 심지어 하늘을 날 수 있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사랑’이라고 말한다.

 

방탄소년단은 이 노래를 통해 사랑에 빠진 소년이 그 사랑의 힘으로 ‘사소한 게 사소하지 않게’ 만들어졌고 또 영웅도 되었으며 하늘 높이 날 수 있게 되었다고 노래한다. 그건 소년의 사랑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방탄소년단의 아미에 대한 사랑이기도 하다. 이들이 준 ‘이카루스의 날개’는 언제 녹아떨어질까 그들을 불안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소년들은 ‘태양이 아닌 너에게로’ 날아가겠다고 한다. 정상을 향해 달려가는 게 아니라, 사소하지만 위대한 사랑을 추구하겠다는 이 노래는 마치 방탄소년단이 그런 앨범 발매 이후 쏟아져 나오는 수치들의 화려함보다는 작아보여도 결코 작지 않은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노래하겠다는 다짐처럼 들린다.

 

어쩌면 화려한 수치들을 통해 글로벌 스타가 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그 위치에서도 오히려 한껏 자신을 낮춰 자신을 그 위치에까지 올라오게 한 사소하고 작은 것들을 들여다보고 노래하는 일이 아닐까. 그러니 그 ‘작은 것들을 위한 시’가 이처럼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노래가 가진 메시지를 그대로 재연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지금처럼 쭉 사소한 것들을 사소하지 않게 만드는 별이 되어주길.(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Posted by 더키앙

'리틀 드러머 걸',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 허문 박찬욱의 걸작

 

이제 드라마와 영화의 경계는 애매모호해졌다. 넷플릭스나 왓차플레이 같은 OTT(Over The Top)는 이런 경계를 정서적으로 먼저 허물어버린다. 같은 화면에 영화와 드라마가 나란히 소개되고 드라마라도 전편을 몰아서 보는 경험은 영화 관람이 갖는 ‘완결성’을 드라마도 똑같이 느끼게 해준다. 이제 영화도 세 시간이 넘을 정도로 길어지고 있고, 어떤 영화는 몇 편에 걸쳐 나뉘어 방영되기도 한다. 영화는 드라마처럼 서사가 길어지고, 드라마는 영화처럼 완결성을 가지려 한다. 물론 드라마라고 해서 서사가 느슨하거나 영상연출이 허술하던 시대 역시 지났다. 이러니 그 경계 구분은 이제 점점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박찬욱 감독의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은 이러한 변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채널A에서 방영되고 있지만 6부작 <리틀 드러머 걸>은 왓차플레이에 이미 전편이 올라와 있다. 몰아보기를 원하는 시청자라면 언제든 가입 후 한 번에 이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다. 이 작품이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를 지우고 있다는 건, 드라마라고는 하지만 한 편 한 편이 박찬욱 감독 특유의 영화적인 밀도와 미장센을 갖고 있고, 이야기도 일관된 흐름 안에서 마지막까지 완결되게 흘러가고 있어 긴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특히 <리틀 드러머 걸>이 흥미로운 건 스파이 장르면서도, 영화나 드라마 같은 작품 연출과 연기의 세계에 대한 탐구가 담겨 있는데다, 나아가 그것이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우리네 삶에 대한 질문이 담겨져 있어서다. 그래서 이 작품은 그저 스파이 장르를 즐기며 봐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한 번 더 인물들의 복잡 미묘한 심리들을 들여다보면서 보게 되면 또 다른 지적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스파이 소설의 대가 존 르 카레의 원작을 드라마화한 이 작품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으로 세계 곳곳에서 테러가 벌어지던 1979년 유럽을 배경으로 한다. 테러리스트들의 폭탄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이스라엘 모사드 고위요원인 마틴 쿠르츠(마이클 섀넌)가 투입된다. 그런데 이 마틴은 이것이 전면전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좀 더 ‘예술적인’ 섬세한 작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테러조직 깊숙이 스파이를 투입시켜 그 핵심 조직원들을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의 애인을 가장한 스파이를 조직에 들어가게 하는 것.

 

흥미로운 건 이렇게 투입될 스파이가 진짜 요원이 아니라 무명 배우 찰리(플로렌스 퓨)라는 점이다. 처음에는 작품의 연기 오디션을 본 줄 알았지만, 차츰 그것이 이 작전의 캐스팅 과정이었다는 걸 알게 되고 갈등하지만 차츰 배우로서의 본능이 발동하기 시작한다. 찰리가 역할에 몰입할 수 있도록 정예 요원인 가디 베커(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테러리스트의 대역을 해주면서 찰리와 가디의 사이는 애매해진다. 스파이 역할을 해내기 위한 연기지만, 그 연기에 몰입할수록 찰리의 마음은 진짜로 가디를 향하게 된다.

 

즉 스파이 활동을 위해 하는 연기가 실제와 마찰음을 빚어내며 벌어지는 복잡미묘한 심리변화는 이 드라마를 흥미진진하게 만들고, 그것은 마치 작품 속에서 ‘연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찾아가는 과정처럼 그려진다. 연기는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진짜 그 사람이 되는 것이고, 어느 순간 찰리는 위기의 순간에 테러리스트의 애인이 되어있는 자신을 끄집어낸다. 가디에게 마음이 끌리는 현실의 사랑과 연기 속에서 테러리스트의 애인으로서 경험하는 일들은 그래서 부딪침을 만든다.

 

재미있는 건 이 모든 작전을 설계한 마틴이 마치 영화감독처럼 행동하는 순간들이 보인다는 점이다. 그 역시 작전 속에서 영화감독을 연기하고 있는 듯한 장면들은, 연기의 가상과 실제 현실을 왔다갔다하는 찰리와, 임무로서 연기를 하는 것이지만 그러면서 차츰 진짜로 찰리를 사랑하게 되는 가디와 중첩되면서 과연 연기란 무엇이고 진짜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만들어낸다. 어찌 보면 우리의 삶 자체가 끊임없는 새로운 연기와 몰입의 연속일 수 있다는 것.

 

사실 <리틀 드러머 걸>은 기존 국내 드라마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는 ‘반칙’ 같은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잘 짜인 스토리에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긴 여운이 남는 메시지와 생각거리까지 채워 넣은 드라마라니. 보고 나면 여타의 다른 드라마들이 너무 시시하게까지 느껴지는 그런 드라마를 만들다니. 영화와 드라마 사이의 해묵은 경계가 조만간 해체될 거라는 징후를 이 반칙 같은 드라마는 예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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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유퀴즈’, 시작부터 묵직했던 성북동 할머님들

 

뭐하는 프로그램이냐는 질문에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라 말했지만 성북동 어느 길거리에서 만난 할머니들은 “그게 뭐냐”고 물었다. 할머니들은 tvN이라는 채널이 뭔지도 모르셨다. 한 어르신은 그게 “연속극”이냐고 물어보셨다. 유재석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잠깐 얘기 좀 나눠도 되나”는 말에는 “지금 하고 있잖아”라고 하셨고, “앉아서”하자는 말에는 맨바닥을 가리키며 “어딜 앉냐”고 면박을 주셨다.

 

다시 시작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늘 그렇듯 시끌시끌하고 왁자지껄한 분위기로 문을 열었다. “화요일 좋아-”하는 노래에 맞춰 유재석과 조세호가 길거리에서 춤을 추고, 그걸 보신 어르신들이 반가워하며, 그 어르신들을 붙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퀴즈를 내는 일련의 과정들이 물 흐르듯이 진행되었다.

 

“테레비에 나올 인물들이 아니잖아”하며 애써 자리를 떠나시려는 어르신들은 지금 방송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시고 계셨다. 여전히 그분들에게는 방송에 나간다는 것이 특별한 이들만 할 수 있는 경험이라 여기는 눈치셨다. 한묘석 할머니와 복남순 할머니. 힘겹게 자리에 앉히려는 유재석에게 복남순 할머니는 “어떤 건지는 알려줘야 하지 않냐”고 재차 물었고, 유재석은 17번에서 하는 프로그램이라 설명했지만 할머니는 “17번은 보지도 않는 채널”이라고 말했다.

 

이름을 여쭤봐도 되겠냐는 질문에도 한묘석 할머니는 이름을 말하며 꽤나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셨다. 어디서 이름을 묻는 일도 누군가 부르는 일도 많지 않으셨을 어르신. 유재석이 “한묘석 여사님”이라고 경칭하자, 어르신은 “여사는 무슨 여사”라며 쿨한 한 마디를 던지셨고, “형제는 어떠시냐”는 질문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없어. 죽었어 다-”라고 말씀하셔 유재석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제 시작도 하지 않은 토크에 “이제 가게 그만 혀”라고 말씀하시는 어르신. 이것이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가진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토크와 이야기의 맛이었다.

 

집에 가면 뭐 하시냐는 질문에 “할 일 없다”며 “테레비 본다”고 말씀하시는 한묘석 할머니의 아무렇지도 않다는 식의 말은 어찌 보면 조금 쓸쓸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런 말을 그렇게 대놓고 툭툭 던지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들고 계신 봉지가 궁금한 유재석에게 수줍게 웃으시며 “조갯살”이라고 말씀하시고, “고민 같은 거 있으시냐”는 유재석의 우문에 5남내 낳아 잘 키웠다며 “고민 같은 거 없슈”라고 현답을 하신다. “건강하게 살다 그냥 가는 거지 머”라는 말씀에서는 숙연하면서도 웃음이 피어나온다. 선물로 닭다리쿠션과 생선슬리퍼를 받으신 두 어르신들의 귀여운 투덜거림은 또 어떻고.

 

우연히 길을 가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이발사’라는 문구가 적힌 이발소에서 만난 이덕훈 할머니는 스트레스가 많다는 조세호에게 “오늘만 잘 살면 되는데 무슨 스트레스를 받냐”는 명언을 남기셨고, 어려서 이발을 배우게 된 사연과 지금도 매일 생각난다는 먼저 간 남편에 대한 여전한 사랑을 말씀하셨다. 게다가 심지어 아들 둘을 먼저 보내신 사연까지. 먼저 보냈지만 여전히 함께 지내고 있는 그 아프지만 따뜻한 이별의 이야기에서 마침 첫 방송을 한 ‘4월 16일’의 의미가 새록새록 피어났다.

 

이야기를 나누다 손님이 들어오자 “이제 당신네들은 가라”며 손님 받는 일을 더 중하게 여기는 어르신은 선물을 드리겠다는 말에 숙연한 할 말씀을 남기셨다. “저 위에 집이 빈집이라 혼자 살기가 어려워서 난 여기서 잠자고 살아. 여기가 나 사는 일류 호텔이야. 그런데 한 달에 돈 100만 원 들어오면 보증금 천만 원에 월세 오십만 원 세금 이것저것 나가고, 한 80만원 나가고, 한 20만원 그저 하루에 돈 만 원씩 벌어서 나 살고 노년연금 25만원 타는 거 그거 저축하고 살아. 욕심 없이 살아. 식구를 다 가르쳐서 장가들여서 천국까지 다 보내주고 하늘나라 보내주고 그러구서 나는 그저 이렇게라도 누구한테 폐 안 끼치고 산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살아. 나 같이 바보는 없을 거야 아마. 요새 사람하고는 조금 틀리지. 그러니까 하느님께서 나를 더 이 세상에서 봉사하라고 안 데려가잖아.”(사진:tvN)

 

그렇게 말씀하시며 환하게 웃는 모습에 유재석과 조세호는 겸연쩍고 숙연함을 느끼며 퀴즈와 선물을 포기하고 일어섰다. 이것은 이른바 ‘사람여행’을 추구한다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가진 특유의 정서를 잘 말해주는 장면이다. 다시 돌아온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그 시작부터 묵직했다. 어느 동네에서 우연히 만난 분들의 엉뚱하면서도 때론 숙연해지는 삶의 이야기들. 그것을 유쾌하게 들어주는데서 오는 소통의 즐거움과 먹먹함.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다시 시작하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가 남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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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 잠시도 한눈팔 수 없는 압도적 몰입감의 실체

 

창현동 살인사건과 양애란 살인사건 그리고 김선희 살인사건. 게다가 최도현(이준호)의 아버지 최필수(최광일)가 살인범으로 사형수가 된 차승후 중령 살인사건은 물론이고, 기자였던 하유리(신현빈)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과 부패방지처 검사였던 진여사(남기애)의 아들 노선후의 의문의 교통사고까지... tvN 토일드라마 <자백>은 너무나 많은 사건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것들이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니 화장실조차 제대로 다녀오기 힘들 정도로 몰입해서 보게 된다.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무언가 중요한 단서가 훅 지나가버릴 것 같은 그런 몰입감. 하지만 복잡한 것도 사실이다. 보통 형사나 검사 혹은 변호사가 등장하는 장르물의 경우, 사건들은 병렬적으로 구성되어 전개되기 마련이다. 하나의 사건이 등장하고 그걸 해결하면 또 다른 사건이 등장하는 식이다. 하지만 <자백>은 이 사건들이 하나의 거대한 보이지 않는 음모(혹은 비리)로 묶여져 있다. 마치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단 하나의 살인사건이 등장하지만 그로 인해 드러나는 검찰 내의 비리들이 다양한 에피소드로 그려졌듯이, <자백>도 16부작이고 여러 사건들이 등장하지만 그건 하나의 ‘몸통’ 사건의 가지들로 그려진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들로 정리하고 유추해보면, 창현동 살인사건을 저지른 조기탁(윤경호)은 최도현의 아버지 최필수가 기무사에서 근무할 때 근무했던 인물로 당시 운전병이었던 한종구(류경수)가 보는 앞에서 사람을 때려 죽였던 잔혹한 인물. 양애란 살인사건을 저지른 한종구는 그 조기탁을 흉내냈고, 그래서 조기탁은 김선희 살인사건을 저지르면서 한종구를 용의자로 만들어버렸다. 이것이 드러나 세 개의 살인사건의 진실들이다.

 

그런데 이 조기탁이라는 인물은 아마도 차승후 중령 살인사건을 저지른 일종의 검은 세력들(비선실세)와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차승후 중령 살인사건은 차세대 헬기 도입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국방비리와 연관되어 있다. 알고 보면 창현동 살인사건의 희생자인 고은주도 아무런 이유 없이 살해당한 것이 아니라, 국방비리 관련 사항이나 혹은 차승후 중령 살인사건의 진실을 알고 돈을 요구하다 살해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구도로 보면 비선실세들의 거대한 국방 비리가 있고 그 비리를 파헤치던 기자, 검사와 기무사 내부의 인물들이 살해되거나 희생당했다. 그리고 그 살인사건들은 국방 비리라는 몸통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마치 연쇄살인처럼 위장되었다. 조기탁은 실제로도 잔혹한 연쇄살인범이었지만, 이런 비선실세들과 연루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살인을 저지르고도 완전한 신분세탁을 해 교도관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조금씩 퍼즐이 맞춰지고 드러나는 진실의 윤곽들은 몰입해서 본 시청자들을 짜릿하게 만든다. 그만큼 깊은 몰입이 필요한 드라마지만, 의외로 이 이야기는 그리 어렵게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것은 신기하게도 우리가 실제로 현실에서 겪었던 사건들이 드라마에 중첩되면서 이해를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비리 사건이 그렇고, 비선실세라는 말만 들어도 금세 떠오르는 일련의 정황들이 그렇다. 또 진실을 밝히려던 기자나 검사의 죽음이 사고로 결론 처리되어버렸지만 의구심을 남긴 사건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우리가 뉴스를 통해 목도했던 현실의 사건들을 <자백>은 그래서 하나하나 끌어다가 거대한 그림을 만들어낸 듯한 느낌을 준다. 그건 복잡해도 우리가 이 드라마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이유이면서, 동시에 어쩌면 이 드라마의 진짜 메시지였을, 그간 의혹을 남긴 사건들을 다시금 환기시키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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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토크쇼J'의 세월호 보도 사과와 반성, 언론이라면 응당

 

KBS에서 자사 보도에 대해 이토록 신랄하게 비판하는 방송을 보게 될 줄이야. KBS <저널리즘토크쇼J>가 세월호 5주기를 맞아 당시의 보도들이 저질렀던 참혹한 잘못들을 되짚었다. ‘세월호 5년, 그리고 기레기’라는 부제에서 느껴지듯이 당시 KBS를 포함한 MBC 또 종편 채널의 보도행태는 기레기라는 말이 공감 갈 정도였다. <저널리즘토크쇼J>는 당시 보도되었던 내용들을 조목조목 끄집어내 그 잘못된 걸 넘어서 악의적인 보도들까지 비판했다.

 

그 비판에서 이 프로그램이 가장 큰 비판의 대상으로 삼은 건 다름 아닌 KBS였다. 이른바 재난주관방송사로서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보도를 해야 할 KBS는 당시 뉴스특보에서부터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엄청난 오보를 냈다. 그 오보의 결과는 우리가 다 알고 있는 ‘골든타임’을 느슨하게 보내게 만든 원인이 됐다는 것. 심지어 세월호 참사 당일 KBS는 “사고현장에 200여 명에 가까운 구조 인력이 투입됐다고 보도”하기도 했지만, 실상은 단 16명만 실제 수중 수색 작업을 했다는 것이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런 ‘거짓방송’에 ‘분노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또 당시 학생 수십 명을 구조한 고 김홍경씨의 인터뷰 또한 상당부분 편집되어 나갔다는 걸 지적했다. <저널리즘토크쇼J>는 당시 김씨의 원본 영상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그것이 사실이라는 걸 확인시켰다. “해양 경비대가 왔어도 구조나 배에 한 사람도 안 들어오고, 맨 꼭대기에서 객실에 있는 승객들이 구조해서 올려준 애들만 옮기고 이런 게 참 안타까워서…. 구조대란 사람들이 갑판 위에 상부에 있어서 승객들이 올려주는 애들만 싣고 떠나는 그런 모습이 그 순간에도 안타까워서..”

 

김씨는 당시 해경 구조대의 안이한 대응을 비판했는데 그 부분이 삭제되고 대신 뉴스는 그를 ‘의인 프레임’에 넣어 보도했다는 것이었다. 이를 정준희 저널리즘 전문가는 “미담의 주인공”이어야 하는데 그 프레임을 깨는 이야기를 하자 그렇게 의도된 편집의 보도를 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저널리즘토크쇼J>는 구조 작업 지연의 문제점이나 재난 컨트롤 타워 부재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제쳐두고 세월호 선장이나 유병언 일가에 대한 마녀사냥식 보도에 앞장선 당시 언론들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KBS의 경우 정부 비판 꼭지가 22건이었던 반면, 유병언 관련 보도는 34건을 했다는 것.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진도체육관을 방문했을 시 KBS9시뉴스와 JTBC 뉴스룸을 비교해 보여줬다. 같은 사안이었지만 KBS가 박근혜를 두둔하는 보도를 낸 반면, JTBC는 실종자 가족들의 항의를 담아냈던 것.

 

심지어 채널A의 보도는 거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홍보 뉴스나 다름없었다. 세월호 침몰 당시의 의인들 이름을 부르다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내보낸 그 뉴스에 대해 이 프로그램의 고정패널인 최욱은 “거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가족인 것처럼 지금 다루고 있지 않습니까?”라며 보기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정준희는 당시 KBS보도가 “냉전시기 공산주의 언론들이나 했음직한 영상조작수준”이라고 질타했다. 이러니 ‘기레기’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당시 이런 보도를 냈던 기자들 중에는 그 ‘염치없음’에 반성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었다. 이 날 방송에 출연한 전 채널A 기자였지만 퇴사해 지금은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기자로 있는 이명선씨나, 당시 보도에 대해 반성문을 올렸던 강나루 기자 같은 이들이 그들이었다. 이명선씨는 한 포털에 게재한 ‘나는 왜 종편을 떠났나’라는 연재 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던 인물. 그는 그 연재가 다시 기자를 하기 위해 필요했던 ‘반성문’이라고 말했다.

 

이 날 방송에 출연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예은 양의 아버지 유경근씨는 당시 유가족들이 집중적으로 비난하고 비판했던 방송사가 KBS와 MBC라고 했다. 그런데 그 이유는 “그만큼 기대가 컸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앞에서는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척 하면서 뒤로는 당시 KBS 보도국장이었던 김시곤과 정부 편향의 보도를 해달라 요청한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의 통화내역은 언론이 얼마나 중심을 잃고 있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유경근씨의 분노와 실망감이 절절히 공감되는 부분이다.

 

방송 말미에 마무리 멘트를 하던 출연자들은 저마다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명선씨는 유경근씨에게 눈물을 흘리며 “사과를 드리고 싶다”는 말을 전했고, 강나루 기자는 반성이라는 말을 반복하기보다는 앞으로 “세월호의 진상 규명을 포함해서 이런 것들을 취재 결과물로 말씀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정준희 역시 말문이 막히는지 눈물을 보이며 마지막 마무리 멘트로, 사실 어려운 문제지만 기자들이 “성찰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염치없음을 기억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마도 이것이 진정한 저널리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방송이었다. <저널리즘토크쇼J>는 언론에 대한 비판기능을 담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사실 언론은 어떤 프레임과 방향성을 드리우기 시작하면 사실을 왜곡하거나 편향되게 할 수 있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것은 심지어 글로서 말로서 누군가를 죽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그것을 제대로 바로잡는 감시의 시선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저널리즘토크쇼J>라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가감 없는 저널리즘 비판이 가치를 발휘하는 이유다.

 

방송을 통해 보여진 유경근씨가 공영방송파업 지지연설 중 기자들 앞에서 했던 말이 귀에 쟁쟁하게 울린다. “진도체육관에서, 팽목항에서 나를 두 번 죽인 건 여러분들의 사장이 아니고 (현장에 있던 바로 여러분들이었습니다.) 제가 여러분의 파업을 열심히 지지하는 건, 내가 언론 때문에 또 다른 고통을 받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여러분들의 힘으로 여러분들이 바라는 그 언론을 따내야만 여러분 속에) ‘기레기’가 단 한 마리도 숨어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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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키키2' 애써 울지 않고 버티는 청춘들, 짠하기 그지없다

 

희극과 비극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했던가. JTBC 월화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2>는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비극이다. 여지없이 빵빵 터지는 웃음 뒤에 남는 청춘들의 쓸쓸함 같은 게 거기에선 느껴진다.

 

톱배우를 꿈꾸지만 현실은 만년 엑스트라인 이준기(이이경), 가수를 꿈꾸지만 행사 가수로 살아가는 차우식(김선호) 그리고 프로야구 선수로 2군으로 밀려났다 어깨를 다치고는 결국 방출된 국기봉(신현수)이 그렇고, 결혼식날 아버지의 부도로 파경을 맞은 한수연(문가영)이나 준기와 연극영화과 동기로 배우를 꿈꿨지만 알바를 전전하며 게스트하우스에 얹혀사는 김정은(안소희) 그리고 요리사가 꿈이지만 스펙이 없다는 이유로 후배들에게 치이고 밀려난 차우식의 누나 차유리(김예원)도 그렇다. 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꿈이 있고, 또 꿈을 향해 그 누구보다 절실하게 노력하지만 번번이 좌절을 겪는다.

 

<으라차차 와이키키2>의 웃음 포인트는 이들의 이 비극을 희극으로 뒤집는데서 나온다. 엑스트라로 거지 연기를 하기 위해 진짜 거지를 찾아가 그 생활을 경험하고 노하우(?)를 배우는 이준기의 이야기는 단적인 사례다. “정말 거지같다”는 이야기가 칭찬이 되는 이준기의 상황은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 바닥에 떨어져 누군가 밟아놓은 빵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먹어버린다.

 

거지가 되기 위해 마치 무협영화의 고수를 찾아가 비급을 전수받는 수제자처럼 진짜 거지의 거처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다리는 장면은 빵빵 터지는 웃음을 주지만, 그것은 어찌 보면 작은 단역 하나를 얻기 위해서도 온 몸을 던져야 하는 청춘들의 현실을 담아낸다. 심지어 그런 노력을 들여 찍힌 장면도 감독의 “편집하라”는 말 한 마디로 지워버려지지만.

 

한수연을 친구 카페에 아르바이트로 소개시켜준 차우식은 친구가 번번이 실수만 저지르는 한수연을 자르지 않는 조건으로 그 대신 임대료를 동결시키려는 시위에 나간다. 그저 잠깐 나가서 구호만 외치다 오면 되는 일인 줄 알았는데 차우식은 3보1배, 혈서, 단식도 모자라 삭발까지 하는 상황을 맞이한다. 결국 그렇게 뜻이 관철되어 임대료는 동결되지만 차우식은 몸도 마음도 피폐해진다. 좋아하는 한수연을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건 제 몸을 그렇게 혹사하는 일 정도다.

 

1군으로 올라갈 수 있는 감독 테스트를 받기 위해 노력해온 국기봉은 선배 병철(심형탁)에게 포크볼을 배워 익히게 됐고, 차유리는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병철이 어딘지 이상하지만 기봉을 위해 계속 만나주었다. 하지만 테스트를 받기 전 날 소매치기 때문에 어깨를 다친 국기봉은 결국 팀에서 방출통보를 받게 되고, 그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며 오히려 험담까지 늘어놓는 병철에게 차유리는 식당 셰프를 하게 해주겠다는 제안도 거절하고 뛰쳐나온다.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체 하지만 울고 싶은 마음을 숨기는 국기봉을 위해 차유리가 눈을 찌르는 장면은 <으라차차 와이키키2>가 가진 희비극을 압축해 보여준다. 그건 우습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애써 울지 않고 버텨내려는 청춘들의 진심이 드러나는 장면이라 짠하기 그지없다. 그렇게 힘겨운 하루하루를 이들은 애써 웃으며 서로를 의지하고 유쾌한 척 버텨낸다. 폭소 뒤에 남는 쓸쓸함의 정체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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