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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과 전석호, '킹덤'을 보면 '하이에나'가 달리 보이는 두 배우

 

주지훈과 전석호는 언제부터 이런 찰진 콤비가 됐을까. 최근 방영되고 있는 SBS 금토드라마 <하이에나>에서 두 사람은 법무법인 송&김에서 각각 윤희재(주지훈)와 가기혁(전석호)이라는 역할을 연기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최근 넷플릭스에서 시즌2로 돌아온 <킹덤>에서도 두 사람은 이창(주지훈)과 동래부사 조범팔(전석호)로 콤비 연기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마치 돈키호테와 산초 같은 서로가 없어서는 안될 캐릭터로 등장한다. <하이에나>에서는 극을 이끌어가는 건 윤희재지만, 그의 친구이지만 어딘지 그가 잘 되는 것만을 바라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 가기혁의 역할도 눈에 띈다. 윤희재가 정금자(김혜수)와 일과 사랑 모두에 있어서 서로 으르렁대면서도 조금씩 가까워지는 관계의 진전을 통해 드라마의 힘을 만들어내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 속에 가기혁과 심유미(황보라) 같은 감초들의 웃음과 두 사람 사이에도 벌어지는 엉뚱한 멜로는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이런 사정은 <킹덤>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선에 창궐한 좀비떼들과 대결하며 숨 쉴 틈 없는 긴장을 유발하는 이창의 액션이 전면에 펼쳐진다면 그 속에서 숨 쉴 틈을 열어주며 웃음을 유발하는 조범팔의 활약은 이 드라마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주지훈과 전석호는 각각의 필모그라피만 봐도 이제 연기의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주지훈의 경우 영화 <신과 함께>나 <암수살인>으로 그 연기 스펙트럼을 활짝 열어놓은 후 <킹덤>에 이은 <하이에나>로도 배우로서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물론 주지훈은 과거 KBS드라마 <마왕>에서부터 잠재력을 보였지만, 최근의 연기를 보면 카리스마는 물론이고 적당히 유연해진 연기와 독한 악역까지 다채로워진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전석호도 2014년 <미생>의 하대리 역할로 등장해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 이후 <굿와이프>, <힘쎈여자 도봉순>, <우리가 만난 기적>, <라이프 온 마스> 등등 다양한 드라마에서 자기 영역을 넓혀왔다. 전석호의 연기 스펙트럼 역시 까칠한 악역에서부터 허술한 감초 역할까지 그 폭이 넓다. 이 짧은 기간 안에 자기만의 독보적 영역을 세울 수 있었다는 건 이 배우가 꽤 준비되어 있다는 걸 에둘러 말해준다.

 

결국 드라마든 영화든 주조연의 균형 잡힌 캐릭터가 보다 대중적인 완성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주인공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극의 힘을 부여한다면, 이를 적절히 누그러뜨리는 조역이 있어야 관객이나 시청자들도 숨 쉴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주지훈과 전석호의 <킹덤>과 <하이에나>에서의 콤비는 주목되는 면이 있다.

 

주인공 역할로 서온 주지훈의 배우로서의 성장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 특히 주목되는 건 전석호의 미친 존재감이다. 그는 적당히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때론 그걸 뒤집어 소름 돋는 반전까지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주조해 보여주곤 하기 때문이다. 충무로와 드라마판에 정평이 나 있는 미친 존재감 연기자들의 계보를 잇기에 충분한 배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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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3.25 11:18 BlogIcon 티비다시보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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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고 소신 지키며 자기 삶에 충실한 청춘들의 등장

 

청춘들이 달라졌다. 드라마에서 청춘들은 주로 두 부류의 캐릭터로 소비되곤 했다. 그 하나는 청춘멜로의 대상. 청춘들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는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사랑받는 소재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사회 현실의 어려움에 직면한 청춘들이다. 현재의 사회 현실을 담은 드라마들이 청춘들을 등장시킬 때 그들이 실제로 겪곤 하는 취업 현실이나 만만찮은 조직의 적응기가 그것이다.

 

최근 드라마 속 청춘들의 초상을 보면 현실을 벗어나 사랑이라는 판타지에 빠져 있거나, 혹은 만만찮은 현실과 사투를 벌이던 청춘들과는 사뭇 다른 면모들이 발견된다. 물론 사랑과 현실 이야기가 빠지진 않지만 이걸 대하는 이들의 면면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드라마는 역시 최근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JTBC <이태원 클라쓰>다. ‘청춘 복수극’이라는 새로운 틀을 가져온 이 드라마에서 박새로이(박서준)는 기성사회의 부정하고 잘못된 시스템에 굴복하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성공하는 것이 진정한 복수라 말하는 청춘이다. 그는 갖가지 갑질과 핍박에 시달리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도 정해놓은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간다.

 

전과자라는 설정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 청춘은 취업이 아닌 창업을 택한다. 그리고 조금씩 가게를 성장시켜 국내 최고의 요식업 회사를 꿈꾼다. 가진 것 없는 그에게 기성관념이 허황되다고 말할 때 그는 일갈한다. “내 가치를 네가 정하지마. 내 인생 이제 시작이니까. 원하는 거 다 이루면서 살 거야.”

 

청춘들은 이제 기성 사회가 만들어놓은 시스템 안에서 참고 적응해내려 했던 <미생>의 장그래와는 많이 달라졌다. 대신 작아도 자신의 일을 추구하고, 거기서 성공과 행복을 찾으려 한다. 종영한 드라마 KBS <동백꽃 필 무렵>의 황용식(강하늘) 같은 청춘은 옹산이라는 자그마한 마을에서 순경으로 살아가면서도 소신을 지켜가며 나름의 행복과 사랑을 실천해가는 인물이다. 시청자들이 이 청춘에 매료됐던 건, 순박하고 소박하지만 타인의 시선이나 기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그 면모 때문이었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JTBC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임은섭(서강준) 같은 인물도 이러한 달라진 청춘의 색깔을 보여준다. 북현리라는 작은 마을에서 자그마한 책방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청춘이지만, 지역 사람들과 독서모임을 통해 정을 나누고 단단한 자기만의 소신을 갖고 있다. 추운 겨울 속에 서 있는 사람들을 그 책방처럼 따뜻하게 품어주는 인물. 서울살이에 지쳐 내려온 목해원(박민영)과 그의 사랑이야기가, 사랑의 차원을 넘어서 우리를 힐링시켜주는 건 이 청춘의 묵묵히 타인을 배려하며 소신 있게 살아가는 삶이 따뜻한 온기를 전하기 때문이다.

 

저마다의 소신을 가진 청춘들의 등장은, 이제 달라진 젊은 세대들의 가치관을 반영한다. 누군가 세워놓은 기준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는 것보다는 자기 스스로 세운 소신을 갖고 큰 성공은 아니더라도 확실한 나의 행복을 추구하겠다는 청춘들. 그들의 당당함이 우리 사회의 어떤 희망처럼 느껴지는 이유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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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독’이 그리는 기간제 교사의 답답한 현실

 

과연 기간제 교사 고하늘(서현진)은 언제쯤 웃을 수 있을까. tvN 월화드라마 <블랙독>에서 고하늘을 보다보면 <미생>의 장그래가 학교로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정교사와 기간제로 선이 그어져 있는 대치고등학교. 고하늘은 전혀 몰랐지만 이 학교에 삼촌 문수호(정해균)가 있다는 사실 때문에 채용비리를 의심받는다. 함께 들어간 기간제 교사들은 그래서 고하늘에게 편견어린 시선을 던지며 그를 따돌림 한다. 기간제 교사라는 위치 자체가 미생이지만, 그들 속에서도 따돌림을 당하는 ‘블랙독(색이 검다는 이유로 꺼려지는 유기견)’의 처지가 된 것이다.

 

처음 경험하는 교사로서의 학교생활도 만만찮다. 교과 파트너가 된 김이분(조선주)은 대치고 교사들이 모두가 꺼려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덜컥 고하늘이 그 파트너가 된 것. 전화로 오라가라 명령하는 김이분은 노골적으로 고하늘에게 빨대를 꽂으려 한다. 고하늘이 만든 수업자료들을 마치 자신이 양보라도 하듯 공유하자고 하고, 그렇게 갈취(?)한 수업 PPT와 자료들을 자신의 이름으로 수업한다. 고하늘은 함께 수업자료들을 준비하자고 제안하지만 김이분은 그럴 생각이 없다.

 

그걸 보다 못한 같은 진학과의 도연우(하준) 선생이 고하늘에게 김이분과 대적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건 만든 사람만 알 수 있는 PPT 자료를 만들어 보내라는 것이었다. 교과 내용 정리야 누구나 활용할 수 있지만 자기만의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해 만든 PPT 자료는 만든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김이분은 활용할 수가 없었다. 결국 김이분은 고하늘에게 대놓고 갑질을 시작하지만 고하늘은 이런 분란의 피해가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갈 거라는 걸 알고는 김이분에게 자료까지 공유하기로 마음먹는다.

 

물론 이렇게 고하늘에게 빨대를 꽂아 공개수업까지 잘 끝낸 김이분을 교감이 모를 리가 없었다. 교감은 고하늘과 김이분을 함께 불러 같이 자료를 만든 게 맞냐고 물었고, 고하늘은 맞다고 말함으로써 김이분을 놀라게 했다. 김이분 역시 이 상황을 모두가 알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는 개과천선했다. 고하늘과 오히려 가까워졌고 그와 함께 수업준비를 해나갔다.

 

하지만 고하늘이 처한 기간제라는 처지는 늘 꼬리표처럼 그를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고하늘은 1년 계약으로 뽑혔지만 한 교사가 다음 학기에 돌아오게 되어 반 학기만 계약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하지만 기간제와 정교사는 노는 물이 다르다며 선을 긋는 송영태(박지환)가 교내 방송으로 수업하고 있는 기간제 교사들을 불러 모으는 만행을 저지르자 이를 견디지 못한 송지선(권소현) 선생이 학교를 떠나버리고 고하늘은 1년 계약을 하게 된다. 고하늘은 떠나간 송지선이 말한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는 말이 가슴에 박힌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기간제 교사는 1년을 넘어가는 수업 계획조차 잡을 수 없는 처지다.

 

<블랙독>은 학교를 소재로 다루는 많은 드라마들이 초점을 맞춰왔던 학생이나 부모가 아닌 교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것도 일반 정교사가 아니라 기간제 교사가 그 주인공이다. 물론 진학부장을 맡고 있는 베테랑 박성순(라미란)이 상심해있는 고하늘에게 “학생들에게는 정교사나 기간제나 다 똑같은 교사”라고 말해주지만 그게 진정으로 기간제 교사들에게 위로가 될까 싶다.

 

<블랙독>은 물론 중간 중간 자그마한 판타지들을 던져주지만, 전반적으로는 기간제 교사의 무거운 현실을 다루고 있다. 또 입시 교육 앞에서 치열하게 학생들을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의 현실 또한 그려진다. 그들은 학원가에서 거액의 연봉을 얘기하며 스카웃 제안이 오지만 학생들을 위해 학교를 지키려 안간힘을 쓴다.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는 있지만 너무 적나라한 정교사와 기간제 교사의 차별은 우리네 사회가 가진 정직원과 계약직 직원 사이의 차별을 그대로 그려낸다. 워낙 무거운 주제여서인지 드라마 역시 무겁고 사이다 판타지를 섣부르게 던지기보다는 고구마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자세가 엿보인다. 과연 고하늘은 미생을 벗어나 언제쯤 웃을 수 있을까. 시청자들의 답답하고 무거운 마음은 그가 웃을 날만을 기다리게 만들고 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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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PD 천재설'에 대해 본인은 이렇게 답했다

“능력 있는 친구들을 빨리 알아보고 내 것처럼 빼 쓰는 능력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지난 23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콘텐츠 인사이트’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온 나영석 PD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이 “천재를 요구하지 않는 시대”라고도 했다. 그보다는 “좋은 동료들”을 더 많이 옆에 두는 게 좋다는 것. 

나영석 PD의 이 이야기는 최근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 화두가 되고 있는 ‘협업’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꺼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미 KBS 시절부터 협업이 얼마나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의 시너지를 올리는가를 경험해왔던 PD다. 혼자서는 힘겨웠던 신출내기 연출자 시절 그에게 손을 내밀어줬던 이명한 PD와 이우정 작가가 있어 그는 비로소 날개를 펼 수 있었다. 

그가 CJ로 이직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이명한 PD와 이우정 작가가 거기 이미 포진해 있었고 그들과 함께 하는 작업에 대한 신뢰가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결국 CJ로 와 tvN 예능의 대기록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 기반이 ‘협업’에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는 지난 한 해 동안의 성과가 남다르게 다가올 법 했다. 지난 한 해 그는 내내 후배들과의 협업을 통해 <윤식당>, <강식당>, <알쓸신잡> 같은 빛나는 성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냐는 필자의 질문에 나영석 PD는 “후배들과의 협업을 계속 할 것”이라고 답했다. 사실 나영석 PD가 홀로 자신의 프로그램을 새롭게 런칭하기를 기대했던 필자에게는 다소 실망스런 답변이었지만, 이제 그 의미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건 이제 혼자 작업하는 것보다 함께 작업하는 협업이야말로 그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이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 이런 협업의 중요성은 이미 신원호 PD가 저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공을 두고 밝힌 바 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작품들을 보고 그가 천재가 아니냐고 말하곤 한다. 그토록 많은 취향들을 담아내고, 그 많은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들을 꼼꼼히 펼쳐내는 것에 대한 놀라움의 표현들이다. 하지만 신원호 PD는 일찍이 그것이 여럿이 함께 하는 작업이 만들어내는 일종의 ‘착시현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예능 방식으로 작가와 PD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기획부터 캐릭터, 대사까지 하나하나 회의를 통해 만들어나가는 그의 방식은 협업이 어째서 지금의 제작 방식에 중요한 화두가 되는가를 보여준다. 많은 이들의 아이디어와 생각과 취향이 녹아들기 때문에 작품은 훨씬 다채로워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폭넓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는 힘이 바로 그 협업에서 나온다. 

<미생>, <시그널>을 연달아 성공시킨 김원석 PD는 지금의 성공하는 작가들의 대부분이 ‘협업’을 얼마나 잘 해나가느냐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고 말한 바 있다. 놀랍게도 그 역시 나영석 PD가 얘기한 것처럼, 성공하는 작가들은 대부분 같이 협업하는 작가들의 가능성을 내 것처럼 빼쓰는 능력을 갖춘 이들이라고 했다. 

한때 ‘사단’이라고 하면 그저 관계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기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단’이라는 말의 뉘앙스가 완전히 달라졌다. 나영석 개인이 아닌 나영석 사단이라고 부르고, 신원호 개인이 아닌 신원호 사단이라고 부르는 데는 그 밑바탕에 그 성취가 혼자 이룬 것이 아닌 여럿이 함께 한 협업을 통한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다. 이제 성공하는 콘텐츠의 기본 조건으로 ‘협업’은 중요한 화두로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사단의 탄생’은 이제 보다 강력한 콘텐츠를 위한 기본전제가 되어가고 있다.(사진 : 한국콘텐츠진흥원)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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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곤’, 빈틈없는 김주혁과 겁 없는 천우희의 캐릭터 시너지

앵커와 용병 취급받는 구박덩어리 기자지만 이 조합 볼수록 기대된다. tvN 월화드라마 <아르곤>의 앵커 김백진(김주혁)과 계약직 미생 기자 이연화(천우희)가 그들이다. 얼핏 보면 이 조합이 무슨 힘을 발휘할까 싶지만 두 사람의 캐릭터가 이들이 해나가야 하는 싸움에 의외로 잘 어울린다. 

'아르곤(사진출처:tvN)'

앵커 김백진은 모든 일에 있어 철두철미한 완벽주의자다. 그저 임기응변으로 했던 일처럼 여겨진 것조차 어떤 계산에 의한 것이다. 그런 캐릭터를 드러내는 대목이 미드타운 붕괴사고의 책임을 현장 소장에게 뒤집어씌운 것에 대한 추가보도를 거부할 때 이연화를 인터뷰자로 갑자기 세운 장면이다. 

사실 김백진은 이연화를 자신의 아르곤 팀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을 찍어 누르려고 하는 보도국장 유명호(이승준)가 심어놓은 스파이로 의심했던 것. 방송 사고라도 나면 어쩔 뻔 했냐는 신철(박원상)의 물음에 그는 그런 방송에 팀원들을 다치게 할 순 없었다고 말했다. 즉 이연화는 자신의 팀원이 아니기 때문에 사고가 나도 괜찮다는 판단으로 그녀를 세웠다는 것. 

반면 <아르곤>을 <미생>처럼 보이게 만드는 기자 장그래 이연화는 스스로 자신이 막장에 서 있다는 걸 인정한다. 그래서 못할 것이 없다. 발로 뛰어 미드타운 붕괴사고 이면에 고위급 정부 관료까지 연루된 정황을 담은 사진을 찍어온다. 김백진은 이연화의 합리적 의심을 ‘소설’이라 일축했지만 그녀가 가져온 증거에 놀란다. “용병이라 그런가 겁이 없어”라고 말하는 김백진은 결국 이 사건을 끝까지 맡아 보라고 이연화에게 말한다. 

그러면서 김백진은 이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일을 그들만의 비밀로 하자고 선을 긋는다. 그런데 거기에도 김백진의 빈틈없는 계산이 들어가 있다. 그는 어찌 보면 위험할 수 있는 이 사건추적에 팀원들이 다치는 걸 원치 않고, 그래서 자신과 이연화 둘이서 그 위험을 감수하려 하는 것. 

한편 이 둘이 싸워야 할 대상이 의외로 거대한 게이트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드라마는 더 흥미진진해졌다. 단지 방송사 내에서 벌어지는 김백진과 유명호의 대립구도처럼 시작했던 이야기는, 그 이면의 게이트가 드러나면서 김백진이 사고 희생자들을 위해서 비리를 파헤치고 진실을 찾아나가며 거대 권력과 맞서게 되는 스토리로 확장되었다. 

이 거대 권력과 한 판 싸움을 벌이게 되는 김백진과 이연화의 조합이 흥미로운 건, 경험에서 묻어나오는 빈틈없는 경력자의 노련함과 계약직인 데다 팀 내에서도 구박만 받는 막장 신입 기자의 패기와 열정이 의외의 시너지를 발생시킨다는 점이다. 물론 거기에는 미생 이연화가 기자로서 차츰 성장해가는 과정을 본다는 흐뭇함이 깔려 있고, 김백진과 멜로는 아니더라도 선후배 관계의 진전 같은 훈훈함이 존재한다. 

언론 적폐 청산의 이야기가 절실해진 요즘, 응당 해야 할 일들을 해나가는 바람직한 언론인들의 사투가 보여주는 심정적 지지는 그 어떤 것보다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대중적 열망을 담아 <아르곤>의 김백진과 이연화 조합에 대한 기대감도 더 커지고 있다.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시너지를 발휘하는 그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조합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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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완, 아이돌에서 연기돌, 연기돌에서 연기자로

이제 임시완에게 더 이상 아이돌이라는 지칭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2012년 <해를 품은 달>에 어린 허염 역할로 잠깐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그가 이렇게 빨리 성장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제국의 아이들이라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서 곱상한 외모가 연기보다 더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사진출처:영화<불한당>

하지만 2013년 <변호인>에서 국밥집 아들 진우 역할로 분해 갖은 고문을 당하는 청년을 연기하는 임시완에게서 아이돌의 이미지는 말끔히 지워져버렸다. 그 아픔이 관객에게 그대로 전해질 정도로 그는 진우의 그 처연하기까지 한 모습을 연기했다. 텅 비어버린 듯한 눈빛은 바로 그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아내기에 충분했다. 

연기자라는 호칭은 그러나 그렇게 호락호락하 게 주어지는 게 아니었다. 2014년은 그래서 임시완에게는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추락했다 상승하는 연기의 진폭을 보여준 해였다. MBC 드라마 <트라이앵글>에서 그의 연기는 그다지 주목되지 않았다. 마치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캐릭터는 과장되게 느껴졌고, 당연히 그 캐릭터는 시청자들을 몰입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그 해 말 <미생>이 다시금 그의 연기자로서의 진가를 끄집어냈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는 듯, 때론 안으로 감정을 누르고 때론 밖으로 터트려내며 임시완은 장그래라는 캐릭터를 통해 연기자가 되어갔다. 물론 그것은 너무 잘 맞는 옷이어서 그에게 넘어서야할 도전이 되는 캐릭터였다. 지금도 장그래의 잔상이 그에게서 느껴질 정도로.

그런 점에서 최근 개봉한 영화 <불한당>의 현수라는 인물은 이 장그래라는 옷을 벗고 임시완이 또 다른 옷을 챙겨 입었다는 점에서 그에게는 중요한 변곡점이 되는 캐릭터가 되었다. 작은 키에 어딘지 가녀리게까지 느껴지는 임시완의 이미지는 이 작품 속에서는 오히려 반전효과를 만들어냈다. 저렇게 예쁘장한 외모에서 어떻게 저런 폭발력이 나오는가가 놀라움을 줄 수 있을 만큼.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영화 도입 부분에 감옥에서 현수가 거구의 상대와 대결하는 장면을 보며 “어 저 놈 봐라”하며 짜릿한 쾌감과 끌림을 느끼는 재호(설경구)의 시선은 고스란히 관객들의 시선이 되었다. 그리고 그가 감옥을 나와 패거리들과 싸울 때 시계를 감은 주먹으로 상대방을 곤죽으로 만들어버리는 장면에서는 더 이상 연약한 이미지의 임시완은 사라져버렸다. 

<불한당>이 보여주는 재호와 현수의 피와 눈물이 범벅되는 브로맨스는 어떤 남녀 간의 멜로보다 더 진하게 그려진다. 그래서인지 남자들의 세계를 보여주는 액션과 그 속에서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내는 임시완의 연기는 굉장히 섬세하게 느껴졌다. 증오와 분노와 형제애 같은 정이 뒤범벅된 감정연기는 그래서 관객들을 그 인물 속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자기 모습에 가까운 캐릭터를 연기해내며 연기돌이라 불렸던 임시완은, 이제 사뭇 상반된 캐릭터 역시 연기해내면서 온전히 연기자라 불러도 될 만한 성장을 보여줬다. 이제는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을 추는 것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연기를 하는 모습이 더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변호인>부터 단 4년 사이의 일이라고 보기엔 놀라울 만큼의 성장이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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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발광 오피스’, 청춘 희비극이 제대로 먹히려면

웃프다. 아마도 MBC의 새 수목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를 한 마디로 설명하라면 이것이 아닐까. 시작부터 한 회사 건물 창을 부순 채 돌진해 들어가 소화기를 쏘며 “왜 그랬어요!”를 외치는 취준생 은호원(고아성)의 모습은 그녀가 처한 절실함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하지만 어딘지 과장된 절실함은 이 비극적인 청춘의 현실을 담은 드라마가 그 겉면으로는 코미디를 차용하고 있다는 걸 알게 해준다. 결국 한 바퀴 휘돌아 다시 그 건물 앞으로 돌아온 그녀는 창을 부수며 돌진하는 것이 그저 그녀의 상상일 뿐이었다는 걸 알려준다. 

'자체발광 오피스(사진출처:MBC)>

100번째 면접시험에서 면접관 서우진 팀장(하석진)에게 “백번이나 떨어지면 병신 아냐?”라는 말까지 들으며 굴욕을 참아냈던 은호원이 결국 그 시험에서도 떨어졌다는 걸 확인한 후 한강 다리 위에서 “삐뚤어질 거야”라고 말하는 대목은 슬프기 그지없다. 남들 스펙 준비할 때 생활고에 시달리며 갖가지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던 그녀에게 돌아온 말이 고작 “졸업한 지 3년이나 됐는데 뭐하셨나 그래”라는 비아냥이다. 애초부터 출발선이 다른 그녀에게는 그래서 평범하게 회사에 취직해 살아가는 일이 결코 평범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물론 지금의 취업현실은 누구에게나 취업 자체가 평범 그 이상일 수밖에 없는 일이 되어버렸지만.

그런데 중심을 잃고 의지와 상관없이 한강물에 빠졌다 구조되어 한 응급실에서 깨어난 그녀의 귀에 들리는 의사들의 이야기는 그녀를 더욱 절망에 빠뜨린다. 기껏 살아남았는데 시한부라는 것. 하지만 그 날 응급실에 자살시도를 하고 들어온 청춘이 자신만이 아니라 기택(이동휘)과 장강호(이호원)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 시한부의 확률이 3분의 1이라는 상황은 이 비극 속에 희극적 요소를 심어놓는다. 병원비가 없어 기택과 함께 응급실에서 도망치고 바깥에서 만난 세 사람이 자신들의 처지를 털어놓으며 절망 속에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그래서 슬프면서도 웃음을 준다. 

청춘들의 취업 현실을 담았다는 점에서 <미생>의 장그래(임시완)가 떠올려지지만 <자체발광 오피스>는 <미생>의 진지함과는 달리 조금은 가벼운 코미디적 요소를 덧붙였다. 그래서 그 이야기나 인물들의 상황은 지극히 현실적인 무게감을 주면서도 조금은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되었다. 지금의 청춘들이라면 그 웃픈 현실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게다. 특히 비극적 현실을 희극적 상황으로 풀어내는 방식은 너무 처질 수 있는 드라마를 경쾌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자체발광 오피스>의 첫 방 시청률은 고작 3.8%(닐슨 코리아)에 머물렀다. 도대체 어떤 부분이 부족했던 걸까. 물론 가장 큰 건 경쟁작인 KBS <김과장>이 떡 하니 버티고 있고 SBS <사임당, 빛의 일기> 역시 중장년층 시청층을 넓히고 있는 상황일 게다. <자체발광 오피스>만 놓고 보면 공감 가는 드라마인 건 분명하지만, 경쟁작들과의 상관관계 속에서 그 시청층을 들여다보면 이 드라마가 중장년층의 시선을 잡아 끌만한 매력적인 캐릭터나 상황이 없다는 점은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생>은 장그래만 있었던 게 아니라 오상식 과장(이성민)이라는 중년층이 몰입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었다. 하지만 <자체발광 오피스>는 적어도 첫 회에서는 그런 캐릭터를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김과장> 역시 김과장(남궁민)은 물론이고 추부장(김원해) 같은 중년들이 공감할 캐릭터가 세워져 있고, <사임당, 빛의 일기>는 초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설정을 최대한 줄이고 사극에 집중함으로써 중장년 시청층을 끌어들였다. 

<자체발광 오피스>는 그래서 그 작품 자체로는 빛이 나는 드라마인 건 분명하지만, 보편적인 시청층을 끌어들이기에는 어딘지 부족한 면들이 많이 드러난다. 웃픈 청춘들의 이야기는 충분히 공감가지만,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좀 더 폭넓은 세대의 이야기까지를 아우를 수 있는 캐릭터나 상황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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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3.20 13:48 신고 BlogIcon 공인모c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아성 복면가왕에 나왔던데~ 이쁘고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더라고요 ㅎㅎ드라마 재밌을거같네여 ㅋㅋ

기획 포인트 많은 <혼술남녀>, 그래서 메시지는?

 

tvN <혼술남녀>의 박하나(박하선)노그래라 불린다. 노량진 학원가에 들어온 장그래라는 의미다. 그녀가 공무원 수험생들을 위한 이 학원가에서 살아가는 모습은 저 <미생>의 장그래처럼 짠하다. 자신을 종합반에 넣어준 스타강사 진정석(하석진)가능성을 보고넣어줬다고 하자, 무얼 시킬 때마다 가능성 있는 제가라는 말을 수식어처럼 달고 말한다.

 

'혼술남녀(사진출처:tvN)'

그녀를 노그래라는 캐릭터로 세운 건 다분히 의도적이다. <미생>이 그러했듯이 직업의 세계에서 힘겨운 현실을 살아내는 주인공을 내세우기 위함이다. 그래야 보통의 샐러리맨들의 공감대가 커질 테니까. 게다가 그를 이끌어주는 상대로 진정석이라는 돈 잘 벌고 스펙 좋고 잘 나가는 남자를 세워둔 것도 일에서는 물론이고 사랑에 있어서도 어떤 판타지를 제공하려는 포석이다.

 

하지만 <혼술남녀>에는 또 하나의 기획 포인트가 있다. 그것은 혼술(혼자 마시는 술)’이라는 최근 나홀로족들이 늘어나면서 생겨난 새로운 나홀로 문화가 들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시작 부분에 항상 진정석이 혼술을 하며 왜 자신이 혼술을 하고 그게 왜 좋은지에 대한 내레이션이 들어간다.

 

또한 이 드라마에는 학원 강사들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직업의 세계만이 아니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취준생들의 공부만이 살길인 그 현실 이야기도 들어가 있다. 물론 이 이야기는 학원 강사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만 그것이 보여주는 공통의 주제의식 같은 것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통일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혼술남녀>는 여러 가지 트렌디한 요소들을 한 드라마 곳곳에 세워두었다. 물론 드라마가 다양한 측면의 이야기들을 던지는 건 나쁜 일이 아니다. 그만큼 이야기가 풍부하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이 많은 이야기들이 하나로 엮어지지 않으면 너무 산만해질 수 있는 단점이 있다. <혼술남녀>는 그런 점에서 보면 샐러리맨의 힘겨운 현실을 넣고 있지만 그것이 <미생>만큼 강렬하게 다가오지는 않고, ‘혼술문화를 담고 있지만 그 나홀로 문화가 어떤 함의를 갖고 있는지가 드라마의 메시지로서 전면에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취준생들의 이야기 역시 하나의 에피소드로 등장할 뿐, 전체 이야기의 맥락으로 묶어지지는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 남는 건 멜로뿐이다. 결국 박하나와 진정석이 일로 엮어지다가 사랑하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 그것은 아마도 혼술하던 진정석이 박하나와 함께 술을 마시게 되는 그런 그림으로 귀결되지 않을까. 그런데 이것은 애초에 혼술이라는 새로운 나홀로 문화를 제시할 때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그림은 아닐 것이다. 진정석이라는 혼술하는 캐릭터가 어딘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합리적인 개인주의자로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새로운 인간형이라는 것이 오히려 시청자들이 바라는 이야기다.

 

<혼술남녀>에서 학원강사 민진웅은 학생들을 위해 항상 새로운 패러디를 준비한다. <베테랑>의 유아인을 흉내 내기도 하고,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를 따라 하기도 하며 심지어 <곡성>의 황정민과 김환희를 패러디하기도 한다. 뜬금없이 등장해 패러디하는 모습은 우습다. 그런 깨알 웃음은 드라마에서도 중요하고 그래서 민진웅이라는 배우는 이 드라마의 미친 존재감으로 세워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런 하나하나의 재미들이 어떤 주제의식이나 맥락으로 엮어지지 않을 때 드라마의 힘은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혼술남녀>의 잔 펀치들은 굉장히 많다. 그래서 그 자잘한 이야기들이 주는 잔재미들 역시 많다. 하지만 지금 <혼술남녀>에 필요한 것은 그런 잔 펀치, 잔재미가 아니다. 그런 잔재미들을 깔아놓고 그저 멜로로 엮어 놓기에는 그 소재들이 가진 무게가 작지 않다. 샐러리맨들과 취준생의 현실이 그렇고 그들이 어쩌다 혼술을 하게 됐는가 하는 그 문화적인 이유들이 그렇다. <혼술남녀>에는 잔 펀치만큼 묵직한 한 방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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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남녀> 박하선못생김을 연기하려 작정했나

 

지금껏 박하선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던가? 아예 작정하고 망가지는 모습이다. tvN <혼술남녀>에서 박하선이 연기하는 박하나는 노그래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노량진 장그래의 준말. 노량진 학원가의 스타강사인 진정석(하석진)이 붙인 별명이다.

 

'혼술남녀(사진출처:tvN)'

학원판으로 <미생>을 패러디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혼술남녀>에서 박하나는 저 장그래가 그랬던 것처럼 치열한 학원가의 신출내기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원에서 알바를 하다 아예 강사로 주저앉았고 그 학원이 망하자 선배언니의 소개로 노량진에 입성했다. 어찌 보면 순수한 이 박하나에게 노량진이라는 세계는 단지 잘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버텨내기 힘든 곳이다.

 

선배언니인 황진이(황우슬혜)는 강의보다 몸매를 더 드러내는 것으로 학생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민진웅은 <베테랑>의 유아인, <내부자들>의 이병헌을 흉내내가며 마치 개그 프로그램에나 어울릴 법한 강의로 학생들을 끌어 모은다.

 

입만 열면 고 퀄리티를 달고 사는 고쓰(고 퀄리티 쓰레기) 진정석은 스타강사답게 불필요한 것 다 필요 없고 100% 시험에 나올만한 것들만 가르쳐 강의를 들으려는 학생들을 줄 세운다. 노그래 박하나에게 진정석은 그래서 <미생>의 장그래를 챙겨줬던 오상식 과장 같은 존재다. 그래서 진정석이 박하나를 자신의 종합반에 넣어준 것이 어떤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에 그녀는 어떤 희망 같은 걸 가진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학원가를 배경으로 한 <미생>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혼술즉 혼자 술을 마시는 새로운 세태를 포착해낸 드라마다. 즉 학원가에서의 <미생> 같은 치열함은 퇴근 후 마시는 술 한 잔이라는 지점으로 귀결된다. 그 곳에서 진정석은 혼자 술을 마시고 박하나는 막내답게 회식에서 현란한 폭탄주 제조 실력을 선보이며 기꺼이 망가진다.

 

학원이라는 치열한 전쟁터에서 한 발 물러나 술에 취한 박하나는 혼자 술을 마시는 진정석의 영역을 술기운으로 침범한다. 그녀는 혼자 술 마시는 걸 청승맞다고 할 정도로 혼술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성격이 쓰레기라 그런 것처럼 보이지만 혼자 마시는 술은 어찌 보면 그가 하루를 버텨내는 그만의 생존방식(자기힐링을 통한)으로도 보인다.

 

그 모든 것이 정돈된(그는 심지어 혈중 알코올 농도까지 체크하며 술을 마신다) 진정석에게 함부로 접근하는 캐릭터인 박하나라는 존재는 그래서 이 드라마가 술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남녀 관계와 직장 관계를 담아내는데 있어 중요한 관건이다. 박하나가 학원에서 민망할 정도로 박대당하고, 남녀 관계로서의 진정석 앞에서 한없이 오그라들면서도 술기운을 빌어 그의 완벽하게 정돈된 세계를 침범하는 건 그녀의 어리숙하고 자존감 바닥인 캐릭터 덕분이다.

 

박하선은 지금껏 다른 작품에서 보여 왔던 단아하고 단정한 모습을 아예 버리기로 작정한 듯 보인다. 박하나라는 캐릭터에 완전히 빙의되어 한껏 과장된 모습을 보여주고, 망가짐을 넘어서 못생김을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연기변신은 성공적이다. 그녀가 그간 갖고 있던 이미지를 확실히 무너뜨리고 있고, 그 과거의 이미지가 그녀의 발에 채우고 있던 족쇄를 풀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연기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분야가 코미디라고 했다. 그 이유는 코미디가 단지 웃기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어떤 진정성 같은 걸 담고 있을 때 희비극의 쓸쓸함이나 슬픔 같은 것도 동시에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혼술남녀>는 적어도 박하선이라는 배우에게는 그래서 하나의 전기가 되어줄만한 작품이다. 망가지는 모습은 한없이 우습지만 그 이면에 남는 짠함은 그녀가 분명 진정한 코미디 연기의 세계로 들어왔다는 걸 보여주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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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9.17 15:52 누룩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박하선양은 하이킥때 망가지는모습을 많이보여줬죠ㅎㅎ코믹연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무한상사’, 유재석부터 정형돈까지 보인 연기의 진정성

 

이 정도면 배우를 해도 별 무리가 없을 듯싶다. 그저 한 편의 영화라고 해도 될 법한 연기들의 향연이 이들 <무한도전> 멤버들에 의해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예전의 무한상사를 떠올려 보라. 과장된 연기가 대부분이었고, 그 목적은 당연히 웃음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번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편은 완전히 결이 달랐다. <시그널> 김은희 작가가 펜을, 장항준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연기는 진지할 수밖에 없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함께 출연한 배우들의 면면은 <무한도전> 멤버들을 주눅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시그널>의 김혜수와 이제훈은 물론이고 <미생>의 김희원과 전석호, 손종학 그리고 <곡성>의 쿠니무라 준과 김환희까지.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와 영화 속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다. 그들과 함께 연기를 한다는 것은 얼마나 큰 부담이었을까.

 

지난 주 방영됐던 전편이 조금은 심심하고 낯설게 느껴졌다면 본격적인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전개된 후편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의 긴박감과 몰입감을 선사했다. 역시 김은희 작가 특유의 쫄깃한 긴장과 반전이 있는 전개였다. 그러면서도 출연자들을 배려한 듯 <시그널><미생> 그리고 <곡성><베테랑>까지 여러 작품들을 떠올리게 하는 패러디 장면들이 곳곳에 박혀 있었다.

 

무엇보다 연쇄적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이 모두 갖고 있던 오르골을 통해 직장인들의 처절한 현실을 담아내는 주제의식도 빼놓지 않았다. 누군가 돌려줘야 돌아가고 힘이 다할 때까지 무한 반복해서 일을 하는 그 처지. 유부장이 오르골을 보며 느꼈다는 그 감정은 아마도 우리네 회사원들 역시 공감할만한 것이었다.

 

이런 진지한 정극 속에서 최고의 베테랑 배우들과 함께 보인 <무한도전> 멤버들의 연기는 더할 나위가 없었다. 초반 추격전 장면으로 극의 긴장감을 불어 넣어줬던 유재석은 권전무(지드래곤)의 사주를 받았던 하하를 설득해 마음을 바꾸게 하는 장면에서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비리를 저지르기보다는 조금 모자라게 사는 편이 낫다며 모든 게 자기 잘못이라 말하는 유재석에게서 진심이 느껴졌다.

 

하하와 정준하는 이미 연기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 작품을 전체적으로 끌고 가는 연기의 힘을 보여줬다. 마키상(쿠니무라 준)에게 권전무의 전화번호 숫자를 들을 후 일본말을 못 알아듣는 정준하에게는 그것이 출국일자라고 거짓말하는 대목에서는 하하의 연기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고, 바보스러우면서도 선한 심성으로 끝까지 의문을 파헤쳐가는 정준하는 웃기면서도 짠한 면면이 느껴졌다.

 

이번 작품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은 역시 지드래곤이다. <베테랑>의 유아인을 패러디하는 장면에서도 그는 전혀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괜찮은 연기를 보여줬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악역으로서 그가 서 있었기 때문에 팽팽한 긴장감이 끝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지드래곤이 가진 연기자로서의 가능성도 엿보였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오랜 만에 이 작품을 통해 등장한 정형돈의 존재감이다. 그는 뺑소니로 쓰러진 유재석의 꿈에 나타나 부장님 힘내세요. 지금은 고통스럽고 힘겨워도 이겨내야 한다. 빨리 회복하셔서 다 같이 웃으면서 꼭 꼭 다시 만나요라고 말함으로써 연기에 그의 실제 진심을 담았다. 짧은 출연이었지만 정형돈의 출연은 이 작품이 가진 주제의식, 즉 회사원의 매일같이 뱅뱅 돌아가는 힘겨운 삶과 여기 출연하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처지를 잘 묶어내는 효과를 만들었다.

 

역대급 정극 연기였다. 이런 자세로 임한다면 연기를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 그간 <무한도전>을 통해 웃음을 주었던 이들에게서 웃음이 아닌 진지함을 느끼고 그 연기에 시청자들이 빠져들었다는 건 그 진정성이 전해졌다는 걸 말해준다. 좋은 작품이었고 좋은 연기였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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