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678)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4467)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Total13,198,757
Today79
Yesterday249

‘땐뽀걸즈’, 혹독한 현실 우리에게 판타지가 필요한 까닭

KBS 월화드라마 <땐뽀걸즈>가 종영했다. 종영했지만 이 작품이 남긴 여운은 꽤 오래 갈 것 같다. 최고 시청률은 고작 3.5%(닐슨 코리아). 평균 시청률이 2%대지만 시청률 하나만으로 재단할 수 없는 드라마다. 올해 KBS 드라마들을 통틀어 봐도 이 작품만큼 예쁘고, 가슴을 울리게 하는 감동과 함께 삶의 의미까지 담아낸 작품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땐뽀걸즈>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걸까. 

실제 거제여상의 댄스스포츠 동아리와 이 동아리를 이끈 이규호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은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드라마화한 것이기 때문에 비교점이 만들어지는 건 당연하다. 실제 사실을 이기는 허구는 존재하기 어렵다. 그래서 별다른 극적 구성없이 이규호 선생님의 헌신적인 교육자로서의 삶과 그가 보듬은 댄스스포츠 동아리의 아이들의 현실을 담담히 담아낸 다큐멘터리의 감동을 드라마가 그대로 재연해내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래서 드라마 <땐뽀걸즈>는 그 소재를 드라마적인 메시지로 재해석했다. 결국 다큐멘터리가 담은 메시지이기도 했지만, 드라마는 왜 거제여상에서 쉽지 않은 현실을 살아내는 이 아이들이 댄스스포츠 같은 별 현실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 열심히 빠져 들었는가를 질문한다. 당장 아르바이트를 해야 생계를 이어갈 수 있고, 대학을 간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인 이 아이들은 겨우 겨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전선으로 뛰어드는 걸 당연한 삶처럼 받아들인다. 

청춘이 가진 특유의 발랄함이 가려서 일견 아무 고민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저마다 하고 싶었던 일들을 스스로 접게 된 나름의 아픔들이 숨겨져 있다. 영화감독이 꿈인 김시은(박세완)이 그렇고 모델이 꿈인 양나영(주해은), 한 때는 유도 유망주였지만 부상을 핑계로 꿈을 접은 이예지(신도현) 또 본래 춤에 관심이 있고 소질도 있지만 아버지 권동석(장현성)에게 그걸 드러내지 못하는 권승찬(장동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그냥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주어진 일들을 하며 살아내지만, 이규호 선생님(김갑수)은 이들에게 댄스스포츠를 통해 무언가를 이뤄내는 순간을 만들어주고 싶어 한다. 물론 학교를 졸업시키기 위한 선생님의 유인책이지만 댄스스포츠 같은 전혀 현실에는 무익하다 싶은 일이 아이들을 변화시킨다. 그 순간 아픈 현실을 잠시 잊고 빠져들게 되고, 그렇게 대회에 나가 노력을 인정받으면서 그것이 잠시 간의 판타지였을 지라도 그들이 앞으로 살아나가는데 오래도록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복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래서 <땐뽀걸즈>는 애초 다큐멘터리가 보여줬던 거제여상의 댄스스포츠반 아이들의 이야기에서 확장되어 ‘우리는 왜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꿈을 꾸는가’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로 확장된다. 영화감독이 꿈인 김시은이 대학 면접에서 왜 영화를 하려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내놓은 답변은 그래서 이 드라마가 하려는 보편적인 메시지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세상에서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고 싶어서요. 영화는 가짜잖아요. 현실은 진짜고. 전 사람들이 현실을 잊기 위해서 영화를 본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저는 그렇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영화를 만드는 작업 자체가 환상을 파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래서 제가 더 좋아하는 것도 있고. 뭐 그 환상이 가짜고 사탕발림에 불과하다고 해도 전 그거를 보는 사람들이 순간만큼이라도 행복을 느끼면 그 영화만큼 진실한 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순간 만큼은요. 그래서 저는 그런 마법 같은 순간을 만들고 싶어요.”

김시은이 말한 건 다름 아닌 현실에 치여 꿈꾸지 않던 자신들을 댄스스포츠라는 환상(?)을 통해 순간만이라도 행복하게 만들어줬던 이규호 선생님에 관한 이야기였다. 무익한 환상처럼 보였지만 그 순간의 행복들이 있어 그 어려운 현실들을 버텨내고 통과해낼 수 있었다는 것. 그건 어쩌면 이 작은 드라마가 서 있는 지점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현실적으로는 낮은 시청률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래도 꿈을 꾸었던 그 순간들만큼은 충분히 행복감을 주었던 드라마가 바로 <땐뽀걸즈>이기 때문이다. 꿈은 사치라고 말하는 현실에 꿈이 있어 비로소 버텨낼 수 있다고 말해주는.(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남자친구'가 담은 직진하는 사랑과 지켜주는 사랑

“저 돈 좀 있습니다”라며 당돌하게 모두가 듣는 자리에서 차수현(송혜교)과 자신의 관계를 드러낸 김진혁(박보검)은 현실을 잘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이제 사회 초년생으로 하나하나 현실을 겪으며 시행착오를 통해 조금씩 그것이 만만찮다는 걸 알아가는 중이다. 그가 다소 엉뚱하게도 “돈 좀 있습니다”라고 말한 건, 스캔들로 포장된 관계 때문에 차수현이 처한 곤혹스런 상황에서 잠시 동안 두 사람만의 기억 속으로 그를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그 말은 쿠바에서 차수현이 처음 김진혁에게 “돈 좀 있어요?”라고 물었던 그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니까. 맥주 한 병을 마실 수 있는 돈. 그거면 사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질 수 있었던 기억. 그래서 그 순간 차수현은 만만찮은 현실 때문에 눈물이 차오르면서도 입가에는 미소가 피어날 수 있었다.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가 담아낸 이것은 김진혁의 사랑법이다. 그는 서툴고 현실을 모른다. 하지만 그걸 굳이 부정하거나 숨기려 하지 않는다. 차수현에게 솔직하게 자신은 사랑을 “책으로 배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차수현을 통해 그 책으로 배운 사랑을 몸소 느끼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현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무모하게 차수현 같은 존재에게 직진할 수 없었을 게다. 가진 것의 차이나 회사 내에서의 관계 같은 것들이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겨져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테니.

하지만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어 보이는 김진혁은 동화호텔의 연말 행사로 가면무도회 콘셉트의 파티를 기획하면서 거기에 차수현과 가졌던 추억을 더해 넣는다. 쿠바의 어느 뒷골목에 자리한 라틴 댄스를 추는 곳에서 두 사람이 함께 춤을 추었던 추억. 그러고 보면 가면무도회도 그 시간만큼은 공적인 얼굴을 숨기고 솔직한 자신의 모습으로 즐기라는 김진혁의 천진한 상상이 더해진 것처럼 보인다. 그 곳은 동화호텔의 공적인 행사 자리지만 차수현과 김진혁은 두 사람만의 사적인 추억 속에서 만나 첫 키스를 나눈다.

김진혁의 사랑법은 그래서 흔히 말하는 현실(공적인 의미가 강한)을 살짝 벗어나 진정한 자신과 마주하게 만드는 사랑이다. 무수히 많은 이름을 가진 관계들이 존재하지만 사랑은 두 사람만이 공유하는 경험과 기억으로 충분하고, 또 그래야 한다고 김진혁은 믿는 것 같다. 그러면서 김진혁 또한 현실을 조금씩 알아간다. 속초로 발령이 난 사실이 그 현실을 말해준다. 하지만 그걸 되돌리려는 차수현을 막으며 자신이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돌아오는 걸 봐달라고 한다. 그는 현실을 모른 채 무모하게 이 사랑에 뛰어들었지만, 사랑이 깊어지면서 조금씩 현실을 실감하고 그 속에서 성장해간다.

김진혁이 현실을 몰라 그 순수함으로 직진하는 사랑이라면 정우석(장승조)의 사랑법은 정반대다. 현실을 너무나 잘 아는 정우석은 자신과 함께 있는 것이 차수현을 불행하게 만들 거라는 걸 알고는 가짜 불륜까지 만들어 이혼을 함으로써 그를 놓아준다. 정우석의 마음을 알고 있는 그의 어머니 김화진(차화연)은 그래서 다시 아들과 차수현을 재결합시키려 하지만 정우석은 그래선 안된다는 걸 알고 있다. 그것은 다시 차수현을 불행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우석은 이것을 ‘오빠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사랑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거리는 두어야 상대방이 행복해질 수 있는 그 관계 속에서 ‘지켜주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멀리서 바라보며 차수현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김화진의 행동들을 정우석이 막고 있는 건 그래서다.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그가 말했을 때 차수현은 그 진짜 의미를 알지 못한다. 그만큼 정우석은 차수현을 지키기 위해 거리를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친구>는 물론 차수현과 김진혁의 사랑을 담은 드라마지만, 정우석이라는 인물의 사랑법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면면이 있다. 다소 동화적인 느낌을 주는 차수현과 김진혁의 사랑과 대비되는 현실의 무게가 드리워진 그의 사랑 또한 주목되는 면이 있어서다. 과연 차수현과 김진혁의 현실을 뛰어넘는 사랑은 어떻게 될까. 이를 위해 정우석은 또 어떤 자신만의 사랑의 방식을 보여줄까.(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알함브라'가 현빈이 겪는 증강현실로 말하려는 건

점점 빠져들더니 어느새 게임과 현실이 중첩된 이 세계가 불러일으키는 긴장감과 공포, 설렘, 흥분 같은 것들을 느끼게 되었다. tvN 주말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이 마법 같은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는 과정은 우리가 게임에 몰입해가는 과정을 그대로 따라간다. 돌이켜보면 이 세계를 만든 정세주(찬열)가 스페인 그라나다로 들어오는 열차에서 갑자기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기타음악이 흐르며 먹구름에 비가 내리기시작하더니 누군가에게 총에 맞는 장면은 일종의 게임 오프닝에 해당했다.

그리고 그 게임에 투자하기 위해 유진우(현빈)가 정세주가 만나자 했던 그라나다의 보니따 호스텔에 오게 되고 그 날 밤 광장에서 현실과 가상이 겹쳐진 증강현실 게임을 밤새도록 하는 과정은 튜토리얼이다. 그리고 본 게임은 이 증강현실 게임에 대한 투자를 두고 라이벌 관계에 있는 차형석(박훈)과 유진우가 게임으로 연결되어 한 판 승부를 벌이면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그 장면을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였지만, 사실 이들이 왜 현실에서 만나 대화나 주먹질로 싸우지 않고 하필이면 증강현실 게임 속에서 대결을 하게 됐다는 건 흥미로운 대목이다. 한 때는 친구이자 동료였지만 회사를 나가 독립하고 심지어 전처까지 빼앗아간 차형석에게 아마도 유진우는 살의까지 가졌을 게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살인을 한다는 게 용납되지 않는다. 그러니 게임 속에서 캐릭터와 칼을 들고 이들은 한 판 대결을 벌인다. 그것이 실제적인 죽음에 이르게 하지는 않을 테지만 마치 실제 같은 복수심이나 통쾌함을 대리해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즉 이 부분은 우리가 어째서 이 가상의 게임을 진짜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대한 단서가 들어있다. 우리는 그것이 진짜라서가 아니라 현실에서는 얻을 수 없는 어떤 것을 대리해 얻을 수 있으리라 여기기 때문에 진짜처럼 받아들인다. 가상은 그래서 현실이 된다. 하루 종일 우리가 실제처럼 게임에 빠질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부의 시선으로 보면 그렇게 컴퓨터 모니터에 혹은 스마트폰의 액정을 들여다보고 열중하고 있는 게임하는 이들은 그래서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정작 그 게임을 하는 이들은 실제처럼 그 세계에 감정을 쏟아넣는다.

유진우와 차형석이 어느 공원에서 증강현실 게임으로 대결을 벌이고, 결국 차형석이 처참하게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짐으로써 패배하자 승리에 기쁨에 차 그 자리를 떠나는 유진우는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는 이것이 그저 게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 날 그 차형석이 진짜 죽은 채 발견되고, 며칠 후 기타선율과 비구름 속에서 그가 마치 좀비처럼 다시 나타나 유진우를 공격해 죽을 위기에 몰렸을 때 그는 자기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깨닫는다. 사실 차형석을 죽인 건 바로 자신이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도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게임 속 세계와 현실이 중첩되며 벌어지는 사건은 실제로는 벌어질 수 없는 일이다. 가상의 공격이 물리적 타격을 줄 수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을 하면서 그 가상 세계에서 실제처럼 감정의 오르내림과 그래서 생겨나는 호흡과 심장박동을 느껴본 이라면 그걸 그저 비현실로만 말하지 못할 게다. 가상의 작동은 이렇게 현실의 감정과 더해져 가능해진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그리는 판타지의 세계가 특별하게 그려지는 건, 그것이 이 곳에서 저 곳으로 넘어간 세계가 아니라 이 곳과 저 곳이 겹쳐진 세계라는 점 때문이다. 유진우는 병실 바깥에 나타나 있는 사이버 좀비 같은 차형석을 피하기 위해 정희주(박신혜)에게 다급하게 문을 열지 말라고 외친다. 하지만 정희주에게는 그 차형석 같은 존재가 보이지 않는다. 흔히 현실 위에 글자 같은 게 더해지며 올라오는 증강현실의 세계를 우리는 막연히 신기하게만 바라봤지만 누군가에게는 보이고 누군가에게는 보이지 않는 세계가 존재한다는 건 사실 오싹한 일이다.

차형석의 칼에 맞고 쓰러져 이제 죽을 위기에 처한 유진우 앞에 갑자기 정희주가 등장함으로써 그 위기를 벗어나는 장면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그건 정희주라는 인물이 이 빠져나올 수 없는 세계로부터 유진우를 구원해줄 존재라는 걸 암시하면서, 동시에 가상의 세계를 가로막는 현실적 존재의 의미가 더해져 있어서다. 유진우는 정희주를 끌어안고 가상의 세계로 빠져 들어가는 자신을 그가 현실의 감각으로 이끌어 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건 어쩌면 이 드라마가 하려는 중요한 메시지이기도 할 것이다.

사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펼쳐놓은 가상과 현실이 중첩된 세계에서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는 예측하기도 어렵고 또 예측할 필요도 없다. 그저 그 겹쳐진 세계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며 마치 실제처럼 몰입하고 긴장감과 이완 그리고 피어나는 감정들을 경험하면 될 뿐이다. 어쩌면 이 기상천외한 드라마는 그 과정 자체가 메시지라고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이상한 세계를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고, 그 속에 빠져버린 유진우에게 몰입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증강현실의 세계 속에 들어와 있는 우리의 현실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니.(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현빈과 박신혜라 더 믿게 되는 '알함브라'의 가상현실

송재정 작가의 전작 드라마인 <W>를 본 시청자라면 tvN 주말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이와 비슷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이라는 걸 일찌감치 감지했을 게다. <W>가 만화와 현실 세계의 경계를 넘나든다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게임과 현실 세계의 경계를 넘나든다. 하지만 쉬워 보여도 게임이라는 가상과 현실 세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그것을 시청자들에게 믿게 만들고 나아가 빠져들게 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도대체 송재정 작가는 어떤 마법을 부린 걸까.

게임과 현실 세계를 넘나들 것이란 암시는 이미 첫 회에 잠깐 등장해 누군가에게 쫓기다 사라져버린 AR게임을 개발한 정세주(찬열)의 이야기로 전해진 바 있다. 그래서 그의 게임에 투자하기 위해 스페인 그라나다에 왔다가 놀라울 정도로 실감나는 그 증강현실 게임 세계에 유진우(현빈)가 점점 빠져드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는 이 새로운 세계에 익숙해지고 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유진우는 광장 한 가운데 거대 석상으로 서 있는 나사르 왕국의 전사가 갑자기 살아 움직이며 자신을 공격해 오고 그와 싸우기 위해서는 그 곳 카페 화장실에 있는 비밀고리를 잡아당겨 녹슨 철검이라도 구해 와야 한다는 걸 알게 된다. 밤새도록 화장실을 오가며 전사와 싸운 유진우가 날이 밝아오는 아침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를 해치우고 레벨을 올리는 과정은 시청자들이 이 세계로 들어가는 튜토리얼인 셈이다.

그리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앞으로 그려나갈 세계를 드디어 드러내는 대목은 유진우의 오랜 라이벌인 차형석(박훈)이 증강현실 게임 속에서 대결하다 그에게 지고는 사체로 발견되는 장면이다. 그저 게임인 줄로만 알았던 세계가 갑자기 현실이 되어버리면서 가상과 현실은 그 경계를 침범해 버린다. 역시 2회 마지막에 살짝 등장한 1년 후 유진우가 그라나다로 들어가는 기차 안에서 일단의 세력들에게 쫓기며 총알 세례를 받는 장면은 그 1년 간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가를 시청자들로부터 상상하게 만든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이 가상이 현실로 침범해오는 마법의 세계를 유진우가 겪게 되는 증강현실 게임의 세계를 통해 보여주면서 동시에 정희주(박신혜)에게 벌어진 마법(?) 같은 현실 이야기를 더해 넣는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유진우가 만성 적자에 빚만 늘어가던 호스텔을 100억을 주고 구입하는 것. 유진우는 그 게임의 특허를 등록한 가족법인 보니따호스텔을 소유하기 위해 그런 엄청난 비용을 치르는 것이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정희주에게는 이 일이 마법 같은 사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조금씩 가상의 세계로 빠져 들어가는 과정은 우리가 게임에 점점 빠져들 때 느끼는 비현실감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마도 처음부터 게임과 현실이 연결되었고 그래서 게임에서 진 누군가가 실제로 시체로 발견되었다고 했다면 믿기 어려웠을 이야기는, 유진우가 그 게임에 빠져들고, 그 과정을 또한 시청자들이 같이 경험하면서 어느새 그럴 듯한 이야기로 믿게 만든다.

지금 돌아보면 스페인의 그라나다라는 이국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한 것도 그저 이국적인 배경만이 아니라 이런 몰입감을 높이기 위한 장치처럼 보인다. 아무래도 우리네 현실 공간 위에서 벌어지는 비현실은 현실의 침범으로 몰입이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 먼 곳을 사건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건 게임이라는 비현실과의 접합을 더 용이하게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것은 또한 현빈과 박신혜라는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운 데도 적용되는 대목이다. 이들은 현실의 인물이면서 동시에 게임 속으로 들어가도 이물감이 별로 없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외모를 갖고 있는 인물들이다. 어느 카페에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기타로 연주하는 게임으로 만들어진 정희주를 만나는 유진우의 한 장면은 그래서 가상과 현실이 마주하는 것이지만 진짜로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게임에 빠져들며 현실감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어느 새 이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열려버린 세계에 들어가게 된 시청자들은 이제 유진우와 정희주가 겪게 될 모험과 그 모험을 통해 만들어질 마법 같은 관계를 기대하게 된다. 단 몇 회 만에 매혹되게 만든 송재정 작가의 마법이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골목식당', 라면 하나 못 끓이면서 분식집은 왜 여나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던 백종원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식당을 하라고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준비 없으면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성내동 만화거리의 식당들을 보면 왜 백종원이 그런 이야기를 했는가가 이해된다. 이렇게 준비가 하나도 안 된 식당들이 덜컥 장사에 뛰어들고 있으니 말이다.

해외에서 요리를 공부하고 돌아와 와인집을 낸 동생의 제안으로 5년 동안 근무하던 어플회사를 그만두고 피맥집(피자맥주집)을 오픈한 7개월차 초보 사장은 자신의 가게의 정체성이 피자집인지 맥주집인지조차 잘 모르고 있었다. 본인은 맥주집이라고 했지만, 메뉴판을 보면 맨 앞장에 피자 메뉴가 들어가 있어 누가 봐도 피자집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정작 가게 전면은 맥주병들이 인테리어랍시고 그냥 널려 있어 전혀 피자집으로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이 집은 손님이 별로 없는 이유가 그 정체성조차 애매하기 때문이었다.

또 시그니처 피자라고 해서 시켜놓고 보니 토핑이 보이지 않고 토마토소스만 위에 발라져 있었다. 나름 아이디어라고 토핑들을 안쪽에 넣고 위 아래로 도우를 덮어 구워낸 것이지만, 백종원은 그 비주얼만 봐서는 “주문 안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맛 역시 밀가루맛과 소스 맛이 강해 재료들이 어우러지지 않고 겉돈다고 했다. 결론은 맛이 없다는 것. “최악”이라고 백종원은 최종 평가했다.

짬뽕이 대표메뉴라는 중식집에서는 탕수육 고기에서 나는 냄새의 원인이 잘못된 해동과정에 있었다는 게 밝혀졌다. 냉동 돼지고기를 가져와 비닐을 벗기고 물에 해동을 하기 때문에 세균에 노출될 위험이 커졌던 것. 결국 그 때 그 때 소진되지 않는 재료는 더 빨리 상할 수 있었다. 냄새는 거기서 비롯된 것이었다. 또한 짬뽕의 국물 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 이유가 육수를 온장고에 보관하는 것과 조리 후 바로 음식을 내놓지 않을 때 무쇠 웍에서 나는 냄새라는 걸 백종원은 알려줬다.

생각해보면 보통의 피자맛을 제대로 내지 못하면서 아이디어라고 엉뚱한 방식으로 피자를 만드는 피맥집 사장이나, 꽤 장사를 해왔음에도 잘못된 습관이 하나 둘 합쳐져 제대로 된 짬뽕국물 맛을 못 내고, 심지어 쉰내가 나는 탕수육을 내놓은 중식집 사장이나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러니 장사가 될 리가 있을까.

하지만 더 심각한 집은 분식집이었다. 집에서 아이들이 맛있다고 해서 덜컥 창업까지 하게 된 분식집 사장님은 장사의 현실을 잘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백종원이 내놓은 미션은 손님들을 두 조로 나눠 장사의 ‘천국(환상)’과 ‘지옥(현실)’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느긋하게 타이밍을 맞춰 주문하는 손님들을 맞으며 기분 좋아하던 분식집 사장은, 한꺼번에 여러 개를 동시에 시켜대는 손님들 앞에서 당황하며 땀을 뻘뻘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라면을 끓이는 방식이 특이했다. 물을 먼저 끓이는 게 아니라 찬물에 스프와 면을 동시에 다 집어넣고 뚜껑을 닫은 채 딱 3분 타이머가 돌아가는 동안 끓여서 그냥 내놓는 방식이다. 한때 백종원이 요리 프로그램에서 했던 말처럼, 라면을 가장 맛있게 끓이는 방법은 거기 봉지에 적혀있는 대로 끓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찬물에 면까지 넣어 끓이면 퍼질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면발을 쫄깃하게 하려면 뚜껑을 열고 면을 몇 번쯤은 들었다 놨다 해야 된다.

그런데 분식집 사장님은 2인분을 시켜도 4인분을 시켜도 한꺼번에 스프와 면을 다 집어넣고 3분 타이머를 돌리는 식으로 라면을 끓였다. 그러다 보니 면이 풀어지지 않은 채 그냥 그릇에 담겨져 나오기도 하고, 물이 쫄아 버려 짜게 되면 뜨거운 물을 넣어 간을 맞추는 식으로 라면을 내놓기도 했다. 사실 분식집에서 라면은 기본 중에 기본이 아닌가.

백종원이 분식집 사장에게 장사의 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경험하게 해준 건, 어쩌면 그 분만을 위한 미션은 아니었을 게다. 그건 너무 쉽게 창업을 생각하는 우리네 현실에 경각심을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 도대체 피자 하나 못 만들면서 피자집을 내고, 라면 하나 제대로 끓이지 못하면서 분식집을 내는 용기는 어디서 나온 걸까. 결국 장사가 안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런 처지가 된 건, 아무런 준비 없이 막연한 환상으로 뛰어드는 창업 그 자체 때문이 아닐까. (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피렌체 간 ‘알쓸신잡3’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들은

“메디치가는 피렌체 지역의 만석꾼. 우리 개념으로 하면 만석꾼이죠. 왜 유명해졌냐하면 이 만석꾼이 그냥 돈만 밝힌 게 아니고 예술적인 성취를 중요하게 여기고 예술가를 키우고 후원하고 그 사람들이 실력발휘를 할 수 있게 뭘 짓고 이런 걸 엄청 많이 한 거예요. 예술을 아는 그래서 돈을 좀 쓴 만석꾼.” tvN <알쓸신잡3>가 찾아간 피렌체의 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나누는 수다에 이 지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메디치가를 유시민은 그렇게 평가했다. 

실제로 피렌체 곳곳에는 메디치 가문의 흔적들이 남아있었고, 이들이 후원한 예술가들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도나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포함해 브루넬레스키, 기베르티, 미켈로소, 마사초, 알베르티, 마르실리오 피치노, 베로키오, 프란체스카, 프라안젤리코, 갈릴레오 갈릴레이 등등 부지기수였다. 두오모 성당으로 유명한 피렌체가 왜 그토록 예술적이고 아름다운 도시적 풍모를 갖게 되었는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피렌체로 오는 길 버스 안에서 나눈 대화 속에서 김진애 교수는 “다른 예술도 그런 점이 많겠지만 건축은 특히 자본과 권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한 바 있다. 도시의 아름다움은 위대한 예술가들과 건축가들에 의해 상상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실현되는 건 그 도시를 움직이는 자본과 권력이 어떤 방향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 피렌체는 그 역할을 메디치 가문이 했다. 예술에 지원한 이 가문으로 인해 많은 예술가들이 탄생했고, 도시 곳곳에서 무언가를 지을 때마다 공정하게 이뤄지던 일종의 오디션을 통해 그 예술가들의 아이디어들이 받아들여졌다. 

물론 개발이라는 것이 모두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피렌체의 현재 모습을 우리의 서울과 비교해보면 여러모로 씁쓸해지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금의 우리네 서울의 모습은 과거를 밀어내고 특징 없는 고층아파트들이 도처에 세워진 풍경이 아닌가. 도시의 정취보다는 아파트의 가격이 그 도시를 특징 짓게 만든 현실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권력과 자본을 가진 결정권자들이 해온 일련의 선택들이 물론 당대에는 중요한 일이었을 수 있으나 후대에는 깊은 후유증을 남기고 있으니 말이다.

두오모 성당 설계에 얽힌 브루넬레스키의 이야기 역시 우리로써는 부러울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당시에는 이러한 건축에 있어서 모든 걸 ‘설계 경기(일종의 오디션)’를 통해 했다는 김진애 교수는 두오모 성당의 상부 원형 구조의 덮개 아이디어가 천재가 아니면 가져올 수 없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지붕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이중 구조를 만들고 비계가 필요 없이 격자형태(헤링본)로 벽돌을 쌓는 방식을 채택했으며 윗부분에 구멍을 만들어 내부에서 생길 수 있는 압력문제까지 해결했다는 것. 

하지만 이러한 천재적인 아이디어보다 더 놀라운 건 이 두오모 성당이 브루넬레스키가 지은 첫 번째 건축물이었다는 점이었다고 김영하는 말했다. 그 설계 경기가 얼마나 공정했는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었다. 금공예가로 이름을 날렸던 브루넬레스키였지만 건축 분야는 처음이었다는 것. 그럼에도 그의 아이디어가 채택되었다는 건 그만큼 이 오디션이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었다. 스펙사회로까지 불리는 우리로서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더더욱 놀라웠던 건 김영하와 유시민이 방문했던 브루넬레스키가 설계한 인노첸티 고아원의 이야기였다. 1445년에 시민들의 후원으로 개원해 지금껏 600년 간 실제로도 운영되고 있는 인노첸티 고아원. 그 곳 2층에는 놀랍게도 보티첼리 같은 유명한 예술가들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김영하와 유시민을 놀라게 한 건, 은행 개인 금고처럼 된 작은 상자들 속에 무려 몇 백 년 전에 아이를 놓고 갔던 부모가 놓고 간 증표를 지금껏 보존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반쪽만 있는 증표들 중에는 소박하기 그지없는 단추 같은 것들도 있었다. 김영하는 “이런 고아원은 있지만 이런 걸 보존한 고아원은 여기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유시민은 “이탈리아라는 이 사회가 500년, 600년 기록을 이렇게 유지하는 사회인데 국가는 1500년 넘게 없었지만 근데 우리보다 1인당 GDP도 높고 인구도 많은 나라인데 이렇게 되는 게 무엇 때문인가를 느끼며 한 대 얻어맞았어요.”라고 말했다. 유시민은 이어 “이탈리아에 대한 선입견이 없어졌다. 이탈리아 시민 사회가 그렇게 만만치 않다는 걸 느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도 이런 시설이 있냐”고 묻는 직원분의 질문을 잘못 들어 “많다”고 말했지만 “몇 년 됐냐”는 질문에 민망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우리는 그렇게 남기는 것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탈리아도 1992년에 부패척결운동으로 벌어진 ‘마니 풀레테’처럼 큰 곤욕을 겪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 근간에도 남아있는 인노첸티 고아원 같은 곳에서 느껴지는 문화적 저력은 부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조선의 그 찬란하고 예술적이었던 공간들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내져 점점 사라져가고, 과거의 유산들을 예술적으로 받아들여 보존해나가기보다는 당장의 자본적 이익으로 바꿔나가는 우리네 현실이 가진 경박함이 못내 씁쓸하게 다가왔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아파트 숲을 만들고 거기서 모자라 4대강까지 밀어버린 이들이나, 예술가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게 해주기는커녕,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핍박했던 이들이 사실상 개발시대를 이끌었던 권력가와 그 가문들이라는 점은 그래서 아프게도 다가온다. 지금 현재에 이르러 초라한 끝을 보고 있으니. 지금이라도 피렌체가 가졌던 예술과 문화와 시민사회의 위대함을 우리도 깊이 숙고해봐야 하지 않을까 <알쓸신잡3>가 피렌체를 보여주며 우리에게 시사하고 있는 것들이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알쓸신잡3’, 그리스 가서도 우리 현실을 이야기한다는 것

같은 장소에 가도 저마다 생각이 다르고 보는 것들이 다르다. tvN <알쓸신잡>이 굳이 ‘잡학’을 내세우면서도 여행을 콘셉트로 삼은 이유다. 특정 여행지를 둘러보고 돌아온 잡학박사(?)들이 저녁에 모여 그 날 여행에서 느꼈던 것들을 지식수다로 풀어내는 것. 같은 장소에 갔지만, 그곳에서 떠올리는 건 저마다 다르고, 또 그렇게 나온 수다가 또 다른 분야에 관심이 있는 박사들의 이야기로 다채로워지는 과정은 실로 ‘신비로운’ 느낌마저 주었다. 

<알쓸신잡3>는 그 여행지를 확장해 해외로 나갔다. 그 첫 여행지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이들이 처음 풀어놓은 수다의 소재는 왜 하필 해외 첫 여행지를 그리스로 택했는가 하는 점이었다. 유시민은 그 이유로 서구문명의 발상지로서의 그리스를 들었다. 그리스가 “서구 문명의 빅뱅”이 일어난 곳이니 그 이야기의 시작으로 최적지라는 것. 

그런데 주목되었던 건 김영하의 남다른 통찰력이었다. 그는 유시민의 이야기에 역시 소설가다운 상상력과 감성을 더해 그리스가 서구 문명의 발상지가 된 건 “현재적 관점”이 투영된 결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현재의 세계 최강국으로 미국이 꼽히고 있기 때문에 그 미국의 사회체계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발상지를 좇는 것이고, 그 귀착지가 그리스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만일 앞으로 중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떠오르면 <알쓸신잡>은 아테네 아크로폴리스가 아니라 황하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새롭게 합류한 김진애는 10살 때부터 빠졌던 그리스신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 신화가 매력적이었던 건 여자 주인공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첫 롤 모델은 아테나였다는 것. 도시계획학 박사답게 김진애는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는 아크로폴리스에 세워진 파르테논 신전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바라보는 시각에 맞춰 최적의 비율을 만들어내는 것이 당대 그리스의 이상이었기 때문에 실제 건물은 직선이 없다는 이야기부터, 그 건물이 대단한 건 미적인 아름다움보다는 당대의 건축학적 총화가 집적되어있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김진애의 이야기는 흥미로운 지식이었지만, 그 이야기에 더해진 김영하의 통찰은 또다시 빛났다. 김영하는 그리스신화의 신들을 우리식으로 보면 ‘어벤져스’ 같은 슈퍼히어로로 당대 그리스인들을 바라봤다며 그 신들이 ‘인간적인 신’이라는 점을 쉽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알랭 드 보통이 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스 사람들이 신을 생각하듯 살면 인생이 편하다”는 것. 성적이 떨어지면 자괴감을 갖기보다는 “‘성적의 신’이 나를 외면했구나”라고 그리스인들을 생각했다는 것. 그러면서 우리는 “모든 것이 내 잘못 혹은 남의 잘못으로 여겨 자기혐오나 상대를 공격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그리스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또 파르테논 신전이 가진 건축학적 총화가 일종의 ‘과시욕’이었음을 거론하며 그 건물이 지어진 후 100년도 되지 않아 그리스는 몰락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페리클레스가 말하는 당대의 민주주의는 타 국민들에게 민주주의를 강요하는 방향으로까지 나갔다며 결국 그리스는 고립되고 상대적으로 성장한 경쟁국가 스파르타가 주는 불안감과 때마침 나라를 덮친 전염병으로 결국 몰락을 예고한 사건이 ‘소크라테스의 처형’이라고 했다. 사회의 불안은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대중들의 비이성적인 판단을 일으킬 수 있다며 그것이 그리스만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사실 모든 잡학박사들의 이야기가 모두 흥미진진했지만 특히 김영하가 하는 이야기 하나하나가 돋보였다. 유시민 작가가 <알쓸신잡3> 제작발표회에서 왜 “김영하 선생이 센터구나, 라고 느꼈다”라고 말했는지 한 회 만에 입증된 셈이다. 그것은 그리스라는 외국의 공간에서도 또 그 고대의 이야기 속에서도 현재 우리가 사는 이야기를 통찰해내는 지점 때문이었다. 그것은 지식이 왜 필요한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아는 것을 그저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그 과거의 사건이나 생각들을 통해 지금 우리의 현실을 다시금 들여다보게 만드는 것. 그것이 지식이 진짜 필요한 이유다. 그리고 그건 <알쓸신잡3>가 굳이 국내가 아닌 해외까지 날아간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아는 와이프’, 불편한 판타지와 공감 가는 현실

“티격태격, 아웅다웅, 미운 정 고운 정 쌓아가면서 같이 나아갈 것.” “우리만의 전우애도 싹틀 것.”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는 결국 불편한 판타지를 돌고 돌아 공감 가는 현실 속에서의 대안으로 돌아왔다. 그것은 삶의 현실이 제아무리 부부를 지치게 만들어도 서로가 지지해주고 다독이는 것으로 하나하나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마지막 회에서 특히 주목됐던 건 ‘육아문제’였다. 맞벌이를 하는 우진(한지민)과 주혁(지성)은 두 아이의 부모로서 아침부터 밤까지 그들이 외치듯 “전쟁‘을 치르며 살아갔다. 이 지극히 현실적인 장면은 <아는 와이프>의 시작 부분에서 그려졌던 풍경이다. 하지만 같은 전쟁이라도 그 전쟁을 대하는 이 부부의 자세가 달라졌다. 그 때는 홀로 ’독박육아‘를 하는 우진과 현실에 치인 주혁이 서로 너무 힘들어 자신의 힘든 것들만을 들여다보며 상대방에게 비수가 되는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줬다면, 이제는 함께 하는 육아로 그 전쟁을 현명하게 이겨나갔다. 

첫 회의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픽업해야 하는 상황은 물론 그 입장은 정반대가 되었지만 마지막 회에도 똑같이 벌어졌다. 교육과 시험을 봐야하는 주혁에게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오고, 마침 아이를 픽업해야할 우진이 은행에서 쓰러진 고객을 응급실까지 데려다주느라 가지 못하게 되자, 교육장을 벗어나 어린이집으로 달려가는 주혁의 모습이 그려졌다. 물론 주혁은 우진과 마치 <미션 임파서블>의 ‘불가능한 도전’을 해나가듯 함께 공조(?)해 아이도 챙기고 간신히 시험장에도 도착할 수 있었다. ‘독박육아’가 ‘전우애’로 바뀌는 변화를 드라마는 보여줬다.

사실 <아는 와이프>가 하려는 이야기는 어찌 보면 너무 상식적인 것처럼 보인다. 결국 현실이 힘들어도 부부가 함께 하면 이겨낼 수 있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상식을 우리는 알고 있으면서도 실제 말과 행동으로 옮기며 살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는 와이프>는 그래서 과거를 돌려 현재를 바꿔본다는 가상의 설정을 통해 그렇게 막연한 판타지로 바꿔놓은 현실이 얼마나 불편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또 나아가 그 힘든 현실들 속에서 상대방을 잘 들여다보지 못했던 일들을 반성하게 만든다. 

드라마가 초반에 그토록 많은 시청자들의 저항감을 불러일으켰던 건, 주혁의 철없는 선택이 불러온 불편한 현실들 때문이었다. 첫사랑에 성공해 이혜원(강한나)과 살게 되지만 그것이 막연히 생각되던 판타지였을 뿐, 현실은 완전히 달랐다는 걸 주혁은 깨닫는다. 그러면서 우진을 점점 다시 바라보게 되고 자신이 못해줬던 것들을 떠올리면서 달라진 현실 속에서는 그가 행복하기를 바라게 된다. 

그 시청자들의 저항감이 워낙 커서 드라마는 개연성 부분에 많은 흠집을 남기면서까지 이를 되돌리려 안간힘을 쓴 흔적이 역력했다. 주혁이 사실은 우진과 부부사이였다는 걸 고백하고, 우진이 그 황당할 수 있는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여러모로 개연성이 부족했고, 두 사람이 함께 과거로 되돌아가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새로이 다시 만나는 과정도 그럴 듯하게 그려지지는 못했다. 또 이 가상의 설정을 되돌림으로써 거기 등장했던 이혜원이나 윤종후(장승조)가 들러리가 되는 부분도 남는 아쉬움이다. 

하지만 그렇게 우여곡절을 통해 다시 돌아온 곳이 바로 그 드라마 초반과 똑같은 현실이라는 건 곱씹어볼만한 부분이다. 진정한 행복이란 막연한 판타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 겪는 치열한 현실 속에서 오히려 ‘전우애’처럼 피어나는 것이라는 걸 드라마는 먼 길을 돌아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다소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꽉 채워준 건 연기자들이었다. 철부지 같은 선택을 함으로써 비난받는 인물이 될 수밖에 없었지만 차츰 참회하며 돌아옴으로써 그 매력을 잃지 않게 했던 주혁을 연기한 지성이나, 1인3역 정도는 한 것처럼 이 드라마에 기분 좋은 생기를 불어넣은 우진 역할의 한지민은 물론이고, 들러리가 될 위치에서도 친구로서의 따뜻한 우정을 공감하게 해준 윤종후 역할의 장승조나, 판타지 설정의 부족한 개연성마저 메워주는 따뜻함을 보여준 우진 어머니 역할의 이정은, 그리고 은행식구들과 주혁의 친구들 역할을 한 배우들까지 연기에는 빈틈이 없었다. 

그래서 이들의 단단한 매력들이 뭉쳐져 <아는 와이프>는 초반의 불편한 설정들이 만들어낸 위험요소들을 상당부분 걷어내며 끝까지 시청자들을 끌어 모을 수 있었다. 또한 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주목되는 건 시종일관 7%대(닐슨 코리아)를 유지함으로써 tvN의 수목드라마 시간대가 어느 정도는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나름 성과도 적지 않은 <아는 와이프>였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나 혼자 산다’, 대기배우 이시언과 촬영장의 힘든 현실

최근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들려오는 스텝들의 아픈 목소리들 때문이었을까. MBC 예능 <나 혼자 산다>가 슬쩍 보여준 이시언의 드라마 촬영장 모습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등받이에 ‘대배우’라고 새겨진 의자에 앉는 이시언이 실상은 ‘대기배우’라는 걸 보여줌으로써 웃음을 주는 장면들이 나왔고, 무엇보다 같이 드라마를 찍는 진짜 ‘대배우’ 송승헌이 <나 혼자 산다>에 관심을 갖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흥미로웠지만, 그래도 자꾸 눈에 밟히는 건 그 촬영현장의 고된 현실이었다. 

도착하자마자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 대사도 없는 겨우 딱 한 장면을 찍고 하루 종일 대기하는 것이 이시언의 일상이었다. 차 안에서 기다리다 답답해 밖으로 나오면 또 폭염 속에 노출됐다. 모든 드라마 촬영장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살인적인 노동시간을 견뎌내야만 하는 현장이라면 이번 여름 같은 폭염 속에서는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촬영장의 감독은 머리 위에 얼음주머니를 얹어가며 촬영을 강행하고 있었다. 

짧은 장면이지만 촬영은 꽤 오랜 시간 지속됐다. 이시언이 말한 것처럼,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그저 훅 지나가는 한 장면이지만, 촬영은 여러 시선에서 여러 각도로 찍혀져야 했다. 그러니 반복된 장면을 여러 차례 찍어야 했던 것. 인물들의 주고받는 이야기나 행동들이 저마다의 시선에 따라 잡혀져야 하기 때문에 생길 수밖에 없는 반복 촬영이다.

기다리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린 이시언은 새벽이 되어야 촬영할 수 있다는 얘기에 함께 출연하고 있는 배우 태원석과 편의점에 갔다. 컵라면이라도 먹으러 갔던 두 사람은 우연히 발견한 레고를 보고 뽑기 하듯 찾는 재미에 푹 빠져버렸다. 사실 그것이 재미로 다가오는 이유는 기다림의 무료함을 달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손님이 찾지 않아 문을 닫는 편의점에서 나와 이시언은 다시 촬영장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촬영 시간은 점점 더 뒤로 미뤄졌다. 매니저는 두시 사십 분에서 세 시 사이에 들어갈 것 같다고 알려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날씨가 또 변수였다. 마침 태풍 솔릭이 온다는 예보가 나왔던 터라 비가 오면 촬영을 접고 철수할 수밖에 없다고 불안해하던 이시언이었다. 새벽까지 기다렸지만 진짜로 비가 오면서 촬영은 스톱될 수밖에 없었다. 몇 십분 안에 비가 멈추지 않으면 촬영은 더 이상 이어질 수 없었다. 조금 더 지나면 해가 뜰 판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비가 그쳐 빠른 시간에 촬영을 할 수 있었다. 오래도록 대기했던 이시언이지만 촬영에 더 몰입해서 하는 모습이었다. 만일 비가 와서 촬영을 못하고 철수하게 되면 다음날 또 와서 똑같은 세팅을 다시 하고 찍어야 되는 상황이었다. 시간도 비용도 노동도 배로 들어갈 수 있는 상황. 그러니 새벽에 겨우 급하게 찍는 그 기회가 오히려 달가울 수밖에. 

“배우는 기다림이다”라고 말하는 이시언이지만, 그를 통해 들여다보게 되는 건 촬영 현장이 얼마나 혹독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래도 최대한 배려를 받는 주조연급의 배우들이 저 정도라면 현장에서 일하는 이름 모를 스텝들은 어떨까. 밤샘 촬영에 이시언은 기다린 것뿐이지만, 스텝들은 쉬지 않고 일하고 있었을 터였다. 만일 그런 촬영이 매일 반복된다면 어떨까. 그것이 일상적인 느낌을 주는 촬영장의 풍경에서 그 힘든 현실이 묻어난다. 주 52시간 근무제와 현실은 너무 멀어보였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라이프’, 명쾌한 고구마도 사이다도 드러내지 않는 이유

이 드라마는 마치 <그것이 알고 싶다> 같다. 민영화 되면서 돈벌이가 되어가는 의료계의 어두운 그림자를 다차원적인 각도로 파고 들어가는 이야기. <라이프>가 그 전면에 내세운 인물은 구승효(조승우) 사장과 예진우(이동욱) 응급의료센터 전문의다. 

왜 하필 사장과 응급실 전문의를 대립시켰는가 하는 점은 그것이 병원을 바라보는 갈라진 두 관점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사장은 병원도 기업체나 다름없다 여기며 수익을 내기 위해 경영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필요하다면 수익을 낼 수 없는 응급실을 빈껍데기로만 남겨놓더라도. 반면 응급실 전문의는 갑자기 실려 온 환자들을 보며 만일 응급실이 사라진다면 그들은 어떻게 될까를 질문한다.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위급한 상황을 맞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구승효 사장은 지역 병원을 돕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국대학병원의 응급실, 산부인과, 소아과를 그 곳으로 파견근무 보내려 한다. 의사들이 전부 반발하고 나서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응급실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이상엽(엄효섭) 암 센터장은 내심 기꺼운 마음이 있다. 그건 응급실에서 올라오는 ‘가망 없는 환자들’을 받는 일이 그들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해왔기 때문이다. 반면 장민기(최광일) 장기이식센터장은 정반대다. 응급실이 없다면 뇌사자를 받아 장기 이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즉 자본주의 논리로 병원의 경영을 정상화하자는 사장과 맞서 ‘의사’로서의 자존심과 본분을 지킨다는 대의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각자의 입장에 따른 이해득실을 고민하는 중이다. 선우창(태인호)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는 아예 사장의 편에서 일한다. 해당 3과가 모여 파업 논의를 할 때 그는 그 회의내용을 전화로 사장이 들을 수 있게 해준다. 

김태상 부원장(문성근)은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어딘가 이보훈(천호진) 병원장의 죽음과 연관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인물은 의사들끼리의 회의에서는 파업을 내세우더니, 사장에게는 어쩔 수 없이 파업이 결정된 것처럼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것이라 말하며 은근히 자신의 존재감을 내세우려 한다.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하려 함이다. 그 회의내용을 다 들은 사장은 그 속내마저 꿰고 있지만.

물론 <라이프>에도 죽은 이보훈 병원장과 가까웠던 예진우와 주경문(유재명) 흉부외과 센터장 같은 대의를 따르는 인물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구승효 사장이라는 외부의 충격에 의해 저마다의 욕망에 따라 꿈틀대기 시작하는 이 병원의 여러 인간군상의 모습이 사실은 이 드라마가 보여주려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대의와 현실의 싸움이지만, 그 사이에 끼어 있는 많은 인물들의 선택들이 이 싸움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오리무중으로 만들어 이야기를 더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 병원에서 벌어지는 대립과 그 사이의 많은 선택들로 인해 만들어지는 결과들은 마치 우리네 사회가 굴러가는 그 구조들을 입체적으로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사회의 현상들을 극단적인 생각들이 부딪치고 그래서 어느 한쪽이 이기고 지는 것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은 그 중간 어디쯤을 선택하는 많은 보이지 않는 다수들의 욕망이 움직이면서 그 많은 결과들이 나온다는 이야기다. 

<라이프>의 이야기는 명쾌한 고구마나 사이다만을 던져주지 않는다. 그것은 판타지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이니 말이다.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다. 그 복잡한 양상들을 단순화하지 않고 입체적으로 보여준다는 것. 그래서 <라이프>는 지금 우리네 드라마들이 늘 명쾌하게만 접근했던 그 틀에 박힌 방식을 깨나가고 있다. 그걸 깨야 비로소 판타지가 아닌 현실이 보이기 때문이다. 마치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