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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런거야', 왜 시대착오적 드라마로 남게 됐나

D.H.Jung 2016. 8. 2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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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작가는 여전한데, 세상은 바뀌었다

 

종영한 SBS <그래 그런거야>는 실패했다. 김수현 작가는 흥행 보증수표라는 공식도 깨졌다. 물론 이것은 김수현 작가가 예전만 못하다는 뜻도 아니고, <그래 그런거야>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뜻도 아니다. 김수현 작가는 여전히 자신만의 작법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잡아끌 수 있는 능력을 보였고, <그래 그런거야>는 대가족의 여러 캐릭터들을 능수능란하게 이끌어가면서 어떤 인생의 통찰을 포착해내는 완성도도 분명히 있는 드라마였다. 무엇보다 자극적인 막장 설정으로 치닫는 드라마들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갔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 그런거야(사진출처:SBS)'

하지만 실패는 실패다. 최고의 고료를 받는 김수현 작가를 SBS가 주말드라마 시간대에 세웠던 건 그간 참패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던 주말시간대의 부활을 도모하기 위함이었다. 의미도 중요하지만 성과도 중요했다. 하지만 시청률은 줄곧 한 자릿수에 머물렀고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겁지 못했다. 시청자들은 심지어 옛날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는 혹평까지 내놓았다.

 

어째서 김수현 작가는 변함이 없는데 드라마에 대한 정반대의 반응들이 나왔을까. 그건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런거야>는 물론 의도적으로 가족의 가치를 내세우기 위해 3대 대가족을 그렸지만, 그건 이제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1인 가구가 된 작금의 현실과는 너무나 유리된 것이었다.

 

변화된 것은 이런 소재적 내용만이 아니었다. 김수현 작가의 작품은 주로 대사 중심으로 이어진다. 즉 어떤 면에서는 TV를 보지 않고 귀로만 들어도 그 내용이 이해가 갈 정도다. 라디오 드라마 같은 느낌을 줄 때도 있다. 게다가 김수현 작가의 대사는 속사포다. 인물들마다 끊임없이 수다처럼 이야기를 쏟아낸다. 이런 방식의 드라마 작법은 지금의 시청자들에게는 너무 고루한 느낌을 준다. 이른바 대사가 아닌 영상을 통해 어떤 뉘앙스와 의미를 던져주기도 하고, 때로는 영상미를 발견할 수 있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지금의 시청자들이 드라마에서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한 때는 본격 장르물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많아도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었던 시절이 있었다. 단 몇 년 전의 이야기다. 하지만 최근 들어 멜로 없이도 가족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아도 성공하는 본격 장르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tvN에서 시도됐던 몇몇 본격 장르물들은 호평은 물론이고 시청률도 가져갔다. 심지어 영화제작인력이 투입되어 영상미까지 더해진 tvN 드라마들은 시청자들의 눈을 높인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시청자들은 이미 변화했는데, <그래 그런거야>는 여전히 몇 년 전에 머물러 있었다. 물론 그것은 이 드라마가 추구하려는 것처럼 의도된 회귀일 수 있었지만, 이미 김수현 작가의 늘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는 가족드라마의 틀에 이제 시청자들은 그만한 호응을 보여주지 않았다. 게다가 출연자들까지 매번 비슷한 김수현 작가 사단으로 채워지니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그게 그거인 드라마처럼 여겨질 수밖에.

 

결과적으로 <그래 그런거야>는 시대착오적 드라마가 되었다. 그건 김수현 작가가 의도한 것도 아니고 또 필력이 떨어져서도 아니다. 다만 세상은 변화하고 있는데, 드라마는 변화하지 않고 멈춰져 있었던 결과다. 하지만 이것 역시 김수현 작가의 책임이라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현재와 호흡하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모든 작가는 과거의 작가가 되기 마련이니까. 제아무리 대작가라 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