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드라마 곱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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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 영국 원작인데 우리 드라마 같은 이유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21. 4. 26. 18:10
'언더커버', 프락치 지진희의 비애, 그리고 국가의 야만적 폭력 1990년대 학생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가짜 신분으로 접근했다 사랑에 빠진 안기부 요원. JTBC 금토드라마 는 한정현(지진희)은 이석규라는 자신의 이름을 지운 채 사랑하게 된 최연수(김현주)와 가정을 꾸려 단란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이 한정현이 가진 '거짓 신분'은 언제고 터질 수밖에 없는 시한폭탄이었다. 인권변호사가 된 최연수가 공수처장으로 지목되자, 국정원 도영걸(정만식) 팀장은 한정현을 협박한다. 최연수가 공수처장이 되는 걸 막지 않으면, 그의 가족을 파탄 내겠다는 것. 한정현은 아내의 앞길을 막을 수도, 그렇다고 가족이 파탄 나는 걸 볼 수도 없는 곤경에 빠진다. 다행스럽게도 최연수가 스스로 공수처장을 수락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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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 이승기에게 또 두들겨 맞은 뒤통수, 기분 좋게 얼얼하네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21. 4. 26. 17:54
'마우스'가 또 뒤집은 반전, 사이코패스는 이승기였나 반전에 또 다시 반전이라니. 맞은 자리를 또 맞은 것 마냥 뒤통수가 얼얼하다. 그런데 기분이 그다지 나쁘지는 않다. 범죄스릴러는 역시 반전의 맛이 있어야 하는 것이니 말이다. tvN 월화드라마 는 정바름(이승기)이 본래 자신이 사이코패스였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면서 또 다른 국면으로 전환되는 반전을 선사했다. 첫 번째 반전은 정바름이 뇌 이식 수술을 받은 후 깨어나 새장 속의 새의 목을 잔인하게 꺾어 창밖으로 던져 버리는 장면에서 생겨났다. 길거리에서 약자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걸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바른 순경이 바로 정바름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살인 충동을 점점 느끼게 되는 정바름은 그 이유가 사이코패스 살인자인 성요한(권화운)의 뇌를 이식받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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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택시'는 과속하는데 '나빌레라' 훨훨 날지 못하는 건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21. 4. 26. 17:51
자극적인 19금 전성시대, 따뜻한 드라마들이 설 자리는 없나 지금은 19금 드라마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처럼 사이코패스 잡는 사이코패스라는 자극적인 소재의 드라마 앞에서 MBC '오! 주인님' 같은 다소 전형적이지만 따뜻한 멜로 휴먼드라마는 그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펜트하우스'로 19금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가져갈 수 있다는 걸 확인한 SBS는 또 다른 19금 설정의 '모범택시'로 시청률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자극적인 장르물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 과거 우리네 드라마의 주력 장르이기도 했던 멜로나 휴먼드라마는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다. 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에 쏟아지는 호평과 상반되는 낮은 시청률에는 시청자들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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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작 '마우스', 작가가 이승기를 사이코패스로 만든 이유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21. 4. 18. 14:37
'마우스'의 질문, 법은 과연 정의로운가 희대의 범죄자가 심신장애를 주장하고 그래서 감형 받아 만기 출소한 후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른다. 사이코패스 살인범은 체포된 후에도 아무런 죄책감이나 후회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피해자들은 가슴을 치고, 그 후유증을 평생 안고 살아간다. 안타깝지만 이런 일은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조두순의 만기 출소를 두고 벌어진 대중들의 공분을 보라. tvN 수목드라마 에 등장한 성범죄자 강덕수(정은표)는 그 현실의 인물을 드라마 속으로 고스란히 옮겨왔다. 만기 출소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피해자였던 오봉이(박주현)는 공포에 질려버린다. 오래도록 갖가지 무술을 익힌 건, 그 범죄자에 대한 복수심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건 어쩌면 피해 후유증으로서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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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빌레라', 박인환이 칠순의 덕출을 통해 그려내는 인생 연기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21. 4. 14. 10:21
'나빌레라', 칠순의 알츠하이머 박인환도 꿈을 꾸는데 "날이 이렇게 좋은데, 이렇게나 화창한데, 내가 왜, 도대체 왜, 엄마 아버지 나 어떡해요." 칠순의 어르신의 입에서 나오는 '엄마, 아버지'라는 말은 그 자체로 짠하다. 그건 순간 이 어르신의 70년 인생이 가진 무게가, 저 어린아이로 되돌아간 목소리를 통해 느껴지기 때문이다. 버티지 못할 정도로 힘겨울 때 우리는 모두 저도 모르게 어린아이가 되어 부모님을 찾았던 기억이 있다. tvN 월화드라마 의 덕출(박인환)처럼. 칠순의 나이에 발레복을 입고 춤을 추는 덕출을 보는 주변의 시선은 '주책'이다. 나이 들어 '춤바람' 났다는 소문까지 들려온다. 발레연습실에서 채록(송강)이 그 아름다운 동작으로 새처럼 가볍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며 덕출은 순간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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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조'에 이어 '모범택시', 왜 이 살벌한 복수극에 열광하는가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21. 4. 14. 10:11
더 악랄하게.. '빈센조'·'모범택시' 다크히어로 전성시대 어떻게 하면 더 악랄하게 응징할 수 있을까. 최근 장르물 서사는 '선한 히어로'보다 '악랄한 히어로'의 전성시대다. 이들 다크히어로들은 인면수심의 악당들을 법이 아닌 그들의 방식으로 처단하고 응징한다. tvN 토일드라마 의 마피아 변호사 빈센조(송중기)가 그렇고, SBS 금토드라마 의 무지개운수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가 그렇다. 도대체 무엇이 악당 잡는 악당들, 다크히어로 전성시대를 열었을까. 의 마피아 변호사 빈센조가 바벨그룹과 대적하는 방식은 마피아의 방식 그대로다. 그는 변호사이긴 하지만 법을 정의구현의 방법으로 쓰지도 않고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법무법인 지푸라기의 홍유찬(유재명) 변호사가 힘없는 약자들을 위해 싸우다 살해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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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작가가 끝내 신하균·여진구를 괴물로 만들지 않은 까닭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21. 4. 14. 10:08
'괴물', 괴물과 싸우면서 괴물이 되지 않는 길 JTBC 금토드라마 이 종영했다. 제목처럼 괴물 같은 드라마였다.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빈틈없이 몰아친 드라마였고, 범죄스릴러 특유의 쫄깃한 장르적 묘미를 선사하면서도 일관된 메시지를 완성도 높게 놓치지 않은 드라마였다. 그래서 은 어떤 이야기를 하려 한 것일까. 일찌감치 드라마는 연쇄살인범이 만양슈퍼 강진묵(이규회)이었다는 걸 드러냈지만, 그가 이동식(신하균)이 그토록 찾으려 했던 괴물의 진면목은 아니었다는 걸 보여줬다. 그의 뒤에는 일찍이 그가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이라는 걸 알면서도 자기 자식을 지키기 위해 20년간이나 이를 묵인한 채 살아온 시의원 도해원(길해연)이었고, 실제로 이동식의 여동생을 뺑소니친 후 사건을 덮어버린 한기환(최진호) 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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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신하균을 만난 그들은 그렇게 연기 괴물이 되었다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21. 4. 14. 10:05
신하균 이외에도 '괴물'이 끄집어낸 연기 괴물들 신하균만이 아닌 모두가 연기 괴물들이었다. JTBC 금토드라마 은 그래서 드라마 말미에 되돌아보면 그 제목이 마치 이들 연기 괴물들을 지칭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첫 회부터 끝까지 드라마의 추동력을 중심에 잡아준 신하균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연기괴물이다. 그는 이동식이라는 피해자 가족이자 형사 역할로 범인과 사체를 찾으려는 절박한 심정을 그 눈빛 하나 표정 하나에도 담아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이동식의 파트너이자, 동시에 팽팽한 대결구도를 만든 한주원(여진구)은 을 이끄는 또 한 축이었다. 지극히 공적인 형사로서의 의무를 다하려는 모습과 점점 사건의 진실을 파고들수록 사적인 관계와 충돌을 일으키는 한주원이라는 인물의 복잡한 심리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