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면 다 되는 세상, 돈보다 더 큰 가치를 말하는 '백번의 추억'

백번의 추억

 

영례(김다미)의 엄마가 리어커를 혼자 끌고 오르막을 오르다 크게 다치고, 리어커는 망가져 버린다.

가난한 삶의 유일한 생계수단이었던 리어커가 망가져 막막해지자, 버스 안내양으로 일하는 영례는 어떻게든 돈을 구해 리어커를 다시 사주려고 한다. 하지만 버스 회사도 심지어 갚을 빚이 있는 작은아버지조차 선뜻 영례의 사정을 들어주지 않는다.

백번의 추억

그 때 종희(신예은)가 선뜻 인형을 선물로 건네며 "이래뵈도 배가 꽤 두둑한 선물"이라고 한다. 그 뱃속에는 어디서 난 것인지 꽤 많은 돈이 들어 있다. 

이걸 어떻게 받냐고 거절하던 영례에게 끝끝내 인

백번의 추억

형을 선물하자 영례는 눈물을 보인다. 그러자 종희가 말한다. "너 쉽다. 돈이면 되네?" 

백번의 추억

그러자 영례가 말한다. 

"그래 나 돈이면 다 된다. 뭐 어쩔래. 근데 이번에 겪어보니까 돈은 무조건 있어야겠더라. 정신이 번쩍 들었어. 만약에 엄마가 진짜로 크게 다치기라도 했으면." 

백번의 추억

하지만 종희는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걸 말한다.

"돈 무섭지. 그걸 이제 알았냐? 나.. 나 요새 일기 쓴다. 니가 선물해준 만년필로. 근데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뭔지 알아? '영례랑 뭘 했다' '재밌었다' '너무 웃었다, 행복했다' 난 그런 단어랑은 거리가 먼 사람이었거든. 근데 너 덕분에 사는 게 좀 재밌어졌어. 그러니까... 그건 쨉도 안돼. 넌 나한테 더 큰 걸 주고 있는 걸."

 

양희승 작가는 '일타스캔들'에서도 돈보다 우선하는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뭐 하나만 질문 드려도 돼요? 쌤 말씀대로 쌤이 저 30분만 봐주셔도 5천만 원인 셈인데,

그런데 저 왜 봐주시는 거예요? 저희 엄마 도시락은 만원도 채 안되는데.” 

“계산 빠르네. 금방 늘겠어. 아, 가격과 가치는 다른 거잖아. 나는 그 도시락에 그만큼의 가치를 부여한 거고.

너도 내 시간을 그렇게 만들어 주길 바라. 나는 무조건 최선 다할 테니까 너는 5천만 원 이상의 결과를 끌어내 보라고.” 

- 일타스캔들 중에서

 

돈이 우선인 세상에서 종희가 말하는 "그건 쨉도 안돼"라는 한 마디의 울림이 너무나 크다. 

죽어라 노력해 의대생이 됐지만

뇌종양이 자라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딸.

그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 남의 집 짓는 건설 현장 소장으로 거칠게 살았지만

정작 자신은 집 하나 갖지 못한 채 허덕이며 살아가는 엄마.

첫, 사랑을 위하여

이들에게 사랑은, 사람은 혹은 삶은

과연 진짜였을까. 

혹시 모두가 가는 길 바깥으로 나가면 죽을 것 같은

불안과 강박 때문은 아니었을까. 

첫, 사랑을 위하여

눈 앞의 파도가 무서워 바다를 가지 않는다는 게 말이 안되는 것처럼

당장의 불안감에 '나중에'만 언급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건

진짜 사랑, 사람, 삶이 아닐까

첫, 사랑을 위하여

.

아직까지 진짜를 해보지 않아

모든 것이 '첫' 일 수밖에 없는

사랑, 사람, 삶.

첫, 사랑을 위하여

트라이

왜 럭비는 점수를 낼 때 '골'이라 부르지 않고 '트라이'라고 하는지 궁금했다.

그건 점수를 낸 골 자체가 아니라

무수히 여러 변수들을 뚫고 지나간 과정 자체를

이 스포츠는 더 중요한 가치로 삼기 때문이다.

트라이

무언가를 얼마나 얻었는가가 그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시대에

각각에게 매겨진 점수들이 오롯이 자신의 능력 때문이었다고 착각하는 시대에

<트라이 : 우리는 기적이 된다>는 그것이 그저 운이 조금 좋았을 뿐이라고 말한다. 

트라이

물론 그 운도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는 삶의 과정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지만

설사 점수를 내지 못한 삶이라도 

매번 노력하고 도전한(트라이한) 삶이라면 

그 자체로 가치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케이팝 데몬 헌터스

"넌 가족을 지키려고 했어. 그러다 실수한 것뿐이야."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루미는 진우에게 그렇게 말한다. 

진우가 악령 귀마에게 영혼을 빼앗기게 된 건 가난과 굶주림 때문이었다.

루미는 그것이 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생존 상황에서의 실수일 뿐이라며

진우의 영혼은 구원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하지만 난 존재 자체가 실수지. 태어날 때부터 그랬어.

그러니까 난 믿어야 해. 너에게 희망이 없다면 나에겐 더 없을 테니까."

루미가 진우에게 희망을 거는 건, 그것이 자신에게도 희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악령과 무당의 피가 섞여 태어난

케이팝 데몬 헌터스

자신은 그 자체가 실수라고 루미는 생각한다.

 

"위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난 네가 실수라고 생각안해."

진우가 건네는 이 말은 그가 루미를 생각하는 마음의 표현이면서

동시에 있는 그대로의 그녀 자신을 사랑한다는 마음이 담겨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BTS가 노래에 담아 전 세계 아미들을 울린 그 메시지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메시지인 건 우연이 아니다.

 

지금껏 약하다고 다르다고 적다고 실수로 치부되던 존재들이

너도 나도 우리 누구도 실수가 아니라는 것을 

노래하기 시작한 이 시대에

러브 유어셀프만큼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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