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 KBS 대하드라마가 부활하려면
<2018 KBS 연기대상>에서 김명민과 함께 공동으로 대상을 수상한 유동근은 “분에 넘치는 상”을 받았다고 재차 말했다. KBS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를 이끈 건 자신이 아니라 상대역이었던 장미희였다는 것. 장미희는 이 날 최우수상을 받았다.
유동근은 대상 수상에 대한 감사함과 과분함을 진심을 담은 목소리로 전하면서, 이례적으로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언급했다. “그래도 올해는 대하드라마가 제발 부활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저는 <미스터 션샤인>에서 멋진 연기도 부러웠지만 그 드라마를 보고 의병이라는 단어를 배웠습니다. 이제 시청자 여러분께서 열기와 열정과 성원을 해주시면 대하드라마가 반드시 부활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도와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지상파의 연기대상에서 그것도 대상수상자가 어째서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까지 언급한 걸까. 거기에는 꽤 많은 의미들이 담겨져 있다. 그 첫 번째는 KBS라는 플랫폼에 가장 어울리는 드라마 장르라고 생각되는 대하드라마가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진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이다. 사실 공영방송에서 대하드라마는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한 방송의 의무가 될 수 있다. NHK 같은 일본 공영방송이 대하드라마를 지난 1963년부터 매년 빠지지 않고 방영하고 있는 건 그런 의미를 갖는다.
KBS에서 대하드라마가 사라지게 된 건 시청률 하락이 그 원인이다. 지난 2012년 방영됐던 <대왕의 꿈>은 평균 10%대(닐슨 코리아) 시청률에 머물렀고, 2016년 24부작으로 만들어졌던 <장영실>은 평균 11%대(닐슨 코리아)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끝을 맺었다. 대하드라마는 규모가 큰 만큼 만만찮은 제작비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이런 성적은 드라마국 전체에 큰 부담을 지우게 됐다. 결국 대하드라마 제작의 엄두를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던 것.
생각해보면 <미스터 션샤인>은 무려 430억 원의 제작비가 든 드라마였다. 지상파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제작 규모라 결국 스튜디오 드래곤으로 넘어갔고, 넷플릭스의 투자를 통해 비로소 드라마화가 가능해졌다. 430억 원의 제작비는 단지 규모가 큰 대하드라마만을 이야기하진 않는다. 그만한 제작비가 있어야 완성도 높은 작품이 가능해지는 것이고, 그래야 지금의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겨우 맞출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지상파 드라마들이 가진 제작 여건의 한계를 절감하게 된다. 유동근은 대하드라마 부활을 꿈꾸며 <미스터 션샤인>을 언급한 것이지만, 그 이야기는 고스란히 지상파 드라마들이 갖는 제작 방식이 보다 높은 완성도를 요구하는 지금의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걸 말해주기도 한다.
그나마 KBS 드라마가 경쟁력을 갖는 부분은 다소 보수적인 느낌을 주긴 하지만, 주말드라마와 대하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가족 판타지에 대한 여전한 소구층이 존재하고, 역사드라마에 대한 갈증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이고,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그래서 약산 김원봉을 주인공으로 하는 대하드라마가 기획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것이 실현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과연 유동근의 바람처럼 올해는 KBS가 대하드라마를 부활시킬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제작 규모를 감당할 수 있는 여건들이 선결되어야 한다. 특히 최근 드라마 제작의 중대한 이슈가 되고 있는 노동시간 단축문제는 대하드라마처럼 노동 강도가 높은 드라마에 선결과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단지 제작되는 것만이 아니라 그만한 완성도를 갖춰야 시청자들의 호응까지 얻어낼 수 있을 게다. 이 모든 선결조건들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지상파 드라마의 제작방식이나 여건도 우선적으로 바뀌어져야 하지 않을까.(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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