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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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기, 따로 또 같이새글들/책으로 세상보기 2011. 10. 7. 09:41
일산 같은 신도시에 거주하는 나 같은 프리랜서라면 점심 챙겨먹기가 얼마나 고역인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신도시는 아침이면 한바탕 대이동이 시작된다. 물론 여성 직장인들도 많지만 특히 남자들은 거의 아침에 신도시를 떠나 서울로 일을 하러 간다. 그러면 남아있는 여성들의 세상이 펼쳐진다. 극장에 가도 거의 90%가 여성이고,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도 남자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나마 도서관은 나은 편이지만 거기엔 주로 은퇴한 어르신들이 더 많다. 그러니 이건 길거리를 다녀도 남자가 눈에 띌 판이다. 이런 상황이니 점심시간이 고역일 수밖에 없다. 혼자 식당을 찾는 것도 어색한데, 온통 여성들이 가득한 곳에 남자 혼자 앉아있다고 생각해보라. 그래서 아예 점심시간이 시작되기 전 30분 정도 일찍 식당에 가거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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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왜 '동백아가씨'를 부르다 우셨을까새글들/책으로 세상보기 2011. 8. 17. 10:09
어린 시절, 아버지는 가끔 다락방에서 꺼내온 아코디언을 연주하셨다. 아코디언하면 어딘지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집시의 시간'에 나오는 음악 같은 걸 떠올리겠지만, 아버지가 연주하는 곡은 그런 게 아니었다. 그것은 트로트, 이른바 뽕짝이었다. 쿵짝 쿵짜작 하며 이어지는 아코디언의 반주는 기막히게 뽕짝에 잘 어울렸다. 아버지는 그 연주에 맞춰 '목포의 눈물'이나 '동백아가씨' 같은 곡을 잘도 부르셨다. 아버지가 연주할 때 어머니는 다소곳이 앉아 그 노래를 감상하시곤 했다. 마치 팬이라도 되는 듯이. 그래서일까. 어린 시절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나는 왠지 '동백아가씨'를 떠올리곤 한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일로 지새우시던 어머니는 어쩌면 아버지의 노래 한 자락에 피로를 푸셨을 지도. 아버지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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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 좋아 보인다구? 모르시는 말씀!새글들/책으로 세상보기 2011. 7. 20. 09:38
정말 영화처럼 사는 형이 있다. 물론 이 영화는 로맨틱한 장르가 아니다. 예술가의 삶을 다루는 조금은 지질하게도 보이는 홍상수표 영화 같은 장르다. 회사를 다녔고 마흔 즈음에 때려 쳤다. 그리고 한 지방 도시로 내려가 자그마한 방 한 칸 딸린 집을 얻었다. 한 때 음악카페를 운영하기도 했던(쫄딱 망했지만) 이 형은 방안 한쪽 벽 책장에 레코드판을 빼곡히 채워 넣었다. 찾아갈 때마다 마치 음악카페처럼 형은 velvet underground나 한대수 판을 틀어주곤 했다. 비가 올 때 좁은 방안에서 형이랑 소주 한 잔을 마시면서 음악을 듣는 맛은 정말 좋았다. 그것은 마치, 영화 속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12시쯤 해서 게으르게 일어나 대충 밥을 챙겨먹고 하루 종일 동네와 일상을 기웃거리면서 감성을 열어놓고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