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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네모난 세상

병역과 국적, 왜 가장 뜨거운 금기어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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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몽의 병역면제 의혹은 우리에게 병역문제가 얼마나 뜨거운가를 잘 말해준다. 의도적으로 치아를 뽑아 병역면제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 소속사측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지만 대중들의 정서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강행된 프로그램에 대해 MC몽의 출연이 적절했는가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나왔고, 만일 치주질환을 진짜 앓았다고 하더라도 왜 임플란트 시술 같은 것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적으로 충분히 여유가 있는 그가 왜 굳이 불편한 생활을 고집했을까.

언제부턴가 대중문화계에서는 병역문제가 가장 큰 금기가 되었다.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도 그 밑바닥을 들여다보면 바로 이 병역 문제가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있었던 타블로 학력 의혹 사건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야기의 초점은 그가 진짜 스탠퍼드대를 나왔는가에 대해 맞춰져 있지만 그 정서는 그가 캐나다 국적을 갖고 있다는데 더 있는 것 같다. 마치 한국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있지만 사실은 캐나다 국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병역도 면제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병역은 하나의 자국민으로서의 인증절차 같은 뉘앙스를 갖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이렇게 해외국적으로 병역의 의무를 벗어나 국내에서 활동하는 연예인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한다. 얻을 건 다 얻으면서 의무는 면제된 그런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조금 지난 일이지만 박재범군의 사건 역시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박재범군의 사건은 과거 한 때 했던 부적절한 발언이 도화선이 되었지만 그 정서 밑바닥에는 그의 국적문제가 깔려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이 사건이 터졌을 때, 2002년 병역기피와 국적문제로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활동할 수 없게 되었던 유승준이 호명되었다는 것은 이 상황을 잘 설명해준다. 결국 병역 문제와 국적 문제는 이렇게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볼 수 있고, 이 문제에 대한 우리 대중들의 시선은 굉장히 예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여기에 외국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이중적인 시선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물론 국적을 중간에 포기한다거나, 또 그 목적이 군대를 면제받기 위한 것이라면 비판을 면치 못할 일이지만, 사실상 외국에서 태어나 외국에서 생활하다가 연예인으로 데뷔해 국내에서 활동하는 경우는 조금 다르다고 보여진다. 그들은 언어조차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이라고 봐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박재범군과 2PM의 또 다른 멤버인 닉쿤이 별로 다르지 않은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닉쿤의 국적은 미국이면서도 대중들의 시선은 호의적이라는 점이 다르다. 최근 들어 아이돌 그룹의 특징 중 하나가 '다국적'이라는 점인데, 이들이 우리의 문화를 배우려는 자세는 호감을 만들어낸다. '청춘불패'와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활약하고 있는 중국국적의 빅토리아는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박재범군이나 타블로는 같은 상황이면서도 마치 외국인이 아닌 듯한 이미지로 등장했다가 나중에 역풍을 맞은 경우다. 즉 국적에 있어서 우리 대중들은 겉으로 보면 외국인들을 보는 시선이 과거보다 훨씬 개방되어 가고 있다고 보여지지만 그 안에서도 한국인이라는 핏줄의식은 여전히 강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적을 숨기고 있는 듯한 태도는 문제를 더 복잡하게 한다. 국적이니 병역이니 하는 문제는 바로 이 핏줄의식 속에 숨겨진 트라우마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 병역문제와 국적문제를 더 민감하게 만드는 건 이른바 고위층들에게 불거져 나오는 병역기피 문제가 공공연한 사실로 드러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흔히 농담 삼아 입에 오르는 '신의 아들'이라는 말 속에는 대중들의 분노와 허탈감이 뒤섞여 있다. 사회가 제공하는 누릴 것은 다 누리는 존재들이 사실상 해야 할 의무나 책무는 회피하는 모습에 대중들은 분통을 터뜨리는 것. 어떤 면으로 보면 연예인들은 도드라진 존재들로서 질타를 받고 있지만 사실상의 정서는 이런 사회 전반의 불공평한 분위기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