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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도대체 무엇이 '해피선데이'를 롱런하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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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선데이', 타겟팅된 예능의 이유 있는 롱런

'남자의 자격'에서 나이 50줄에 들어선 이경규는 앞치마를 한 채 소속사 사장을 위한 한 끼 식사를 차린다. 안 되는 솜씨로 계란말이를 하고 콩나물국을 끓이며 어묵반찬을 만들면서 어색하게 웃는다. 그걸 찍는 젊은 VJ는 이경규를 '오빠'라고 부르며 심지어 "귀엽다"고 말한다. 이 프로그램의 최고령자인 이경규를 잡는 카메라가 이러니 다른 멤버들은 오죽할까. 김태원은 딸을 위해 생전 처음 탕수육이란 요리를 해보고, 가스불 켜는 것도 버거워 하는 이윤석은 절친 서경석을 위해 말도 안 되는 육개장을 만든다.

이 '나이 들었다'는 사실이 가져오는 일종의 장애(?)는 '남자의 자격'이 주는 재미의 가장 중요한 콘셉트다. 사실 이들이 뭘 해도 재미있는 이유는 그들이 나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질 체력과 깜박깜박하는 기억력에 뭘 해도 모양 빠지는 행동들은 그 기본 바탕이다. 이 남자들이 남자라는 이유로 피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일들을 하거나 혹은 시도하지 못했던 일들, 꿈으로만 갖고 있던 일들을 해나가는 것에는 성별과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의 즐거움이 존재한다. 이 아저씨들은 진지하게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았던 부엌에서 누군가를 위한 요리를 해보고, 한 편으로는 젊은이들만의 문화처럼 보였던 것들, 예를 들면 패러글라이딩이라든가, 팬덤 문화 같은 것들을 체험한다.

중요한 건 바로 이 나이 든 아저씨들이 여성들이 하는 일이나 젊은이들이 하는 도전을 한다는 콘셉트가 가진 폭넓은 타케팅이다. 젊은 세대들은 이 나이 든 아저씨들이 하는 엉뚱한 짓에 빵 터지고, 나이든 세대들은 말 그대로 이 아저씨들에 감정이입 돼서 그들의 도전을 대리체험한다. 여성들은 아저씨들의 어이없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부엌일들을 보면서 한없이 유쾌해진다. 프로그램이 세대와 성별 간의 어떤 교집합을 만들어주는 것. 바로 이 점은 '남자의 자격'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이것은 '해피선데이'의 또 다른 날개인 '1박2일'도 마찬가지다. '1박2일'은 남녀노소 누구나 판타지를 갖게 마련인 여행이라는 소재를 깔고 있어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타겟층이 넓다. 여행이라는 보편적인 소재 위에 복불복이라는 젊은이들을 매료시키는 게임적인 요소의 결합은 재미와 의미의 공존을 가능케 한다. 1년에 한 번씩 연례행사로 벌어지는 시청자와 함께 하는 '1박2일'은 이 예능 프로그램이 얼마나 폭넓은 시청층을 갖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해피선데이'의 예능들은 작금의 신상 예능으로 등장해 젊은이들에게 제목처럼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뜨거운 형제들'만큼 세련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누군가 누군가를 조종한다는 아바타라는 콘셉트가 가진 힘은 그것이 작금의 젊은 세대들의 이른바 온라인 라이프 스타일과 맞닿는다는 점에서 그 폭발력이 있다. 하지만 이 젊은 세대에게 뜨거운 예능이 나이든 세대에게도 뜨거운 것은 아니다. 이 프로그램은 그런 면에서 어딘지 젊은 세대들만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예능이 아닌가 하는 선입견(이건 확실히 선입견이다)을 만든다.

이것은 새롭게 시작한 유재석의 '런닝맨'도 마찬가지다. 도시의 랜드마크를 새로운 예능의 공간으로 끌어들인 것은 다분히 지금껏 리얼 버라이어티의 공간들이 시골로 한정됐던 것을 벗어나려는 야심찬 차별화 전략이다. 도시 공간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게임 역시 젊은 세대들에게 소구하는 점이 많다. 그것은 딱딱한 일의 공간을 재미와 놀이의 공간으로 바꾼다는 그 콘셉트가 작금의 세대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세련됨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것은 어떤 공감대다. 끊임없이 게임을 하고는 있지만 그것이 왜 그래야하는지를 잘 모르겠는 상황은 재미를 반감시킨다. 특히 나이든 세대들에게 목적 없는 놀이는 익숙한 것이 아니다. 물론 젊은 세대들은 조금 다르겠지만. 바로 이런 점은 '런닝맨' 역시 타켓팅에 있어서 어떤 한계를 만들어낸다. 주말 저녁 시간대의 예능은 젊은 세대들의 전유물이라기보다는, 좀 더 소구층의 폭이 넓어진 게 사실이다. 이것은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가진 스토리성이나 진정성 같은 특징들이 좀 더 나이든 세대들을 끌어들인 결과이기도 하다.

물론 재미로만 따진다면 주말 예능의 최강자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신상 예능으로서 '뜨거운 형제들'은 아예 '재미'를 기획의도로 내세운 만큼 확실한 웃음을 선사하며 새로 시작한 '런닝맨'은 기존 예능의 코드들이 반복된다는 비판이 있지만 유재석이라는 검증된 MC가 만들어내는 재미가 여전히 쏠쏠하다. 하지만 타겟팅의 측면으로 바라보면 왜 '해피선데이'가 주말 예능의 최강자로 군림하는 지를 잘 알 수 있다. '남자의 자격'과 '1박2일'이 가진 넓은 소구층. 이것이 '해피선데이'라는 예능이 롱런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