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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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저녁 웃음이 필요해? '런닝맨'이 답

D.H.Jung 2011. 9. 2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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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떠난 자리, '런닝맨'이 차지하나

'런닝맨'(사진출처:SBS)

주말 저녁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격돌하는 시간이지만 이 시간대의 예능프로그램들이 모두 웃음을 주는 건 아니다. '남자의 자격'은 웃음보다는 감동을 택했고, '나는 가수다'는 노래의 즐거움을 택했다. 이제 예능 프로그램은 웃음만이 아닌 다양한 스토리를 전해준다는 것을 주말 예능이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온전히 웃음을 추구하는 '런닝맨'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런닝맨'은 전형적인 게임 버라이어티쇼다. 출연자들이 어느 장소에 집결해서 미션을 두고 한바탕 게임을 벌이면서 해프닝이 벌어진다. 이미 캐릭터가 확고히 잡혀있는 출연진들은 그 상황 속에서 일종의 캐릭터라이즈드쇼를 통해 웃음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특별한 감동 포인트가 있을 리 없다. 그저 게임을 통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 이것으로 시청자들을 웃게 만드는 것이 '런닝맨'의 목적이다.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가장 순수한(?) 목적을 가진 셈이다.

물론 '1박2일'은 웃음과 감동을 모두 포괄하는 여행 버라이어티쇼로서 자리하고 있지만 강호동이 잠정은퇴를 선언한 마당에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 지 알 수 없다. 또한 몇 개월 후면 종영이 예고되어 있는 시한부 예능이기도 하다. 또 '나는 가수다'는 주말 예능의 한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확실한 존재감을 만들었지만 현재 어떤 패턴의 반복에 묶여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남자의 자격'은 청춘합창단의 감동에 치중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웃음을 찾기 어렵다는 단점도 갖고 있다. 주말 저녁을 온전히 웃으며 보내고 싶은 시청자들이 '런닝맨'을 찾게 되는 이유다.

'런닝맨'이 최근 들어 점점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프로그램이 꾸준히 진화를 계속한 결과다. '런닝맨'의 게임 패턴은 초기에는 특정 랜드마크에서 정해진 게임을 하는 단순한 구조였지만 방울을 달고 쫓고 쫓기는 추격전의 긴박감을 부여하기도 했고, 차츰 제작진과 출연진 사이의 심리전을 넣음으로써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게임으로 진화했다. 게다가 공간적으로도 어느 한 폐쇄된 장소에서 하던 게임은 실제 거리로 나서기도 했고, 전국적인 규모로 확대되기도 했으며, 심지어 파타야나 북경 같은 해외를 배경으로 하기도 했다.

공간의 확장, 캐릭터의 구축, 제작진과 출연자 사이의 대결구도 등은 게임을 다양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다. 즉 북경으로 공간을 바꾸면 중국어로 음식 이름을 들려준 후 그 음식을 시장에서 찾는 게임이 시도되고, 만리장성 위를 마치 장기판의 말처럼 옮겨 다니며 미션을 수행하기도 하는 게임을 하기도 한다. 능력자 김종국과 유르스윌리스 유재석이 대결구도를 만들어내는 것이나, 스파이 미션을 꿈꾸는 개리를 통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몰래카메라를 만드는 것은 캐릭터의 활용과 심리게임이 덧붙여져 가능해진 것이다.

이러한 '런닝맨'의 진화는 현재 웃음보다는 다른 포인트들을 추구하고 있는 주말 예능들과 확실한 차별화를 가져왔다. 역시 이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유재석이다. 초반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한 방향으로 달려온 그 성실함과 끝없는 도전의 결과가 이제 나타나고 있는 것. 주말 저녁, 강호동의 빈 자리를 유재석이 이끌고 있는 '런닝맨'이 차지할 것이라는 예감은 어쩌면 현실이 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