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준과는 다른 장근석의 매력
'장근석 도쿄돔 크리쇼'(사진출처:와이트리미디어)
장근석은 연기자일까 가수일까. 물론 연기자다. 그것도 내년이면 데뷔 20주년을 맞는(그는 아역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그냥 연기자라고 얘기하기엔 어딘지 미진하다. 이미 다섯 차례나 아레나 투어를 했고 거기서 선보인 자신의 곡만 해도 40곡이나 된다. 그는 자신의 공연을 온전히 자신의 곡으로 채울 수 있는 가수이기도 하다. 물론 가창력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무대를 돋보이게 하는 또 다른 능력이 있다. 바로 연기다. 그의 무대는 그래서 연기와 노래가 잘 어우러져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것은 장근석이 일본에서 새로운 한류로 부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미남이시네요'를 통해 알려졌고, 극중인물인 아이돌 그룹 A.N.JELL의 리더 태경으로 각인되었다. 드라마 속에 노래가 있었고, 연기자 속에 가수가 있었다. 그런데 그 접합 부분이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연기자인 장근석이 가수 캐릭터에 동화되면서 독특한 지점이 생겨났다. '미남이시네요'라는 장근석 월드가 생겨나고 점점 넓혀지는 가운데, 그는 연기자로서도 가수로서도 주목받을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도쿄돔에서 있었던 장근석 공연은 여러모로 그가 앞으로 펼쳐나갈 새로운 한류의 가능성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4만5천명의 관객(일본 관객, 그것도 대부분이 여성) 앞에서 그는 자신만의 장근석 월드를 무려 3시간 반 동안 보여주었다. 프린스 월드라는 콘셉트로 꾸며진 무대는 침실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들(가수들)을 소개하고, 클럽에서 놀고, 자전거를 타고 피크닉을 떠나고(그는 실제로 자전거를 타고 돔을 한 바퀴 돌았다), 자신이 프린스임을 선언했다. 거기에는 드라마적인 스토리가 기본으로 깔려 있었고, 그 위에 그의 노래가 얹어졌으며, 중간 중간 끊임없는 농담이 이어졌다.
K팝 가수들이 노래로 콘서트를 가득 채우는 것과는 전혀 다른 접근방식이다. 장근석은 일단 드라마적인 설정 공간으로 팬들을 초대하고 거기서 연기와 노래가 접목된 쇼를 만들어낸다. 이것은 또한 배용준이 팬 미팅을 갖는 것과도 다른 방식이다. 만남과 대화의 진솔함에 더 초점이 맞춰지는 배용준 팬 미팅과 달리, 장근석은 그 안에 쇼적인 즐거움의 요소를 덧붙여 하나의 무대에서 벌어지는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장근석이 한류 스타로서 풀어나가는 이러한 방식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한류를 기대하게 한다. 즉 드라마나 영화 같은 스토리와 캐릭터 콘텐츠가 기반이 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하나의 쇼나 콘서트로 확장시켜 나갈 수 있는 방식이다. 이것은 코스프레 같은 콘텐츠 기반의 쇼가 자연스럽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하고 있는 일본 같은 곳에서는 더없이 효과적인 방식이다. 또한 K팝 가수가 드라마 데뷔를 통해 연기와 노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쉽지 않은 반면(연기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연기자가 거꾸로 드라마를 통해 가수로까지 영역을 확장시키는 것이 더 수월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것은 스토리가 가진 힘 때문이다. 가창력은 조금 못해도 스토리 속에서 들리는 노래는 전혀 다른 맥락을 갖게 된다.
장근석이 이런 가능성을 갖게 된 것은 경계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연기와 노래의 경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넘나들었고, 일본과 한국이라는 국가 사이에 놓여진 정서와 언어의 경계를 오히려 가능성으로 만들었다. 국가 간 차이에 따른 어색한 행동이나 언어는 때론 이국적으로도 느껴지고, 때론 귀엽게도 여겨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경계 넘기는 연예인과 일반인 사이에 놓여진 거리감을 좁혔다는 것일 게다. 그는 스스로 '프린스'라고 얘기하면서도 굳이 자신을 숨기려 들지 않는다.
"나, 조금 별난가요? 요즘 주목 받는 만큼 오해도 많이 받고, 충고를 많이 들어요. 오래 사랑 받으려면 신비주의를 택해라. 하고 싶은 말도 좀 참아라. 마음에 없는 행동도 해야 한다.하지만 나는 장근석인걸요. 누가 뭐라고 해도 자유인으로 남아서 길거리에서 셔플도 추고,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하겠습니다. 진심은 통한다고 믿으니까요."
장근석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숨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무언가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이것은 확실히 배용준과는 다른 장근석만의 매력이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내보이고 싶어 한다. 수많은 경계들을 해체시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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