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나가수2' 생방송, 묘수일까 악수일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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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2' 생방송, 묘수일까 악수일까

D.H.Jung 2012. 4. 1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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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PD가 생방송을 고집하는 이유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가 새로 돌아온다. 김영희 PD는 굳이 '나가수' 시즌2가 아니라 '나가수2'라고 지칭했다. 그만큼 기존 '나가수'와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거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매 달 두 명(이 달의 가수와 가장 아쉬운 무대를 보인 가수)씩 하차하고 연말에 '이 달의 가수'들이 모여 '올해의 가수'를 뽑는 식으로 경연방식이 달라졌고, 중간점검 방영분이 사라지고 대신 경연 가수들을 늘림으로써 계속해서 가수들의 무대를 볼 수 있게 했으며, 매니저도 개그맨이 아닌 실제 매니저가 투입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생방송'으로 진행된다는 점일 것이다. 과연 생방송은 '나가수2'의 묘수가 될까.

 

 

김영희 PD(사진출처:MBC)

생방송은 여러 모로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그것은 크게 두 가지 점 때문에 그렇다. 하나는 음향이고 다른 하나는 스토리다. '나가수2'를 '신들의 제전'이 아니라 '신들의 축제'로 김영희 PD가 부른 이유는 '경연 보다는 음악'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음향이다. 무대의 감동이 고스란히 TV로도 전해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실제 무대와 TV는 그 자체로 편차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보정 '작업'이 있어야 오히려 더 생생한 감동을 전할 수 있다. 생방송은 무대에서 직접 보는 것이라면 그 이상 좋을 게 없겠지만, TV로 본다면 자칫 감흥이 떨어질 수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스토리다. '나가수'는 무대 자체의 힘도 중요하지만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스토리도 그만큼 중요하다. 따라서 녹화 방송을 통해 무대 아래의 이야기들을 구성하는 것은 어쩌면 무대 위의 감동을 더 강렬하게 만들 수 있는 진짜 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생방송으로 하게 되면 이런 스토리텔링을 구사하기가 곤란해진다. 물론 그만큼 기민하게 움직이고 포착함으로써 순발력을 매번 발휘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하지만 이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자칫 생방송은 어설프게 했다가는 '나가수'의 무대가 가진 흡인력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다.

 

아마도 이런 문제는 다시 연출을 맡은 김영희 PD가 이미 인지하고 있는 것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김영희 PD는 이런 난점들을 알면서도 왜 굳이 생방송을 하려 하는 것일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그런 생방송의 난점들을 뛰어넘는 것이 '나가수2'가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가수'는 그간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패턴이 정형화되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그것을 뛰어넘으려면 무언가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 생방송은 그런 점에서 '나가수2'가 하나의 도전 목표로 세워둔 신의 한수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생방송을 하게 되면 일단 '나가수1'이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된다. 그 하나는 스포일러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청중평가단의 평가에 대한 이른바 '막귀 논란'이다. 실시간에 이뤄지는 방송은 그 자체가 스포츠 중계처럼 생생하게 전해짐으로써 보다 더 긴장감을 만들어낼 수 있고, 또 재택평가단이 실시간으로 평가에 참여하기 때문에 실제 무대와 방송 사이에 놓여진 평가의 간극도 상당부분 메워질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생방송의 음향과 스토리의 난제를 뛰어넘었을 때, 오히려 더 큰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 거라는 점이다. 즉 생방송인데도 더 생생한 무대를 제공한다면 "역시 나가수2"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고, 생방송의 리얼 스토리를 제대로 운용한다면 오히려 녹화방송의 패턴화된 틀을 뛰어넘을 수도 있을 거라는 얘기다. 결국 생방송이라는 난제는 김영희 PD가 던지는 도전이자 묘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나가수2'에 대한 기대감은 어쩌면 김영희 PD가 스스로 설정한 이 도전에서 비롯된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