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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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2>, 아직 반등의 기회는 있다

D.H.Jung 2012. 7. 16.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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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카스텐과 소향, 어떤 가능성을 보여줬나

 

역시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새로운 가수였다. <나는 가수다2(이하 나가수2)>가 초반 부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가수들이 새롭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롭게 투입되었던 백두산, 박미경, 이은미, 정인, 이수영, 박상민은 이미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가수들이다. 백두산의 김도균은 <탑밴드>의 심사위원이고 유현상은 각종 예능을 통해 대중들에게 익숙한 인물이다. 이은미는 <위대한 탄생2>의 멘토였고, 이수영과 박상민, 박미경 역시 그다지 새롭다고는 할 수 없는 기성가수들이었다. 거의 유일하게 정인이 그간 방송에 많이 보이지 않은 얼굴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가수다2'(사진출처:MBC)

여기에 시즌1에서 아쉬웠던 가수들이 합류했다. 김건모, 김연우, 이영현, 박완규, 정엽, JK김동욱이 그들이다. 물론 이들의 합류는 시즌1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나가수2>의 가수들이 변화하지 않은 듯한 인상을 만들었다. <나가수>라는 무대가 가진 특성 중 하나는 그간 평가절하 되거나 방송이 조명하지 않았던 절정의 가창력을 가진 가수들의 재조명에 있다. 그런데 이미 알려진 가수들이 무대에 서게 되면서 그 감흥이 반감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마치 기성가수들이 벌이는 듯한 대결에 <나가수>의 팬들이 고개를 돌린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재발견이 핵심인 <나가수>에서 이미 알려진 가수들은 제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다시 발견되기가 힘들었다. 그것은 ‘확인’이었으니까.

 

기성가수들을 세운 후, <나가수2>가 중점을 들였던 것은 형식적인 변화다. 즉 생방송을 시도한다거나, 청중평가단과 재택평가단이 함께 하는 투표 방식, 연말 ‘올해의 가수전’을 향해 매달 ‘그달의 가수’를 뽑는 방식. 하지만 이 형식 실험들은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특히 생방송은 가수들의 음악적인 기량까지 제대로 보일 수 없는 장애로 등장하면서 결국 녹화방송으로 전환되었고, 문자투표도 폐지되었다. 올해의 가수전을 향해 그 달의 가수를 ‘탈락’시키는 방식에서도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것은 <나가수2>의 가장 큰 틀이기 때문에 바꿀 수 없는 상황이다.

 

<나가수2>가 이처럼 형식에 몰두하게 된 것은 시즌1에서의 수많은 논란과 잡음 때문이었다. 이른바 ‘재도전 논란’은 경연 형식의 공정성에 대한 대중들의 마음을 얘기해주었고, ‘막귀 논란’ 역시 투표 시스템에 대한 대중들의 불만을 드러내주었다. 이밖에 스포일러의 문제도 골칫거리로 부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했던 논란은 그 무대에 서는 가수에 대한 ‘캐스팅 논란’이었다. 특히 옥주현과 적우에 대한 캐스팅 논란은 그 논란 자체가 얼마나 신빙성이 있었는가를 떠나서 그 무대에 어떤 가수가 서느냐에 대한 대중들의 지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나가수2>가 형식에 몰두하면서 그다지 새롭게 여겨지지 않는 기성가수들을 무대에 세운 방식은 효과적이지 못했다. 결국 <나가수>라는 무대가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그 무대를 통해 놀라운 가수가 재발견되는 그 순간에 있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잦은 형식 변화가 가수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하지만, 기실 그것보다 더 힘든 것은 가수들이 열심히 준비해온 무대가 그만큼 조명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임재범처럼 엄청난 가창력의 소유자지만 방송에 거의 나오지 않았던 인물을 찾기 힘들었으며, 그저 발라드만 부르는 것으로 알았지만 사실은 엄청난 끼를 숨기고 있었던 이소라 같은 가수가 안보였던 게 문제였다. 박정현이나 김범수 같은 얼굴 없던 가수들이 얼굴을 찾는 드라마틱한 무대가 없었던 것.

 

하지만 변화는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초반 가수들의 세팅이 효과적이지 못했지만 교체 선수들(?)이 선전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국카스텐과 소향이다. 이들이 첫 무대에 올라 모두 기라성 같은 기성가수들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대중들은 <나가수>라는 무대에서 드라마틱한 반전을 꿈꾸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간 조명되지 않았던 인디음악이 국카스텐에 의해 수면 위로 올라왔고, CCM의 디바로서 그 가스펠적인 감성을 대중적으로 선보이는 소향이 부각되었다. 지금껏 방송에서 보지 못했던 무대들이 국카스텐과 소향에 의해 보여졌던 것. 그것도 낯선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과의 조합을 통해 이루어진 이들의 음악은 그 반향도 클 수밖에 없었다. 국카스텐이 첫 무대에 불러 1위를 차지했던 ‘한잔의 추억’은 중장년층들에게는 이런 멋진 곡이 예전에도 있었다는 자부심을 부여했고, 젊은 층들에게는 이 곡을 이렇게 멋들어지게 부르는 젊은 밴드가 있다는 자랑거리를 만들었다. 이 낯설음과 익숙함, 중장년세대와 젊은 세대의 접점이 바로 <나가수>의 매력인 셈이다. 이것은 소향이 휘트니 휴스턴의 ‘I have nothing’을 부를 때도 마찬가지의 화학작용을 일으켰다.

 

결국 음악이고 결국 가수의 재발견이다. 바로 이 점이야 말로 이 절정의 가수들을 경연이라는 무대에 올릴 수 있는 가장 큰 명분이다. 연말까지 계속 경연을 이어가야 하는 <나가수2>는 아직 보여줘야 할 무대가 많이 남았다. 형식도 중요하지만 캐스팅에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그간 방송이 보여주지 못했던 가수들을 장르 불문하고 이 무대를 통해 대중들과 공감하게 할 때 <나가수2>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아직 반등의 기회는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