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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의사가 된 환자 봉달희, 남자가 된 의사 안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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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와 전문직 드라마의 성공적 봉합, ‘외과의사 봉달희’

멜로가 있는 전문직 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준 ‘외과의사 봉달희’. 시작부터 예고된 것이었지만 봉달희(이요원)는 그토록 꿈꾸던 의사가 됐다. 그런데 그 의사가 되는 길은 참으로 어려운 여정이었다. 처음 그녀의 앞길을 막은 것은 선천성 심장병으로 조금만 무리하면 재차 감염될 수 있는 병. 게다가 병원이란 환경은 늘 감염의 위험을 갖게 마련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다시 병원으로 이끈 것은 바로 그 병 때문이었다. 이로서 그녀는 환자의 입장에 선다는 것에서부터 의사로의 길은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뜻은 좋았다. 하지만 환자의 입장에 선다는 것은 때론 의사에게는 치명적인 상처가 된다는 것을 그녀는 알게된다.

심근경색 환자를 소화제 처방해 결국 사망하게 하고 식도가 약해진 환자 동건에게 딱딱한 고구마를 먹게 해 중태에 빠뜨린 그녀는 환자들의 생과 사가 자신의 순간적인 선택에 달려 있다는 중대한 사실에 맞닥뜨리게 된다. 그것이 그녀가 의사가 되기 위해 처음 넘어야할 아픔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판단으로 괴사성 근막염으로 사망할 위기에 처한 환자를 살려냈을 때 슬픔과 함께 기쁨도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알게 된다.

의사로서의 기쁨과 슬픔을 알게 될 즈음, 그녀는 또 한번 중대한 시험에 빠진다.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희망이다. 환자를 살리고 싶은 욕구로 인해 그녀는 동건에게 희망을 불어넣고 무리한 선택(항암제 투여)을 하게 한다. 결국 동건이 사망하자 그녀는 심각한 정신적 충격에 사로잡힌다. 그녀의 욕구가 동건의 생명을 오히려 단축시키고 말았던 것. 자포자기에 빠져있을 때 그녀에게 다가오는 인물, 바로 안중근(이범수)이다.

안중근은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인해 철저히 마음의 문을 닫고 의사로서의 삶만을 살아왔다. 천재의사라는 소리를 듣지만 버럭 소리지를 줄만 알았지 연애에는 젬병이다. 그렇게 굳게 닫힌 그의 마음에 봉달희가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시절 갖고 있던 동병상련의 아픔 때문이다. 입양됐다 파양되는 상처를 입은 안중근은, 선천성 심장병을 갖고 살아온 봉달희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발견한다. 그것은 상처를 넘어서고자 의사가 되려는 안간힘이다.

냉정한 안중근의 마음 속에 봉달희가 자리할 즈음, 병원에서 살인용의자가 봉달희를 칼로 찌르고 도망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런데 그 살인용의자는 안중근이 한 아이의 생명을 담보로 살려놓은 인물. “생명에 우선순위는 없다”며 의사로서의 판단만을 말하던 안중근의 마음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의사로서의 안중근은 차츰 남자로 깨어나기 시작한다. 순간적으로 ‘버럭 고백’을 해버리고 내친 김에 ‘버럭 데이트 신청’도 해버린다.

이 즈음 의사가 되기 위해 매일을 환자와 씨름하던 봉달희는 최대의 고비를 맞게된다. 그것은 예고된 대로 자기와의 싸움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싸움에 안중근도 참요하게 된다. 의사가 되려는 봉달희는 기계판막을 이식하지 말아달라고 하나, 안중근은 의사 안중근이 아닌 남자 안중근으로서 판단해 기계판막을 이식한다. 환자에서 의사가 되려는 봉달희를 의사에서 남자가 된 안중근이 막아서게 된 것. 하지만 결론은 의사가 된 봉달희가 남자가 된 안중근과 엮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결과를 보면 조금은 도식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외과의사 봉달희’는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을 해냈다. 그것은 앞서도 말했듯이 멜로와 전문직 드라마를 잘 봉합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거기에는 봉달희와 안중근이라는 두 캐릭터의 만남이 주효했다. 의사가 되려는 봉달희에게서 생명을 다루는 의사라는 전문직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천재지만 사랑에 익숙지 못한 안중근을 통해 한 의사이자 인간으로서의 사랑방식을 엿볼 수 있었다. 이 두 캐릭터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