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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소리', 정웅인이 있어 가능해진 몇 가지
    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3. 7. 5.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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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소리>, 캐스팅에 담긴 혼합장르의 열쇠들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흔한 멜로라고 생각한 시청자라면 지금 스릴러로 치닫고 있는 이 드라마에 심지어 당혹감마저 느낄 만하다. <내 딸 서영이>로 국민 딸로 자리매김한 이보영과 <학교 2013>으로 여성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 이종석의 조합, 여기에 <시크릿가든>의 윤상현까지 가세하면서 드라마는 삼각 멜로의 달달한 이야기를 예상케 만들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수하(이종석)의 능력은 멜로의 궁극이라고 할 수 있는 완전 소통의 가능성까지 만들어주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사진출처:SBS)'

    하지만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보영과 이종석의 달달한 멜로가 그만큼 강하게 다가왔기 때문에 생긴 착시현상이지만 사실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스릴러의 요소를 깔아놓고 있었다. 그것은 민준국(정웅인)이라는 범죄자 때문이다. 수하와 혜성(이보영)의 관계를 이어주는 역할이 바로 민준국(의 범죄의 피해자인 수하와 그것을 증언하는 혜성)이라는 점은 이 드라마의 혼합 장르적 성격을 명확히 말해준다. 이종석의 풋풋한 눈빛과 이보영의 좌충우돌 명랑함이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를 떠올리게 해줬지만, 정웅인의 잔인한 미소가 피어나는 순간 드라마는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

     

    이 변곡점은 민준국이 혜성의 어머니인 춘심(김해숙)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장면이 방영되는 순간부터다. 춘심의 치킨 집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은 민준국이 본색을 드러내며 그녀를 감금하고 몽키스패너를 휘두르는 장면으로 끝나는 7회 마지막까지도 설마 실제로 춘심이 죽을 것인가 하는 의구심은 남아있었다. 하지만 8회 첫 장면에서 춘심이 죽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드라마는 급격히 법정극과 스릴러의 장르 속으로 그 흐름을 바꾸었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가 정웅인이다. 왜 민준국이라는 극악무도한 범죄자 역할에 정웅인이 캐스팅되었을까. 사실 정웅인 하면 먼저 떠오르는 장르가 시트콤 혹은 코미디일 정도로 코믹 캐릭터의 이미지가 강하다. 잔뜩 경직된 얼굴 속에서 엉뚱하고 음흉한 모습이 살짝 드러날 때 그것이 웃음을 만들어냈던 기억을 대중들은 여전히 갖고 있다. 그러니 그가 범죄자로 등장한다는 것은 다소 의외의 캐스팅이다. 여기에는 이 혼합장르의 드라마가 가진 신의 한수가 들어가 있다.

     

    이 드라마를 함께 세팅해온 SBS 김영섭 CP는 정웅인 캐스팅에 대해서 ‘반전 효과’를 노렸다고 말했다. 즉 코믹 캐릭터가 진짜 살벌한 범죄자로 변신했을 때 오히려 그 공포감은 더 커질 거라는 것. 그 반전 효과는 실제로 주효했다. 물론 초반부터 수하의 아버지를 죽이는 살인자로 등장하지만 그 배우가 정웅인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스릴러 장르라 여겨지지 않았던 면이 있었던 것. 초반 멜로로 충분히 수하와 혜성의 관계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스릴러의 색채를 상당부분 줄여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정웅인이 진짜 범죄자의 얼굴을 보여줄 때 그 섬뜩함은 오히려 배가 되는 효과를 만들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가진 특별한 매력은 그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다양한 복합장르에서 비롯된다. 즉 청소년 판타지물처럼 보이던 것이 로맨틱 코미디로도 이어지고 멜로로도 엮어지다가 휴먼 드라마적인 요소까지 아우른다. 하지만 차츰 이 현실감 없을 것만 같은 판타지물은 점점 스릴러적인 요소를 강화하면서 무게감을 찾아간다. 비현실적인 판타지에서부터 지극히 현실적인 스릴러로의 자유로운 전환. 바로 여기에 이 드라마만의 독특한 매력이 생기는 지점인 셈이다.

     

    이렇게 보면 이 드라마의 캐스팅은 다양한 장르적 성격들을 각자 구현해낼 수 있을 만큼 적절했다 여겨진다. 이종석이 그리는 청소년 판타지물의 성격과 이보영이 만들어내는 로맨틱 코미디와 가족드라마, 법정 장르의 요소, 그리고 윤상현이 여기에 부여하는 멜로와 휴먼드라마적인 색채가 그렇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웅인이라는 배우가 있어 멜로에서 범죄물과 스릴러로의 전환이 가능했다 여겨진다.

     

    수하의 어머니가 죽고 1년이 지난 시점, 갑자기 떠오른 정웅인의 손은 그래서 이 드라마의 향후 전개가 도무지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는 궁금증을 유발한다. 수하가 정웅인의 살인피의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혜성과 차관우(윤상현)가 그를 변호할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무수한 변수들이 남아있다. 수하는 과연 민준국을 죽인 것일까. 왜 수하는 기억을 잃게 된 것일까. 민준국은 죽기는 죽은 것일까. 또한 수하와 혜성 그리고 차관우의 멜로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 이러한 다양한 궁금증과 기대감이 생기는 건 복합장르를 절묘하게 엮어내면서 가능했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거기에는 캐스팅의 묘수가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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