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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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밑도 끝도 없는 막 개그 언제까지

D.H.Jung 2013. 7. 2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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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또다시 위기인가

 

최근 들어 <무한도전>의 재미가 반감됐다는 이야기들이 많다. 빵빵 터지는 큰 웃음의 빈도도 많이 줄어들었고 보는 것만으로도 땀 냄새가 느껴지는 노력의 흔적도 과거에 비하면 잘 보이지 않는다. 특히 봅슬레이나 댄스 스포츠, 프로레슬링 같은 실제로 다가오는 리얼 미션은 올해 들어서는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최근 <무한도전>은 캐릭터 쇼를 바탕에 두고 즉석 상황극을 하거나 게임을 벌이는 것을 반복하는 중이다. 물론 그 아이템들 중에는 기발한 아이디어들도 있었다. 1년 전의 나와 내가 대결을 벌이는 ‘나와 나의 대결’이나 택시 체험을 했던 ‘멋진 하루’, 아이돌을 대상으로 했던 ‘역사 특강’ 같은 아이템들은 재미와 의미를 모두 충족시켰던 도전들이었다.

 

하지만 어떤 아이템들은 이제 새롭다기보다는 과거에 했던 아이템의 반복 정도로 여겨지는 면들이 생겨나고 있다. ‘맞짱 대결’은 과거 빅뱅과 했던 대결 아이템을 이어붙였고, ‘명수는 열두 살’이나 ‘무한상사’ 같은 상황극은 이제는 너무 익숙한 아이템이 되었으며, ‘웃겨야 산다’ 같은 아이템은 이미 여러 번 위기설이 나올 때마다 반복했던 아이템이다.

 

이번 ‘소문난 7공주’ 특집은 현재 <무한도전>이 처한 위기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캐릭터 코스프레는 무리수에 가까울 정도로 과도해졌고(심지어 쳐다보기 힘들 정도다) 스토리도 자연스럽다기보다는 인위적인 게임에 의존하면서 툭툭 끊어지는 느낌이 강했다. 웃기겠다는 출연자들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지만 맥락이 없다고나 할까.

 

한참을 보다보면 왜 공주 코스프레를 한 일곱 명의 멤버들이 저런 캐릭터쇼를 하고 있는가가 궁금해진다. 보이는 목적은 단 하나다. 무조건 웃기기. 하지만 바로 이 강박이 만들어내는 막 개그는 <무한도전> 특유의 색깔을 상당부분 무너뜨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B급 정서가 깔려 있지만 그 정서 속에 존재하는 어떤 페이소스 같은 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

 

물론 웃음을 주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는 것 그 자체가 하나의 진정성일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가 잘 보이지 않는 아이템 속에서 어떻게든 웃기려고 안간힘을 쓰는 멤버들의 면면을 보는 것은 그다지 즐거운 일이 아니다. 몸에 과도한 분장을 하고 어울리지 않는 의상을 입고 밑도 끝도 없는 몸 개그를 던지는 것은 한두 번은 괜찮지만 반복되면 식상해지기 마련이다.

 

지난 주 ‘완전 남자다잉’ 특집에서 했던 과도한 상남자 캐릭터 코스프레나 이번 주 공주 코스프레가 주는 웃음은 그래서 자연스럽다기보다는 억지로 뽑아내는 웃음에 가깝다. 망가진 공주 모습을 한 정준하가 프로그램 말미에 “다음 주에 다시 만나요-”하고 특유의 콧소리를 넣어 던지는 마지막 대사는 그래서 그다지 큰 감흥을 주지 못한다.

 

물론 다음 주 예고편으로 등장한 ‘예능캠프’는 그간 게스트 초대 아이템들과 유사하지만 그래도 충분한 기대감을 만들어준다. 하지만 그 기대감 역시 멤버들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새로 나올 게스트들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도 <무한도전>이 현재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그다지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지지는 않는다.

 

사실 일주일을 <무한도전>을 기다리며 버텨내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설혹 좀 덜 재미있었어도 <무한도전>이니까 용서되는 면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처럼 어떤 패턴에 갇히는 일이 반복된다면, 또 무언가 진짜 도전이 점점 사라지고 캐릭터 쇼로 자꾸만 흘러가면서 웃음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다면 그 때는 이미 늦을 수 있다. 물론 계속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뽑아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좀 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한히 도전하는 것. <무한도전>의 이 정체성을 되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