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오락관>을 통해 보여준 <1박2일> 예능의 성격
<1박2일>이 <가족오락관>을 만난다? <1박2일>의 정체성에 대해서 이 프로그램의 뼈대를 만든 이명한 PD는 <6시 내 고향>에 가깝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것은 그 여행이 갖는 특유의 시골스런 정서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도 <1박2일>의 복불복 게임은 야외에서 하는 <가족오락관>에 가까울 것이다. 실제로 <1박2일>이 했던 상당한 복불복 게임이 <가족오락관>에서 선보였던 것들이기도 하다.
'1박2일(사진출처:KBS)'
서울 시간여행편이 서울여행을 통해 과거의 흔적이 남겨진 서울을 여행하고 굳이 KBS를 베이스캠프로 삼은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날 찍은 사진들과 부모님들이 과거에 그 장소에서 찍은 사진을 병치함으로써 시간과 여행의 의미를 되새겼던 것이 새로운 <1박2일> 여행의 출사표 같은 느낌을 주었다면, KBS라는 공간에서의 하룻밤은 <1박2일> 예능의 출사표 같은 느낌을 주었다.
‘처음부터 특별한 장소는 없다. 추억이 그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 뿐.’ 자막으로 강조된 것처럼 지난 회에서 보여준 것이 여행지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대신 추억이 될 특별한 여행이야기에 주목하겠다는 <1박2일>의 의지를 드러냈다면, KBS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가족오락관>을 함께 한 이번 회는 세대와 성별을 떠나 온가족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예능을 지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던 것.
<1박2일>과 <가족오락관>의 만남은 그래서 각별하게 다가온다. 1984년부터 시작해 2009년 종영할 때까지 무려 25여년을 장수한 프로그램. 허참은 그래서 <가족오락관>의 대명사처럼 대중들에게 인식되어 있다. 조금은 세련되지 않게 여겨지지만 한때 잘 나간다는 연예인치고 이 프로그램을 거치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로 레전드가 된 예능 프로그램이다.
허참이 MC를 맡아 진행하는 <가족오락관>에 <1박2일> 멤버들이 투입되어 벌이는 게임 대결은 그래서 순간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겹쳐지는 착시현상을 만들었다. 아마도 이 장면에 대해서 나이든 세대는 과거를 회상했을 것이고, 젊은 세대들은 지금도 여전히 재밌는 그 게임에 빠져들었을 게다. 예능 프로그램의 게임 하나에도 이처럼 면면히 깔려 있는 시간의 더깨는 세대를 하나로 묶어내는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예능국장의 방에서 야외 취침을 놓고 벌어진 주문 대결(?)은 웃음을 위해서는 국장의 방까지도 털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일찍이 까나리를 넣은 아메리카노를 원샷했던 예능 국장의 방에서 그 방 냉장고의 음료수에 까나리를 집어넣으며 낄낄대는 멤버들의 모습은 그래서 권위를 해체하는 웃음의 힘을 드러내주기도 했다.
한편 배우 유인나가 진행하는 라디오 <볼륨을 높여요> 스튜디오에 깜짝 난입(?)한 <1박2일>은 과거 경북 문경 편에서 우연히 들르게 된 충추대에서 이뤄졌던 게릴라 콘서트 같은 무대를 떠올리게 했다. 이미 <전국노래자랑>과 함께 했던 <1박2일> 특유의 노래가 주는 정서는 아마도 앞으로 이 프로그램의 주요한 재미요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
새해를 맞아 특집으로 선 보인 ‘서울 시간 여행’은 그래서 <1박2일>의 여행과 예능 두 분야에서의 앞으로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여행지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그곳이 어디든 추억이 될 만한 여행을 하겠다는 것. 그리고 똑같은 복불복 게임이라도 <가족오락관>이나 <전국노래자랑> 같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세대 통합적인 정서까지 끌어안겠다는 것. 실로 유호진 PD의 여행과 예능에 대한 특별한 생각이 이 특집 속에는 담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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