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픈 현실 담은 <개콘>의 부활이 말해주는 것
“여러분 힘내요. 여러분 웃어요. 힘들고 지쳐도 웃어요-” <개그콘서트> ‘렛잇비’의 마지막 후렴구는 이 우스운 개그에 깊은 페이소스를 만든다. 비틀즈의 ‘렛잇비’를 개사해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아내는 노래로 반전의 웃음을 제공하는 이 코너는 웃지 못할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그 하루를 위해 기다리고 기다리던 월급날, 입금과 함께 빠져나가는 돈으로 빈털터리가 되는 이야기는 집세에 생활비에 결국 빚쟁이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네 현실을 제대로 꼬집는다. 입사해 남들 쉴 때 쉬지 않고 앉아 일해서 얻은 건 하체비만이라는 노랫가사에도 힘겨운 회사생활에 몸을 망치는 직장인들의 비애가 묻어난다.
이것은 말단 직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뒷담화는 기본이고 회식도 안 끼워주며 심지어 커피에 침 뱉고 카푸치노라고 갖다 주는 부하직원들 때문에 직장상사들도 힘겹긴 마찬가지다. 그래서 회사에서 먹고 자며 일만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말하다가도 연봉이 2억이라는 말에 ‘롤 모델’ 삼는 것일 게다. 또 일도 못하면서 외모만 신경쓰는 여직원을 욕하면서도 회장님 며느리가 된 그녀를 ‘롤 모델’이라 외치는 것일 게다.
‘렛잇비’가 샐러리맨들의 현실적인 삶을 개그소재로 한다면 새로 시작한 ‘만수르’는 비현실적인 재벌의 판타지가 웃음을 터트리게 만든다. 1400조의 재산으로 세계 재벌 만수르의 ‘돈 이야기’는 너무 어마어마해 없는 현실을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허탈한 웃음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위화감이 아니라 웃음이 되는 이유는 모나리자 원본 그림을 1500억에 낙찰해 가져와서는 “중고라 싸게 샀나봐?”라고 말하고, 그 얼굴에 낙서를 해대는 장면이 비현실적인 판타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집으로 들어오기 위해서 ‘현관에서 직진해 안방사거리를 지나 부엌 톨게이트를 통과하라’는 이야기는 그래서 판타지와 현실 사이의 커다란 괴리를 만들어냄으로써 웃음을 준다. 생일파티 사회자로 짐 캐리 대신 김준현을 해달라는 아들에게 “니가 그지야? 어디 집안에 각설이를 들여?”하고 화를 내고, 벌을 준답시고 “가서 금 들고 서 있어”라고 하거나 집 나간다는 아들에게 “집 나가는 게 쉬운 줄 알아? 2년 걸려 임마!”하고 말하는 장면도 그 비현실감 때문에 웃음이 터져 나온다.
한편 또 다른 새 코너인 ‘참 좋은 시절’은 보증 잘못 서서 가난에 허덕이는 집안의 잠자리 풍경이 소재다. ‘만수르’하고는 정반대 상황. 가장인 양선일은 아내와 자식들의 은근한(?) 질책에 흐느낀다. 그 우는 것마저 “시끄럽다”며 조용히 하라는 딸의 대사는 웃기지만 슬프다. 이 코너에서 “대기업에 취직했다”는 아들의 말은 꿈 속 잠꼬대에서나 나오는 이야기다. 즉 ‘참 좋은 시절’은 역설적인 표현인 셈이다. 참 어려운 세상이다.
최근 그간 살짝 주춤했던 <개그콘서트>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그리고 그 원동력은 역시 현실 공감을 바탕으로 하는 ‘웃픈’ 개그들에서 나오고 있다. <개그콘서트>는 이들 ‘웃픈 개그’들을 통해 힘겨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여러분 힘내요. 여러분 웃어요. 힘들고 지쳐도 웃어요-” 힘들어도 렛 잇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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