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 복면을 쓰니 이들이 자유로워진 까닭
노래 부르는 데 굳이 괴상한 복면까지 써야 할까. MBC <복면가왕>에 대해 이런 생각을 했다면 그것 역시 하나의 편견이라는 걸 확인했을 것이다. 복면은 제작진의 특이한 취향을 위한 것도 아니고 그저 오락을 위한 장치만도 아니다. 그것은 그가 누군가 하는 그 정체가 주는 선입견과 편견을 차단해주는 놀라운 마법 장치다. 복면을 쓰고 노래를 부르니 그들은 더욱 자유로워졌다.
'복면가왕(사진출처:MBC)'
“처음에는 누굴까 고민하다가 나중엔 (노래 때문에) 그냥 그걸 잊어먹었어요.” 패널로 자리한 신봉선의 이 말은 <복면가왕>이 어떻게 노래에 집중시키는 지 그 작동방식을 잘 말해준다. <복면가왕>은 먼저 그 복면 안의 인물이 누굴까 하는 궁금증을 증폭시켜 목소리에 집중시킨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에 대한 궁금증은 그러나 차츰 목소리와 노래 자체에 빠져들면서 잊혀져간다. 복면 하나 썼을 뿐인데 노래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진 건 그래서다.
복면이 그저 하나의 오락적인 장치가 아니라는 걸 말해주는 건 이 복면을 쓰고 나온 이들의 정체가 밝혀질 때다. 아이비, 권인하, 산들. 이미 톱 가수들인 이들은 왜 복면을 쓰고 노래를 부르기를 자청했던 걸까. 이것은 그들에게 덧씌워진 어떤 편견을 벗어나 오로지 노래로서 다시 자신을 세우려는 의도다.
아이비는 스스로도 밝혔듯이 발라드 가수로 준비하다 박진영을 만나 댄스가수로 데뷔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화려한 퍼포먼스 속에 상대적으로 아이비가 가진 감성 짙은 가창력이 드러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복면을 쓰고 나온 아이비가 이런 자신에게 덧씌워진 댄스가수라는 편견을 벗어나 얼마나 자유롭게 노래를 불렀을지 생각해보라. 그것은 또한 대중들이 갖고 있던 아이비에 대한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권인하는 이미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로 대중들에게 남아있다. ‘비오는 날의 수채화’ 1집 타이틀곡인 ‘오래전에’ 같은 곡은 그가 아니면 그 맛을 낼 수 없는 곡이었다. 그런 권인하가 왜 복면을 쓰고 무대에 섰을까. 그건 아마도 지나간 전설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가수로서 자신을 세우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권인하는 <복면가왕>을 통해 그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지금도 대중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해줄 수 있다는 걸 태연의 ‘만약에’를 부름으로써 증명해냈다.
B1A4의 보컬 산들은 아이돌이라는 편견을 깨주었다. 아이돌이라고 하면 막연히 노래는 뒷전이고 대신 그룹의 퍼포먼스가 우선일 것이라고 여기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산들은 자신을 숨기기 위해 사투리도 조심하고 조금 나이 들어 보이는 제스처까지 일부러 준비를 해왔다. 그렇게 자신이 아이돌이라는 걸 애써 숨겼던 건 결국 노래로서만 대중들에게 다가가고픈 마음 때문이었을 게다. 복면이 벗겨지고 모두가 깜짝 놀라는 그 순간, 아이돌에 대한 막연한 편견 또한 깨져버렸다.
이 정도면 충분히 <복면가왕>은 가수들에게 그 괴상한 복면을 굳이 씌우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한 셈이다. 아이비도 권인하도 산들도 복면 하나를 쓰고 자신에게 덧씌워진 편견의 굴레를 벗어났다. 흥미로운 건 이들이 모두 우승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승자는 자신이 질 때까지는 정체를 밝힐 수 없다는 것. 이것은 향후 진행될 프로그램에 남기는 기대감이면서도 탈락자라고 해도 이 무대가 그들에게 충분한 보상(가수로서의 존재증명)을 해준다는 걸 말해준다.
<복면가왕>은 기묘한 오디션이다. 우승자를 가리는 팽팽한 대결이 있지만 동시에 그 대결의 과도한 긴장감을 이완시키는 오락적인 장치로서 복면이 존재한다. 또한 그 복면은 가수들이 온전히 목소리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오락적 기능 그 이상의 효과를 발휘해낸다. 어떻게 이런 긴장과 이완, 재미와 의미 사이에 균형을 잡아내는 오디션을 기획할 수 있었을까. 보면 볼수록 흥미진진해지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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