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 알면서도 기꺼이 속아주는 재미라니
MBC <복면가왕>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의 주인공은 역시 김연우였다. 4연승을 거두며 무려 10주 동안 가왕 자리를 차지해왔던 클레오파트라. 물론 이미 대중들은 그가 김연우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눈치 채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도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시청자들은 그가 부르는 노래에 기꺼이 박수를 쳐주었다. 알면서도 기꺼이 속아주는 재미. <복면가왕>의 김연우는 그 심정적인 지지까지를 이끌어냈다.
'복면가왕(사진출처:MBC)'
마지막 무대의 노래가 된 ‘한 오백년’은 그가 10주 동안 화제의 주인공이 되었던 이유와 근거를 보여주었다. 발라드에서 록은 물론이고 댄스에 민요, 창까지. 장르 불문 못하는 게 없는 그에게 연예인 패널은 “도대체 못하는 게 뭐냐”고 되물었고, 지상렬은 ‘한 오백년’을 들으며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난생 처음 하는 도전 때문에 명창 남상일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받고 올라왔다는 그의 무대에 이윤석은 “가왕을 넘어 가신의 경지”를 보여줬다고 했고, 작곡가 김형석은 세션을 쓰지 않고 “목소리 하나만으로 중압감을 견뎌낸” 그가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사실 그대로였다. 일부러 민요를 해서 져줬다는 얘기는 그 무대의 완성도를 생각해보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안전한 선택이 아닌 도전을 보여줬을 뿐.
이제 새로운 가왕의 자리는 노래왕 ‘퉁키’에게 돌아갔다. 퉁키에서 김연우는 “오랫동안 가왕 자리 유지해주시면서 좋은 노래 들려주셨으면 좋겠어요” 라고 진심어린 마음을 전했다. 과연 그는 김연우가 만들어낸 <복면가왕> 열풍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첫 회에 이미 팬덤이 만들어진 퉁키는 김연우만큼 연전연승의 가능성이 높은 가수임에 틀림없다. ‘흐린 기억 속의 그대’를 부른 퉁키는 노래만 잘 부르는 게 아니라 관객들과 함께 놀 줄 아는 여유까지 가진 인물이다. 그가 뜀박질을 하며 노래를 부르자 관객들은 함께 일어나 호응해주었다. 마치 콘서트장을 온 듯한 그 분위기는 퉁키의 팬덤 역시 김연우가 클레오파트라 가면을 통해 보여준 다양한 재미들을 예고하는 듯 했다.
벌써부터 퉁키가 누구인가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간다. 그리고 그러한 추정 역시 상당히 근거 있는 추측들이라고 여겨진다. 어찌 보면 이번에도 그 복면의 인물이 누구인가가 일찌감치 대중들에게는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누구인지 드러난다고 해도 그게 무슨 상관이랴. 이미 우리는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를 통해 그의 정체가 김연우라는 걸 일찌감치 알면서도 그 노래에 푹 빠져버린 경험을 갖게 되었다. 가면을 벗으면 더 이상 노래를 들을 수 없는 것이 <복면가왕>의 룰이다. 그러니 알면서도 기꺼이 속아주게 된 건 그 노래에 대한 대중들의 갈증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것은 마치 프로레슬링을 보는 듯한 재미를 닮아있다. 우리는 그 실체를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그 다이내믹한 동작들과 기술들을 보며 충분히 즐거워하지 않았던가. <복면가왕>의 스타일은 상당부분 ‘반칙왕’이나 ‘타이거마스크’ 같은 프로레슬링을 떠오르게 한다. 그들이 무대로 나오는 그 세트 역시 프로레슬링의 한 장면처럼 보이고, 무대 위에서의 한 판 승부도 마찬가지 스타일을 갖고 있다.
프로레슬링이 그러하듯이 <복면가왕>의 정체가 누구이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런 건 사실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 보다 중요한 건 복면이라는 장치 하나로 최고의 노래와 최고의 무대를 볼 수 있다는 것. 이미 어느 정도 정체가 드러났다고 해도 퉁키가 김연우의 평행이론을 그릴 것이라 예견하게 되는 건 그래서다. 정체나 결과에 상관없이 다음 주 퉁키가 어떤 무대를 선보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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