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7>, 이건 라이벌 미션이 아닌 라이브 무대
이건 라이벌 미션이 아니라 하나의 라이브 무대가 아닐까. 콜라보레이션 미션보다 더 놀라운 역대급 무대들이 <슈퍼스타K7>의 라이벌 미션에서 쏟아져 나왔다. 제 아무리 가창력이 좋아도 무대 자체가 감동을 주지 못하면 합격자는 없다는 심사위원들의 심사기준에 대한 사전 합의가 있었지만 막상 감동적인 무대가 펼쳐지자 심사위원들은 누구를 떨어뜨려야 하는가에 곤혹스러워했다. 심지어 성시경은 <슈퍼스타K> 하기 싫다는 얘기로 그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슈퍼스타K7(사진출처:Mnet)'
그저 심사위원들이 억지로 만들어내는 호들갑이 아니었다. 듀스 고 김성재의 ‘말하자면’을 부른 중식이밴드와 리플렉스는 홍대 인디 신의 자존심을 살리겠다며 나선 밴드들. 독특하고 세련된 창법의 리플렉스와 툭툭 내뱉는 듯 마치 전인권을 보는 듯한 매력적인 창법의 중식이 밴드. 색깔이 전혀 다른 두 밴드지만 그들의 무대는 자신들의 개성을 한껏 드러내면서도 기묘한 합을 보여주는 무대를 선보였다. 결과는 중식이밴드의 합격. 그 자체로 하나의 라이브 공연을 보는 듯한 그 무대를 통해 한 팀을 탈락시킨다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었다.
디아프램튼과 클라라 홍이 부른 밥 딜런의 ‘Make you feel my love’는 클라라 홍 특유의 짙은 감성으로 귀를 사로잡은 후, 디아프램튼의 컨트리풍의 보이스가 어우러지면서 완벽한 무대를 연출했다. 이 역시 누가 잘 하고 못 했는가로 판명될 수 있는 무대가 아니었다. 다만 한국적인 감성과 정서가 더 묻어난 클라라 홍이 어딘지 미국적 팝의 느낌을 주는 디아프램튼보다 취향에 있어 더 유리했을 뿐이었다. 결국 이 무대의 승자는 클라라 홍에게 돌아갔다.
놀라운 블루스적인 저음의 매력이 돋보이는 이요한과 깊은 몰입의 힘을 보여주는 지영훈이 부른 신촌블루스의 ‘아쉬움’ 역시 마찬가지였다. 노래가 끝나자 노래 가사 대로 “아쉬움만 남았다”고 성시경이 얘기한 것은 노래가 끝나는 것이 아쉽다는 뜻이었다. 이 노래에서는 물론 이요한의 저음은 물론이고 의외로 치고 나오는 과감한 발성이 또 다른 매력으로 드러나면서 그의 합격이 결정됐지만 마치 야수처럼 몰아치는 지영훈의 몰입 역시 만만찮은 것이었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무대는 이 날 프로그램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한 자밀킴과 케빈오가 부른 마룬파이브의 ‘She will be loved’였다. 곱상한 외모와는 달리 자기만의 블루스적인 음악세계가 확고한 케빈오는 완벽하게 준비된 무대를 통해 절제미를 보여줬다면, 그 절제된 음악적 틀 안에서 자밀킴은 특유의 예술가적인 자유로움을 보여줬다. 이들의 절제와 자유분방함이 조화된 무대에 김범수는 “감동의 차원을 넘어섰다. 이건 충격이다”라고 말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확실히 과거만큼 화제를 잃은 게 사실이다.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격인 <슈퍼스타K>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퍼스타K>가 계속 되고 앞으로도 계속 되어야 하는 그 이유를 이들의 라이벌 미션은 충분히 입증해냈다. 합격과 탈락의 차원을 넘어서 그 자체의 무대가 하나의 완성된 공연처럼 느껴지는 순간들. 그래서 오디션 프로그램의 라이벌 미션 곡이 아니라 하나의 발표된 음원처럼 대중들이 즐길 수 있는 노래가 되는 순간. 심사위원도 시청자도 누구를 탈락시킬 것인가를 곤혹스럽게 만들지만, 그런 곡과 그런 순간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슈퍼스타K>의 존재 가치는 충분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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