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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삼시세끼'가 환기시킨 우리가 잊고 살아왔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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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의 자연, 사람, 음식이 남긴 것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 지...” <응답하라1988>에 흘러나오는 동물원의 혜화동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삼시세끼> 어촌편 시즌2가 종영했다. 종영에 즈음해 생각해보면 <삼시세끼>가 하려던 이야기는 그 가사의 한 구절이 아니었을까. 우리가 잊고 살아왔던 참 많은 것들이 <삼시세끼>를 통해 환기되었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만재도는 이제 너무나 친숙한 섬이 되었다. 그 누가 열 시간 넘게 달려가야 비로소 닿을 수 있는 외로운 섬이라고 하겠는가. <삼시세끼> 어촌편이 두 차례의 시즌으로 펼쳐놓은 만재도의 구석구석들. 바다가 멀리 내려다보이던 세끼 집과 주인이 있는 날보다 없는 날이 더 많아 보이는 만재슈퍼, 정상에 오르면 끝없이 펼쳐지던 수평선들, 늦여름에 물장구 치고 놀던 바다, 참바다 유해진이 낚시를 하던 포인트들과 잔뜩 기대하게 만들던 통발 놓던 포인트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곳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가족 같은 사람들. 도시에서 눈 돌려봐야 건물에 막히고 마는 우리의 시야가 잊고 있던 그 자연의 구석구석을 <삼시세끼>는 우리에게 돌려주었다.

 

그 곳에 좋은 사람들이 모이니 더욱 좋을 수밖에. <삼시세끼>의 진정한 힘은 바로 이 보고 싶을 정도로 좋은 사람들이 함께 한다는 점에서 나온다. 투덜대고 어딘지 결벽증이 있어 보이지만 만드는 음식 속에 그 사람의 정이 듬뿍 느껴지는 차중마 차승원, 물고기를 잡지 못한 날이면 한껏 의기소침해지고 그러다 물고기를 잡은 날은 한껏 허세를 부리는 인간미가 느껴지는 참바다 유해진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서 마치 자식처럼 동생처럼 끈끈함을 만들어내는 기분 좋은 막내 손호준.

 

그 곳을 찾은 박형식, 이진욱, 윤계상은 손님이라기보다는 머슴에 가까웠다. 그런데 그것이 어쩌면 그들을 더욱 기분 좋게 만들었을 것이다. 손님이 아니라 한 가족 같은 느낌을 주었을 테니 말이다. 그들은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며 진정한 식구의 훈훈함을 보여주었다.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만재도의 자연과 사람과 음식은 그렇게 우리가 잊고 살아가던 것들의 가치를 되새겨 주었다.

 

도시에 다시 모여 결국은 잡지 못한 참돔과 돌돔을 먹으며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이 나누는 대화 속에는 만재도에 대한 그리움이 벌써부터 묻어나 있었다. 유해진은 언제고 힘들어질 때 혼자라도 만재도를 꼭 찾아갈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마도 다시 제각각 돌아간 일터에서 또다시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살아갈 것이지만 그럴 때마다 그들은 만재도에서의 그 여유롭던 한 끼와 바다를 내려다보며 한가롭게 낮잠을 즐기던 한 때와 산체 벌이와 함께 뒹굴던 시간들을 떠올릴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그 곳을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삼시세끼>를 통해 그 곳의 기억을 공유하게 된 우리들도 간혹 만재도가 그리워지는 날이 올 지도. 그럴 때면 우리도 잠시 이 곳을 떠나 저 곳으로의 일탈을 꿈꿔보는 건 어떨지. 그 곳에 가면 어쩌면 우리가 바쁘게 살아가며 잊고 있던 것들을 되찾을 수도. 차승원과 유해진과 손호준이 그러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