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꽃청춘'과 '응팔' 콜라보, 그 득과 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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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청춘'과 '응팔' 콜라보, 그 득과 실

D.H.Jung 2016. 3. 1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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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청춘>, 높이 난 만큼 추락의 상처도 깊지만

 

tvN <꽃보다 청춘> 나미비아편은 나영석표 예능이 늘 그래왔듯이 그 기획부터 이미 대박이었다. <응답하라1988>로 한창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4인방, 류준열, 고경표, 안재홍, 박보검이 출연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종영으로 아쉬움이 남았던 시청자들이라면 그 연장선으로서 <꽃보다 청춘>으로 그 빈자리를 채우고픈 마음이었다.

 


'꽃보다 청춘(사진출처:tvN)'

이미 <응답하라1988>의 포상휴가를 떠났던 그들이 푸켓에서 나영석 PD에게 납치(?)됐다는 소식이 나오자마자 대중들은 반색했다. 대중들이 정확히 원하는 그 포인트를 나영석 PD 특유의 오글거리지 않는 스타일로 짚어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갑자기 아프리카로 떠난 그들. 이런 상황 자체를 뒤늦게 통보받고 후발대로 박보검이 합류하는 과정도 흥미로웠고, 다 모인 그들이 마치 형제처럼 서로를 토닥이며 여행을 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훈훈함을 주었다.

 

그들은 한 번도 그런 여유를 만끽한 적이 없었던 청춘들처럼 들떠 있었고, 모든 것 하나하나가 감사함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그 억눌렸던 청춘의 감정들이 봇물 터지듯 풀려났던 것이 문제였던가. 가운을 입고 조식을 먹으러 가는 장면과 수영장에서 팬티까지 벗어 던지고 물놀이를 하는 장면이 아슬아슬한 느낌을 안은 채 방영되었다. 청춘의 한 때 치기라고 볼 수도 있는 장면이었지만 비매너 논란은 의외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지금껏 나영석 PD의 프로그램에서 자잘한 논란거리는 나왔지만 이만큼의 큰 파장은 처음이다. 늘 대중들이 원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나영석 PD의 성향이지만 어딘지 이번 논란을 일으킨 장면들은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늘 출연자도 제작진도 또 시청자도 즐겁고 흐뭇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을 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 논란의 장면들은 출연자와 제작진은 어떨지 몰라도 결코 시청자들이 편안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결국 제작진이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지만 의외로 그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청춘의 한 때로서 이해할 수 있다는 동정적인 시각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늘 비호 받는 나영석 PD표 프로그램에 대한 불만 또한 등장하기도 했다. 즉 이제는 비매너 논란이라는 사안 자체에서 벗어나 지금껏 늘 대중들에게 호의적이었던 나영석 PD표 프로그램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내는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무엇이 잘못됐던 걸까. 어쩌면 이것은 논란 자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되는 건 아닐까. 결국 나영석 PD에 대한 무한지지는 그 프로그램들이 워낙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안겨주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웬만한 논란이 나와도 나영석 PD가 나서서 한 마디 하면 가라앉을 수 있었던 건 그래서다. 그렇다면 <꽃보다 청춘>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사실 <꽃보다 청춘>이 예전만큼 재미가 없어졌다는 이야기는 이미 아이슬란드편에서부터 조금씩 흘러나왔다. 물론 아이슬란드라는 놀라운 풍경들이 모든 걸 압도하고 있었지만 본래 <꽃보다 청춘>의 재미는 거기 출연하는 인물들의 새로운 면모에서 나온다. 하지만 아이슬란드편에서 인물들보다 주목된 건 풍광이었다. 오로라는 멋있었지만 거기 출연하는 인물들은 새롭다기보다는 이미 다른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알고 있던 이미지의 재연처럼 여겨지는 면이 있었다.

 

이것은 곧바로 이어진 <꽃보다 청춘> 나미비아편도 마찬가지다. 물론 <응답하라1988>로 한껏 높아진 관심 때문에 첫 회부터 두 자릿수 시청률을 내는 대박 아이템이 되었지만 그 인물들은 <응답하라1988>의 캐릭터를 반복해서 보여줄 뿐 새로운 면모는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지 그들의 새로운 면이 없었다는 건 아니다. 류준열은 의외로 뛰어난 소통능력과 추진력을 보여주었고, 안재홍은 긍정적이며 여유 있는 성품을 드러냈다.

 

중요한 건 그런 면모들이 그다지 부각되는 느낌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꽃보다 청춘>이라는 시리즈가 반복되면서 생겨난 피로가 아닐까. 그나마 시즌제로 어떤 휴지기를 두고 방영됐을 때는 새로운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번처럼 아이슬란드편에서 바로 나미비아편으로 이어지면서 그건 반복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다만 장소와 풍광만 달라졌을 뿐.

 

나영석 PD는 이제 새로운 아이템을 시작해야 할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꽃보다> 시리즈도 아니고 그렇다고 <삼시세끼>도 아닌 또 다른 참신한 아이템만이 그의 비상을 지속가능하게 해주지 않을까. 이번 <꽃보다 청춘><응답하라1988>의 콜라보는 시청률에서는 대박을 내주었지만 나영석 PD표 예능 프로그램에는 큰 상처를 주었다. 그간 늘 높이 날아왔기 때문에 이번 추락의 충격은 더 깊을 수 있다. 하지만 나영석 PD에게 이것은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 항상 대중들의 눈높이에서부터 다시 시작했던 그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