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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고개 숙인 '굿미블', 단지 '태후'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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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미스터 블랙>, 왜 뻔한 복수극처럼 보일까

 

MBC 새 수목드라마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시작 전부터 시청자들에게 많은 기대를 갖게 만든 작품이다. 무엇보다 황미나 작가의 걸작으로 기억되는 원작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물론 원작에서의 배경은 우리나라가 아니라 영국과 호주이고 인물들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니다. 하지만 83년도에 나온 이 작품에 열광했던 중년들이라면 이 작품이 우리식으로 재해석된다는 것에 충분히 반색할만하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사진출처:MBC)'

첫 회만 보면 쉽게 눈치 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저 알렉상드르 뒤마의 장편소설인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 복수극이다.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한 주인공이 어려운 길을 돌아 복수를 하는 전형적인 이야기. 원작이 복수극에 집중했다면 드라마화 되는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여기에 멜로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진욱, 문채원, 김강우 같은 캐스팅은 우리 식으로 해석된 이 작품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만들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첫 방영된 <굿바이 미스터 블랙>의 시청률은 고작 3.9%(닐슨 코리아)로 동시간대 지상파 드라마들 중 꼴찌를 기록했다. 물론 워낙 강력한 상대인 KBS <태양의 후예>가 이제 거의 30% 시청률을 목전에 두고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대진 운이 안 좋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SBS <돌아와요 아저씨>4.0% 시청률로 떨어진 걸 보면 <태양의 후예>가 거의 차지해버린 수목드라마 점유율의 나머지를 이제 <굿바이 미스터 블랙><돌아와요 아저씨>가 나눠가진 느낌이다.

 

하지만 단지 <굿바이 미스터 블랙> 같은 기대작이 겨우 이 정도의 힘을 발휘한다는 건 그 내적인 문제가 있다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 어찌 된 일인지 원작 만화가 갖는 이국적이면서도 세련된 느낌이 드라마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야기 전개나 연출 방식이 전형적인 국내의 복수극 연출의 틀을 거의 답습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그 이야기 전개와 연출이 막장드라마의 시작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기까지 한다.

 

차지원(이진욱)과 민선재(김강우)의 우정과 미묘한 질투, 그리고 부정을 저지르게 된 선재가 그 수렁에서 헤어 나오려 하다 결국 지원의 아버지까지 총에 맞게 되는 상황을 만들고 이로써 엇갈리게 될 두 사람의 운명. 극단적인 상황에 몰린 차지원이 태국 현지에서 만나게 된 스완(문채원)과 가까워지는 이야기. 빠른 이야기 전개는 좋지만 이미 너무 많이 반복된 전형적인 복수극의 스토리에 어딘지 허술해 보이는 연출로 인해 떨어지는 완성도는 향후 <굿바이 미스터 블랙>의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어쩌면 최근 들어 <시그널>이나 <태양의 후예> 같은 마치 영화 같은 드라마들의 영상연출에 눈이 높아져서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전형적인 복수극의 이야기를 전형적인 연출방식으로 보여주다 보니 MBC 주말드라마에서 자주 봐왔던 그런 장면들이 자꾸 연상되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치명적인 약점이 아닐까.

 

어쩌면 이런 연출방식이 지상파에서 늘 상정하던 그 충성도 높은 시청층에게 더 어필할 것이라고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지금의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그것보다 훨씬 더 높아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째서 원작만화가 갖고 있던 그 아우라와 이국적인 세련됨 같은 것들이 드라마에서는 느껴지지 않을까. 외국을 배경으로 했던 내용을 국내 버전으로 바꿔서일까. 아니면 그 리메이크가 너무 국내의 막장드라마에서 익숙해져버린 복수극의 틀을 따르고 있어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