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최적화된 <몽상합화인>, 장태유 감독의 차이나드림
북경에서 열린 장태유 감독의 <몽상합화인> 시사회에 쏠린 중국인들의 관심은 컸다. <별에서 온 그대>의 PD로서 많은 제작자들이 러브콜을 보냈던 장태유 감독이다. 그러니 그가 만든 영화에 대한 기대감 역시 클 수밖에 없다.
장태유 감독(사진출처:위에화 엔터테인먼트)
현장에 온 중국기자는 영화가 상영되기 전 <몽상합화인>에 대해 “<별에서 온 그대>처럼 초월적인 존재가 등장하느냐”고 물었다. 장태유 감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몽상합화인>은 지극히 평범한 중국인들이 등장한다고 했다.
영화의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였지만 장태유 감독은 이런 장르가 중국에서는 낯선 장르라고 말했다.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루는 영화들이야 늘 있었겠지만 아마도 평범한 여성의 성공스토리를 담은 로맨틱 코미디가 낯선 장르라는 얘기였을 게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만 두고 보면 소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이 작품이 얼마나 중국에 최적화된 영화인가 하는 게 단박에 느껴졌다. 중국의 한 시골에서 자라나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뉴욕까지 가게 되지만 결국 실패하고 돌아와 중국에서 MBA 과정을 밟으며 ‘차이나 드림’을 이뤄간다는 이야기다.
아메리칸 드림에 대응하는 차이나 드림을 넣었다는 건 현재 변화하고 있는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서 중국을 그대로 영화 속에 담았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이 평범한 여성이 한 교수의 지도아래 하나하나 사업을 일으키고 키워나가는 과정은 일종의 ‘스타트업’에 대한 가이드라인 역할도 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적인 효과를 갖고 있다고 해도 이 영화는 상업영화로서의 코미디, 감동 같은 많은 정서적 감흥을 주는 요소들을 거의 다 갖추고 있다.
즉 한 평범한 여성의 좌충우돌 성공기를 웃고 울며 따라가다 보면 ‘차이나 드림’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메시지를 만나게 된다는 점이다. 영화는 영어 자막으로 봐도 이해될 만큼 대단히 쉽고 빠른 전개로 흘러가지만 요소요소의 감정들을 놓치지 않고 살려나가는 점은 역시 장태유 감독의 저력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처음에는 소소하게 느껴졌던 이야기들이 점점 인물에 몰입하게 되고 그들의 성장을 보면서 빠져드는 과정들은 사실 할리우드의 그 어떤 시각적 스펙터클보다 강하게 다가온다. 장태유 감독은 ‘보여주기’보다는 캐릭터에 ‘빠져들기’를 선택했다고 보인다.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인들을 저격했던 그 취향들, 이를테면 여성들의 관점에 최적화되어 있는 유쾌함과 성공에 대한 욕망 같은 것들이 <몽상합화인>에는 잘 녹아들어 있었다.
사실 중국과 우리의 정서가 다르기 때문에 <몽상합화인>의 중국에서의 성공을 미리 예단하기는 어렵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한 로맨틱 코미디처럼 다가오는 면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인들에게는 확실히 <몽상합화인>이 정서적 공감대를 주고 있다는 것을 중국 현지의 시사회장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중국 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한참 웃다가 뒷부분에 가서는 눈물을 짓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몽상합화인>은 우리가 갖고 있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많은 노하우들을 그냥 재연하는 것이 아니라 훨씬 중국인의 감성에 맞게 재구성해낸 작품이다. 이미 웨이보 등에서는 이 영화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이 지대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만일 이 영화가 중국에서 성공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장태유 감독의 철저한 현지화 전략 덕분일 것이다. 장태유 감독의 차이나드림. 그것은 과연 많은 중국 진출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괜찮은 성공사례로 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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