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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W'의 맥락 없는 반전에 이토록 호응한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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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보다 상상력, <W>의 의미 있는 드라마 실험

 

맥락 혹은 개연성. 드라마를 쓰거나 보는 사람이라면 하나의 공식처럼 되어 있는 이 틀 안에서 그게 얼마나 잘 맞춰져 있는가를 고심하고 들여다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W>의 세계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자유롭다. 대신 이 드라마가 취하고 있는 상상력이다. 맥락도 없고 개연성도 없으며 때로는 멜로에서 단 몇 분 만에 스릴러로 훌쩍 뛰어넘는 식으로 장르적 문법도 무시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허용되는 세계. 바로 <W>의 세계다.

 

'W(사진출처:MBC)'

생각해보면 <W>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뜬금없었다. 갑자기 만화 속 세계에서 손이 불쑥 튀어나와 만화가 오성무(김의성)의 딸 오연주(한효주)를 끌고 들어갔고, 웹툰 속 인물인 강철(이종석)은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사실에 마치 작가에게 외치듯 당신 누구야하고 소리치자 그것이 웹툰처럼 글자로 새겨졌다. 웹툰 속에서 현실로 튀어나온 강철이 자신을 그린 작가인 오성무에게 총을 쏘더니 자신이 그저 캐릭터라는 사실을 알고 한강 물로 투신한다.

 

그렇게 죽으며 웹툰도 끝난 줄 알았지만 그 마지막 엔딩장면이 그대로 멈춰서 있다는 걸 알게 된 오연주는 다시 강철을 되살리고, 웹툰 속에서 강철의 동인을 만들기 위해 맥락 없이 만들어져 그의 일가족을 살해한 진범은 현실과 웹툰을 넘나들며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 각성한 진범이 어떻게든 자신의 존재근거를 찾으려 하자 강철은 이 모든 걸 처음으로 되돌리기 위해 오연주에게 현실로 돌아가 모든 게 꿈이었다는 설정으로 바꾸어 달라고 요청한다. 그래서 다시 원점으로 이야기는 돌아가는 듯 했으나, 진범을 제거하지 않으면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는 걸 안 오성무는 강철이 납득할 수 있는 진범으로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는다. 하지만 각성한 진범은 오히려 오성무의 얼굴만 빼앗아 방송국에서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다.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이어지지만 그것은 맥락과 개연성을 따라간다기보다는 끊임없이 충격적인 반전을 거듭하는 식이다. 특히 모든 걸 꿈 설정으로 되돌린 후에는 어딘지 이야기가 조금 늘어지는 것처럼 여겨졌지만, 갑자기 얼굴이 사라져버린 오성무가 그 놈이 내 얼굴을 가져 갔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이 맥락 없는 반전이 소름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했다.

 

흥미로운 건 이러한 맥락과 개연성이 실종된 반전의 연속을 시청자들이 허용하고 심지어 나아가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W>라는 드라마가 애초에 설정한 웹툰과 현실의 교차라는 밑그림 덕분이다. 이 비현실적이고 판타지가 될 수밖에 없는 밑그림 위에서 이야기는 날개를 달았고 상상력은 한계가 사라졌다.

 

그런데 맥락보다 상상력에 몰두하는 <W>의 이러한 전개에 시청자들이 열광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건 아마도 지금껏 많은 드라마들이 그토록 문법 안에서 뱅뱅 돌며 우리가 생각하는 범주 안에서만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해왔던 것에 대한 일종의 해방감이 아닐까. 출생의 비밀과 불치병, 불륜, 신데렐라 이야기 등등 우리네 드라마에는 일종의 되는 드라마의 공식이라는 것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지금도 그것이 유효한 지는 의문이다.

 

그러니 한 번쯤은 그 모든 공식들을 털어내고 오로지 할 수 있는 상상력의 끝을 향해 달려보는 것에 이토록 호응하는 것이 아닐까. <W>의 기상천외한 드라마 실험이 우리네 드라마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 여겨지는 건 그래서다. 맥락보다도 또 개연성보다도 나아가 되는 드라마의 공식들보다도 지금의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새로운 상상력이라는 걸 <W>는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