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W', 이종석은 어쩌다 작가의 대변인이 되었을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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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이종석은 어쩌다 작가의 대변인이 되었을까

D.H.Jung 2016. 9. 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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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의 너무 많은 설명들,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

 

MBC 수목드라마 <W>는 웹툰의 세계와 현실 세계가 서로 부딪치고 겹치는 독특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금껏 드라마에서 좀체 다루지 않았던 설정들이기 때문에 낯설지만 동시에 참신한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웹툰 속 주인공인 강철(이종석)이 현실 속 인물인 오연주(한효주)와 사건으로 서로 엮어지며, 강철과 진범의 팽팽한 대결 구도 속에서 피어나는 현실과 가상을 뛰어넘는 사랑이야기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W(사진출처:MBC)'

<W>는 판타지 설정이기 때문에 그 안에 어떤 법칙 같은 것들이 세워졌다. 이를테면 웹툰 속에서 현실로 나가려면 어떤 충격적인 엔딩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오연주는 맥락 없이 강철의 뺨을 때리고 갑자기 키스를 하기도 한다. 웹툰의 세계와 현실 세계는 처음에는 웹툰을 그리는 모니터로 연결되어 있었지만 차츰 인물들이 각성하며 세계를 넘나드는 설정으로 바뀐다. 또한 웹툰의 인물들은 그 존재의미를 잃어버리면 조금씩 사라져간다.

 

이런 법칙들은 나름 이해가 가는 것들이다. 그건 시청자들이 생각하기에 웹툰 속에서 벌어질 법한 일들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나름의 개연성은 그래서 <W>라는 황당할 수 있는 판타지 설정을 가능하게 해주는 중요한 장치들이다. 여기에 남녀 주인공의 멜로는 이 불가능한 상황을 이어주는 힘을 발휘한다. 두 사람이 이어지는 걸 보고픈 시청자들의 욕망은 심지어 개연성의 부족 또한 채워주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의 선은 있다. 즉 새로운 설정들이 계속 해서 생겨나기 시작하면 제 아무리 판타지 설정이라고 해도 작품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갑자기 각성한 범인이 이 세계를 그린 작가인 오성무(김의성)의 얼굴을 빼앗아 방송국에서 총기난사사건을 벌이는 장면은 충격적이지만 어떤 면으로 보면 너무 개연성에 있어서 튀는 장면처럼 보인다. 오성무의 눈 코 입 없는 얼굴은 섬뜩하지만 그런 일이 가능할까 하는 점에서는 이야기가 너무 나간 듯한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일단 사건이 마구 터지고 그 후를 수습하고 나름의 개연성을 이어붙이는 건 그래서 강철의 몫이 되었다. 오연주와 이 모든 상황을 되돌리려 하는 그는 진범을 잡으려던 시도가 어긋나게 된 것에 대해 그녀에게 장황하게 설명한다. 사실 진범과 오성무가 과거 빌딩 옥상에서 마주하게 됐을 때 오성무가 살기 위해 진범에게 강철을 죽이면 주인공이 되게 해주겠다는 말을 했다는 것. 그런데 이 사실을 강철은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강철은 또한 현실세계에서 웹툰 세계로 넘어가는 방법도 스스로 깨닫는다. 웹툰에서 각성해 현실로 넘어왔으니 그 반대도 가능하다는 것. 그래서 그는 이제 현실과 웹툰을 마음대로 오가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들은 끊임없이 강철의 입을 통해서 설명된다. 그는 오연주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그녀가 없을 때는 내레이션을 통해 상황을 설명한다.

 

<W>는 그래서 지금 강철의 설명으로 시작해 설명으로 끝나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리고 그 설명은 다름 아닌 작가의 설명이나 마찬가지다. <W>라는 세계가 그 자체로 시청자들을 설득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주인공인 강철이 그 상황들을 납득시키려 끊임없이 대변인 역할을 하는 것. 이러다 보니 <W>는 너무 자의적인 드라마가 되어가고 있다.

 

물론 <W>의 이런 맥락 없지만 흥미진진한 세계가 주는 감흥은 그 신선한 시도에 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너무 자의적으로 만들어진 상황과 그걸 연실 설명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자칫 극적 긴장감을 흐트러뜨릴 수 있는 약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