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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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미', 무엇보다 박보검, 김유정 같은 배우들을 얻었다

D.H.Jung 2016. 10. 2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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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미>가 발굴한 배우들, <성균관스캔들>처럼 성장할까

 

KBS <구르미 그린 달빛>이 종영했다. 끝났지만 보내지 못했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보인다. 그만큼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는 뜻이다. 최고 시청률은 23.3%(닐슨 코리아). 화제성은 단연 갑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구르미 그린 달빛>이 남긴 자산은 이 작품이 발굴해낸 만만찮은 배우들의 가능성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사진출처:KBS)'

그 중심에 박보검이 있다. 사실 박보검을 신인이라 말하긴 어렵다. 그는 tvN <응답하라1988>의 택이 역할로 주목받고 스타덤에 올랐지만 이미 그 이전에 <각시탈>, <원더풀마마>, <참좋은시절>, <내일도 칸타빌레> 같은 작품들을 거쳤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그가 여러 작품을 통해 쌓고 <응답하라1988>을 통해 단단해진 연기의 결을 비로소 제대로 펼쳐낸 작품이 되었다.

 

여전히 소년 같은 이미지, 하지만 어딘지 소년답지 않은 슬픔 같은 것이 담긴 눈빛, 그래서 그 슬픔이 눈에 머금은 채 환하게 웃을 때 느껴지는 그 복합적인 감정들. 일찌감치 어른의 세계에 들어와 그 아픔을 알아버린 아이 같은 그런 애틋함이 이 예사롭지 않은 가능성을 가진 배우의 결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조정대신들이 만들어내는 살벌한 어른들의 세계에서 그가 제대로 아파하고, 그러면서도 대항하며 성숙해가는 모습을 200% 시청자들에게 전해줄 수 있었던 건 그가 갖고 있는 결이 이영이란 캐릭터와 너무나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박보검의 상대역을 한 김유정은 남장여자 콘셉트를 제대로 소화해낸 여배우들이 그랬듯이 이제 소녀의 틀에서 성인역으로 넘어가는 통과의례를 잘 치러냈다. 아역 이미지가 강했던 그녀가 홍라온이라는 인물을 통해 비로소 보다 성숙해진 여성의 느낌을 갖게 됐다는 건 그래서 김유정으로서는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아역시절부터 충분히 쌓아온 연기 공력이 이렇게 자연스러운 이미지 변신과 만나게 된 김유정의 앞으로의 연기가 더더욱 기대되는 지점이다.

 

김윤성 역할을 연기한 진영 역시 B1A4의 아이돌 가수 출신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연기 소화력을 보여줬다. 사실 아이돌들은 연기에 대한 부담감이 타 배우들보다 크기 마련이다. 게다가 특히 사극 같은 경우는 본격 연기자들조차 적응이 쉽지 않다고들 말한다. 그런 상황을 감안해보면 진영이 보여준 연기는 놀라울 정도로 단단했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연기돌로서 발전 가능성이 높은 면면을 충분히 그는 보여줬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데뷔해 <돌아와요 아저씨>, <피리부는 사나이> 같은 작품을 거치며 조금씩 성장해온 곽동연 역시 이 작품을 통해 주목받았다. ‘갓동연이라는 수식어를 얻었을 정도. 이영의 호위무사이자 친구로서 그 선을 넘나드는 김병연이란 인물을 그는 괜찮은 액션 연기와 내면 연기를 통해 보여줬다. 역시 향후가 기대되는 배우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그 퓨전사극의 틀이 <성균관 스캔들>과 비교되곤 했다. 그런데 그 <성균관 스캔들>이 만든 최대의 성과는 역시 연기자들의 탄생이었다. 그 작품으로 박유천, 송중기, 유아인이라는 만만찮은 배우들이 등장했고, 그들은 모두 한류스타의 반열에 올라 있다. <구르미 그린 달빛> 역시 훗날 이런 평가를 받는 작품으로 남지 않을까. 여기서 발굴된 배우들이 <성균관 스캔들>의 배우들처럼 좀 더 넓은 세계에서 훨훨 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