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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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 이영애, 과연 의도대로 재조명될 수 있을까

D.H.Jung 2017. 1. 28.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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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의 ‘사임당’, 첫 방이 남긴 가능성과 문제들

SBS 새 수목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는 굳이 타임슬립 설정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사임당>은 그저 사극으로서 사임당이라는 인물을 재조명하지 않고, 굳이 현재의 인물인 서지윤(이영애)이 여러 사건을 통해 과거 사임당이었던 때로 돌아가는 설정을 갖고 있다. 서지윤은 펀드매니저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 그리고 한국미술사를 전공한 시간강사로서 교수임용을 간절히 바라는 워킹맘. 그녀는 교수를 시켜주겠다던 지도교수 민정학(최종환)으로부터 버려진 후 사임당의 기록으로 추정되는 일기와 미인도를 발견하면서 점점 사임당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 교통사고 후 무의식중에 사임당 시절로 돌아간 그녀는 그것이 단지 꿈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사임당, 빛의 일기(사진출처:SBS)'

이렇게 현재의 서지윤과 사임당이 타임슬립 설정으로 묶여지게 만든 까닭은 무엇일까. 그 이유는 명백하다. 서지윤이 처한 현모양처 워킹맘으로서의 삶을 과거 사임당이라는 인물을 통해 되돌아보려는 것이다. <사임당, 빛의 일기>는 우리에게 현모양처 이미지로 5만원권에 박제된 사임당을 깨워 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술가이자 워킹맘으로서의 그녀의 이야기를 다시금 쓰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History’가 아닌 ‘Herstory’로. 

그러니 이렇게 굳이 타임슬립 설정을 사용한 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임당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들을 깨기 위함이다. 현모양처 사임당이 아닌 자신의 예술세계를 끝까지 밀어붙인 당당한 예술가로서의 그녀를 재조명하겠다는 것. 또한 서지윤이 사임당 시절로 돌아가는 그 이야기는 현재의 인물인 서지윤이 스스로 현모양처이자 워킹망으로 살아가려 안간힘을 쓰는 그 삶 자체를 사임당이라는 인물을 통해 되돌아보는 일이 되기도 한다. 즉 타임슬립 설정은 판타지지만 사임당이란 인물에 대한 재조명과 현재의 여성으로서의 삶 양측을 함께 들여다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하지만 의도는 의도일 뿐,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몰입할만한 스토리의 개연성의 힘으로 굴러가는 것이다. 따라서 <사임당>이 먼저 해야 하는 건 이 갑자기 등장한 서지윤이 과거로 돌아가 사임당이 되는 타임슬립이 부자연스럽지 않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그만한 이유와 근거가 있다는 걸 밝히는 일이다. 만일 이 부분이 그럴듯하지 않으면 그 의도는 자칫 너무 자의적인 일이 되어버리고 나아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갖게 만들 위험성도 있다. 

남편 사업이 망하고 초라해져버린 집안의 아내이자 며느리, 엄마로서의 삶과 또 그토록 교수가 되기를 바랐지만 이용해먹을 대로 이용해먹고 버린 지도교수로 인해 시간강사 자리조차 빼앗기게 된 워킹우먼으로서의 삶, 여기에 지도교수가 주장했던 안견의 ‘금강전도’가 진품이 아니라는 의심을 하면서도 묵과했던 학자로서의 삶. 이런 것들이 서지윤이라는 인물의 절박함을 만들어내고 그로 인해 과거 사임당 시절로 타임슬립하는 것이지만, 그 계기가 교통사고 같은 지극히 평이하고 어찌 보면 다른 타임슬립 장르에서 무수히 써온 방식을 답습한 건 조금 안이한 느낌을 준다. 이 부분이 시청자들에게 이 드라마의 근간이 되는 타임슬립 설정을 설득시키는 중요한 신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좀 더 개연성에 신경 써야 했던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생각해보면 여러모로 타임슬립이란 설정은 파격이다. 다른 인물도 아니고 사임당은 특히 최근 들어 주목되는 인물이고 또 그렇기 때문에 곡해되기도 쉬운 인물이다. 게다가 사임당을 연기하는 배우 이영애에 대한 오해와 선입견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굳이 현대적 인물이 사임당이 되고, 그 사임당 역할을 이영애가 연기하는 그 사실들 역시 곡해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런 오해들을 뛰어넘으려는 것이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지만 그러려면 타임슬립 같은 파격적인 설정보다는 그저 그 인물을 정면으로 재조명하는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이제 겨우 2회가 끝났을 뿐이다. 그러니 향후 현재의 인물인 서지윤의 삶과 사임당의 우리가 몰랐던 삶이 겹쳐지면서 만들어낼 이중적 효과, 즉 과거 사임당에 대한 재조명과 현재의 여성 서지윤의 각성이 어쩌면 의외의 몰입을 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다시금 이 타임슬립 설정이 왜 필요했는가를 인물의 심리적 개연성을 통해 충분히 납득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