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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냄새 물씬 '터널', 한국형 스릴러란 이런 것
    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7. 4. 2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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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스릴러, 우리가 ‘터널’에 주목하는 이유

    스릴러는 안 된다? 우리네 드라마의 오랜 공식이 깨져가고 있다. 그 시발점은 김은희 작가가 쓴 tvN <시그널>이었다. 연쇄살인범이 등장해 잔인한 살인을 이어가는 스릴러물이지만 <시그널>은 놀라운 시청률과 완성도에 대한 호평까지 얻었다. 그게 가능했던 건 스릴러물이 어떤 잔인함과 공포 같은 자극적인 소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피해자의 절절한 감성과 어떻게든 범인을 잡아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려는 형사들의 간절한 감정 같은 것들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시그널>은 그래서 스릴러지만 따뜻한 느낌을 주는 작품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터널(사진출처:OCN)'

    그러고 보면 OCN <터널>은 <시그널>에서 시작한 한국형 스릴러의 신호가 이제 정착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터널>은 <시그널>의 그 인간적인 형사들이 주는 따뜻함이 전제되어 있고 연쇄살인범에 의해 살해된 피해자들의 아픈 감성이 전편에 걸쳐 느껴진다. 그래서 이 30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온 박광호(최진혁)라는 인물이 어떻게든 살인범을 잡아 사건을 해결하고 본래 시간대로 되돌아가 그 후에 벌어졌던 많은 비극들을 되돌리기를 시청자들은 간절히 바라게 된다. 

    이렇게 인물이 주는 인간적인 냄새는 박광호라는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들이 더 편안하게 스릴러 장르를 보게 되는 이유가 된다. 어딘지 우직하고 빈틈도 있어 보이는 인물이고, 30년 전의 사람이니 지금 시대의 디지털 문화에는 거의 무식자나 다름없는 인물이다. 게다가 그가 30년 후 다시 만나게 된 강력1팀장 전성식(조희봉)이 과거 막내였다는 사실은 상명하복의 딱딱해질 수 있는 경찰서의 풍경을 때론 우습고 때론 훈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이런 점들은 스릴러 장르 속에서도 시청자들을 편안하게 형사들의 입장에 빙의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스릴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범인을 잡기 위한 그 간절한 마음을 똑같이 느끼게 해준다. 

    또한 스릴러 장르가 쉽지 않다고 여겨지는 건 일종의 연속극 개념으로 드라마를 봐온 우리네 시청자들에게 이 장르에 들어올 수밖에 없는 여러 사건들이 편편이 끊어지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여러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들의 캐릭터는 계속 쌓여질 수 있지만 이처럼 매 사건이 나오고 그것이 해결되면 다른 사건이 나오는 식의 전개는 드라마에 대한 점증적인 몰입을 어렵게 한다. 

    하지만 <터널>은 여기서도 전개 방식에 있어서의 운용의 묘를 찾아낸다. 그것은 각각의 사건들이지만 그것이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사건으로 연결시킨 점이다. 이를테면 신재이(이유영)라는 어린 시절 부모의 죽음으로 입양됐다 돌아온 그 상처에 대한 이야기가, 오빠의 죽음을 목격한 아이의 입을 열게 하는 이야기를 통해 설명된다. 어머니가 연쇄살인범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상처를 가진 김선재(윤현민)는 역시 군대에서 구타로 죽은 아들 때문에 아내까지 잃게 된 한 아버지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살인을 저지른 그 사건을 통해 설명된다. 

    과거에서 온 박광호의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같은 이름을 가진 형사 행세를 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는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범행을 저지른 한 여자의 사건을 통해 설명된다. 즉 각각의 사건들이지만 그 사건들이 환기시키는 상황들은 주인공들의 상황들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짐으로써 각각의 사건처럼 여겨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이들을 일관되게 하나로 모으는 건 바로 연쇄살인범이라는 존재다. 박광호도 김선재도 또 신재이도 모두 연쇄살인범이라는 한 인물을 잡으려는 공동의 목적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사한 사건이 다시 벌어지고 과거에 잡았다 놓친 연쇄살인범 정호영(허성태)에게서 다시 연락이 오며 그를 추적하기 시작하지만 새롭게 국과수 부검의인 목진우(김민상)가 연쇄살인범이었다는 반전에 시청자들은 일관되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사실 ‘한국형’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는 건 어떤 외부에서 들어온 형식이 우리 식의 정서에 맞게 제대로 변형되었다는 걸 의미한다. <터널>을 한국형 스릴러라고 부를 수 있는 건 그 정서가 저 미드의 스릴러와는 완전히 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저 자극적인 장면과 허를 찌르는 반전만이 아니라 어떤 따뜻한 느낌과 나아가 가족적인 관계망이 주는 끈끈함 같은 것들이 <터널>에는 유기적인 구성을 통해 잘 보여지고 있다. <시그널>이 촉발한 한국형 스릴러는 <터널>에 와서 완성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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