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에 이르러 기어이 K팝의 매력이 드러났다
지난 19일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s)에 방탄소년단이 소개되자 객석에서는 환호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른 곳도 아니고 미국의 대표적인 음악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은 ‘DNA’ 무대를 선보였다. 객석 가득히 채운 팬클럽은 익숙한 듯 한국어 가사를 따라 하기도 했고 우리 식의 떼창을 중간 중간 채워 넣기도 했다. 순간 그 시상식이 우리가 알고 있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가 맞나 싶었다. 세계적인 팝 가수 숀 멘데스 같은 아티스트가 그 무대를 핸드폰으로 찍고 있다니...
사실 방탄소년단의 이런 해외의 성과가 입덕한 팬들이나 대중문화 관련 종사자들이 아니라면 갑작스러운 느낌이 있을 게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이런 성과는 단번에 이뤄진 게 아니다. 애초부터 해외 활동을 먼저 시작한 방탄소년단은 앨범은 물론이고 뮤직비디오 그리고 일상적인 짤방 등을 통해 SNS로 전 세계의 팬들의 마음을 조금씩 사로잡고 있었다.
물론 이런 흐름은 이미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그려내 보여준 바 있다. SNS라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이미 존재하고 있고, 그래서 그 위에 제대로 된 콘텐츠가 얹어졌을 때 그 반향은 언어와 국적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으며 심지어 팝의 본고장이라고 부르는 미국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팝 시장은 인도, 남미 같은 신흥지역에서 들어온 아티스트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그만큼 글로벌 트렌드가 즉각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방탄소년단만의 무기는 무엇이었을까.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코믹한 뮤직비디오와 춤 그리고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EDM 트렌드가 결합되어 만들어낸 사건이었다면, 방탄소년단은 좀더 K팝 아이돌의 본류에 해당하는 매력들을 최고점으로 끌어올려 만들어낸 반향이라고 보인다. 그 첫 번째 무기로 지목되는 건 다름 아닌 K팝 아이돌의 가장 큰 특장점으로 지목되는 군무였으니 말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방탄소년단의 군무를 한번쯤 본 사람들은 말한다. K팝 아이돌들이 늘상 보이던 그런 식상한 군무와는 다른 창의적인 안무가 더해진 이들의 군무는 ‘소름 돋는 칼군무’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척척 맞아 돌아가는 이들의 군무는 외국인 팬들이 이들을 찬탄하게 만드는 가장 큰 무기 중 하나였다.
두 번째 무기는 실제 라이브 무대에서 이런 격정적인 춤을 추면서도 직접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이다. 춤과 노래가 K팝 아이돌의 유전자라고 해도 이를 실제로 무대에서 실연해 보여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유튜브 등을 통해 올라온 방탄소년단의 라이브 무대를 보면 마치 기계처럼 돌아가는 그 독보적인 춤 위에서도 흘러나오는 노래를 관객들이 떼창으로 받아주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 무기는 역시 K팝 아이돌들이 가진 외모가 주는 매력이다. 외국 팬들은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이들의 얼굴을 보며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것은 단지 잘생겼다는 그런 뜻이라기보다는 젊음과 자신감, 개성 같은 것들이 그들의 춤과 노래와 엮어지며 만들어낸 외적 이미지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일 게다.
싸이와는 또 다른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만들어내고 있는 열풍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건 그것이 우리에게 오래도록 추구되어 왔지만 해외 팬들에게 보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K팝 아이돌의 매력을 전파하고 있다는 점이다. EDM과 힙합이 섞여진 전 세계적인 음악적 트렌드 위에 사랑 타령을 넘어서는 비판적인 가사가 얹어져 있고, 거기에 K팝 아이돌의 가장 큰 매력으로 지목되는 칼군무와 외적인 스타일이 더해져 있다. 어찌 보면 방탄소년단에 열광하는 외국 팬들로 인해 다시금 K팝 아이돌이 가진 매력을 새삼 발견하고 있는 느낌이다.(사진: AMA,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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