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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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끔찍한 아동학대 고스란히 보여준 이유

D.H.Jung 2018. 1. 2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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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불편하지만 들여다봐야 하는 아이들의 현실

새로 시작한 tvN 수목드라마 <마더>는 차라리 공포영화에 가깝다. 학대당하는 대상이 이제 겨우 초등학교 1학년 아이 혜나(허율)이기 때문이다. 혜나를 둘러싼 환경은 비정하고 잔혹하기 이를 데 없다. 학교에서 더럽다는 이유로 집단 괴롭힘을 당한 혜나는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았다. 온몸에 난 상처와 고막 파열, 영양실조로 쓰러지기까지 했다. 그의 모친 자영(고성희)의 동거남 설악(손석구)은 혜나를 지속적으로 괴롭혔고, 그가 가장 아끼는 햄스터를 잔인하게 죽였으며 심지어 그에게 성추행을 하려고까지 했다. 하지만 모친은 혜나를 보호하기 보다는 설악의 폭력을 방치하고 있었다. 동거남과 영화를 보러 나가며 혜나를 검은 쓰레기봉투에 넣어 집 앞에 내놓기까지 했다. 

<마더>의 혜나가 겪는 이 일련의 폭력들을 들여다보는 건 끔찍한 일이다. 이제 겨우 열 살도 되지 않은 아이에게 던져지는 폭력들의 양태도 그렇지만, 부모가 그런 일들을 방치한다는 사실이 더 끔찍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는 내내 시청자들은 불편한 감정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혜나가 당할 일들이 마치 공포영화의 엄습하는 두려움처럼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마더>가 첫 방송에 혜나의 이 끔찍한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건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 실상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하기 위함이다. 사실 신문지상이나 뉴스의 한 꼭지로 가끔 보도되곤 하는 아동학대의 이야기를 우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들은 적이 있지만, 그 실상이 얼마나 끔찍한가를 들여다 본 적은 별로 없다. 그 사실 자체가 너무나 불편해 오히려 회피하고픈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시선을 대변하는 인물이 이 마을에 잠시 교사로 들어와 혜나의 상황을 목격하게 된 수진(이보영)이다. 그는 혜나의 상황들이 모두 아동학대의 정황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회피하다가 결국 그것이 사실임을 알게 된다. 쓰레기봉투에 버려진 혜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 그런데 그것은 어쩌면 수진 자신도 겪은 일인 것처럼 보인다. 또래 아이들에게 더럽다는 이유로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혜나에게 수진은 말한다. “돌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스스로 돌보라”고.

그런 조언은 선생님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아니다. 대체로 그런 문제가 발생하면 선생님은 아이의 부모를 찾기 마련이니 말이다. 그래서 수진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데는 자신이 겪은 어떤 일들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엄마가 날 쓰레기봉투에 버렸어”라고 말하는 혜나에게 수진이 “이번에는 네가 엄마를 버리는 거다”라고 말하게 되는 것도 그의 개인적인 과거 경험이 덧씌워진 결과일 것이다. 

<마더>는 아동학대의 문제를 더 이상 회피하거나, 내 문제는 아니라고 치부하는 걸 용인하지 않는다. 그것이 버젓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고, 비정한 모정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보여준다. 그래서 이후에 이 드라마가 펼쳐나갈 극화된 사건들은 비정한 모정이 버린 상처받은 영혼들이 그 세계로부터 탈주하며 서로 새로운 관계를 이어가는 이야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더>는 분명 보기에 불편한 드라마다. 하지만 그렇다고 회피할 수는 없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이 상처받은 두 사람(어찌 보면 비정한 모정이 만들어낸 피해자들)이 새로운 유사모녀 관계를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그들만의 인간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시청자들은 바랄 수밖에 없다. 그것이 어쩌면 가정폭력으로 인해 길거리로 나오게 된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일 지도 모르니.(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