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2’, 추울 때 아플 때 더 소중한 따뜻한 사람들
현실적인 상황만 보면 최대의 난국이다. 그저 내리는 눈이 아니라 폭풍이 동반된 눈보라가 치고, 추운 날씨에 고드름은 집 처마 가득 점점 길어져만 간다. 첫 날 온 유도소녀들에 이어 둘째 날 자매와 서퍼들이 손님으로 찾아와 집안은 북적북적댄다. 위층에 유도소녀들과 아래층에 자매, 서퍼들이 꽉 채운 <효리네 민박>은 그야말로 노아의 방주 같은 풍경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이효리는 생리통으로 몸살을 앓는다. 허리가 아파 눕고 싶지만 찾아오는 손님들 앞에 반가운 얼굴을 하며 맞고, 손님맞이를 위해 집 청소와 요리까지 한다. 모두가 외출한 사이 잠시 휴식을 취해보지만 이내 일어나서는 반려견들의 산책이 걱정이다. 이상순이 대신 산책을 가려 하지만 엄마 없이는 안 움직이는 반려견들 때문에 이효리는 안 좋은 몸을 추스르고 눈 속을 산책한다.
사실 TV 같은 남의 풍경을 볼 때야 제주 같은 곳에서 내리는 눈보라가 이국적이고 심지어 장관으로 여겨지지만 막상 여행을 갔을 때 이런 날씨를 만난다면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게다. 게다가 몸이라도 아프면 그런 일상은 모든 게 힘겨워질 수 있다. 손님을 맞는 게 한없이 반갑지만 따라주지 않는 몸은 손님들에 대한 미안함까지 더해질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효리네 민박>은 이 난국을 오히려 따뜻한 풍경으로 느껴지게 한다. 눈보라가 치는 창밖을 내다보며 아픈 효리를 위해 따뜻한 차를 내주고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어쿠스틱한 음악을 틀어준다. 차 한 잔이 더 따뜻하게 다가오고, 들리는 음악의 조용한 목소리가 가슴에 더 닿는 건 바로 그 눈보라치는 창밖 풍경과의 대조 덕분이다. 그런 자리에서 조용히 흐르는 눈물 한 방울은 굳이 그 이유를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은 느낌이다.
이효리가 아프자 남편 이상순과 직원 임윤아는 알아서 척척 움직인다. 손님이 나간 곳을 꼼꼼히도 청소한다. 이상순은 무심한 듯 효리를 챙긴다. 몸져 누운 효리에게 핫팩을 데워다주고, 따뜻한 생강차를 타서 내준다. 손님들마저 그 북적댐이 오히려 이 추운 날씨와 아픈 몸에 어떤 온기를 전해주는 것 같다.
게르에 함께 둘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손님들의 풍경이 정겹다. 당장 밖에는 눈보라가 치고 있지만 군고구마를 먹으며 나누는 손님들의 대화는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민박집 전경이 차가운 겨울의 제주를 그려내지만, 그래서 집안을 가득 메운 손님들과 임직원(?)들이 나누는 온기는 더 따뜻해진다.
이런 게 어쩌면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저마다 힘든 일이 있고 눈앞에 닥친 위기들이 존재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서로 의지하며 그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것. ‘특출난 것’이 없어 힘겹다는 손님의 말 한 마디에 이효리도 임윤아도 마찬가지로 ‘특출난 것’이 없어 했던 고민을 털어놓고 그 자체가 어떤 위로가 되는 일. 아프거나 힘들거나 해도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건 그런 어떤 존재들이 우리 주변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제주의 겨울풍경을 담은 <효리네 민박2>는 여름의 그 찬란했던 햇살과는 또 다른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눈보라 속에서의 제주는 힘겨울 수 있지만, 그 살풍경마저 따뜻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들이 있다. 그건 바로 ‘사람의 온기’다. 추워서 아파서 더 소중해지는 사람의 온기를 <효리네 민박2>는 겨울풍경 속에 담아 전해준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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