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소방영웅들 사부 추대한 '집사부', 진정성·방향성 모두 잡았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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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영웅들 사부 추대한 '집사부', 진정성·방향성 모두 잡았다

D.H.Jung 2019. 5. 7.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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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부일체'가 찾아간 소방관, 이들이 진정한 사부인 건

 

사실 SBS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를 시청하다보면 조금 난감해질 때가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 시대의 사부를 찾아 그 집을 방문하고 함께 지내며 어떤 ‘깨달음’을 얻어가는 것이 그 기획포인트지만, 어떤 경우엔 사부라 모시기엔 좀 어색한 캐스팅도 없잖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집사부일체>가 추구하는 ‘가르침’이나 ‘깨달음’은 굉장한 것이라기보다는, 그 사부가 살아온 일상에서 비롯된 어떤 것인 경우가 맞다. 하지만 줄줄이 연예인들이 사부로 출연하고 있는 건, 어딘지 어색하다. 세상의 사부가 어찌 연예인들뿐일까.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집사부일체>가 사부로 모신 소방관은 이 프로그램이 비로소 맥을 제대로 짚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강원도에서 벌어진 대형화재 속에서 그 불 속으로 뛰어들었던 무수한 소방관들. 그들이야말로 어쩌면 우리 시대의 영웅이고 사부가 아니겠나. 마침 5월 4일 국제 소방관의 날을 맞아 <집사부일체>가 만난 이른바 ‘화벤져스’ 사부들은 그 출연만으로도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무려 23년간 소방관의 길을 걸어왔다는 베테랑 소방관 배몽기, 세계소방관 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세계 챔피언에 오른 홍범석, 특전사 출신으로 해외 참전도 같이 하고 소방관이 되어 함께 살아가는 실사판 ‘태양의 후예’ 조명수, 이진희 부부가 그들이다. 건물 옥상에서 레펠로 내려오는 남다른 등장을 선보인 이들은 의외로 인간미 넘치는 모습으로 웃음과 진한 감동까지 선사했다.

 

세계 챔피언 홍범석 사부와 4대 1 대결로 펼쳐진 지옥훈련은 소방관의 일이 얼마나 힘겨운가를 몸소 느끼게 만들었다. 그냥 입고 있기만 해도 힘겨운 무게의 방화복을 입고, 소방 호스를 끌고, 32킬로 덤벨을 옮기며, 75킬로 부상자를 옮기고, 사다리를 세우며, 좁은 통로를 통과해 9층 계단을 오르는 그 코스는 네 명이 나눠 하기도 힘든 훈련이었지만, 홍범석 사부는 쉬지 않고 해내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줄 하나에 서로를 의지한 채 한 사람은 위에서 지지해주고 다른 한 사람은 밑으로 내려가는 레펠 훈련은 동료 간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실제로 이승기와 이상윤이 한 조가 되어 해본 그 레펠 훈련에서 위에서 줄을 잡고 조금씩 내려준 이승기의 손에서는 동료애가 묻어났다. 장갑을 벗어보니 새까만 손바닥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건, 그도 매번 하는 이 훈련이 결코 적응되지 않고 늘 할 때마다 힘겹다고 토로한 것. 그럼에도 할 수 있었던 건 실제 현장에서 구조를 했을 때 사람들이 건넸던 ‘따뜻한 말 한 마디’였다는 것이었다. 23년 차 배몽기 사부는 태풍이 왔을 때 하루에 무려 24번을 출동한 적이 있다고 했고, 조명수 사부는 소방관들은 밥 먹을 시간이 없다며 식사를 시켜놨는데 출동해야 해서 갔다 오니 손님 중 한 분이 밥값을 계산하고 가셨다는 말에 이 직업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지난 4월 스브스뉴스가 내보냈던 ‘“나라도 가야지” 강원도 화재의 화염을 향해 걸어야 하는 소방관의 사명’이라는 영상은 우리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모두가 빠져나오는 그 길에 거꾸로 걸어 들어가는 소방관들. 그리고 그들의 핸드폰 문자에 담긴 가족들의 걱정과 그들을 안심시키려는 소방관들의 답문. 그들 역시 거대한 화마 앞에 작게만 느껴지는 존재지만 함께 하는 동료들이 있고 구해야할 시민들이 있어 멈추지 않고 불길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 이 분들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영웅이자 진정한 사부가 아닐까.

 

<집사부일체>가 소방관을 사부로 추대하고 찾아간 건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진정성이 살아나는 대목이기도 했다. 연예인만이 아니라, 또 나이와도 상관없이(심지어 어린이라도) 배울 점이 분명하다면 사부로 추대하고 찾아가는 것. 그것이 <집사부일체>가 앞으로 더 그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길이고, 나아가 더 많은 시대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아닐까.(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