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키친? ‘미스터리 키친’의 너무 안이한 선택
이것은 MBC <복면가왕>의 키친 버전인가. SBS <백종원의 미스터리 키친>은 파일럿이지만 너무 쉬운 선택들만 보이는 프로그램이었다. ‘블라인드 대결’이라는 형식도, 그 진행방식도 <복면가왕>의 틀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고, ‘추리+승패 판정’ 과정 또한 같았다.
그잖아도 음식 프로그램이 너무 많이 쏟아져 나와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자들이다. 그렇다면 음식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의 기획에는 더 색다른 시도나 새로움을 추가해야 마땅했다. 하지만 <백종원의 미스터리 키친>은 그런 변별점을 찾아내기가 어려웠다.
심지어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대결이라는 관전 포인트도 <복면가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알고 보니 가수가 아니었다’는, <복면가왕> 초창기의 놀라움은 이제는 너무 익숙해 전혀 놀라움을 주지 않는 상황이 아닌가. 그런데 <백종원의 미스터리 키친>이 ‘알고 보니 셰프가 아니었다’는 스토리텔링이 통할 까닭이 없다.
또한 등장부터 이미 정체를 어느 정도는 알아챌 수 있었던 것도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첫 회에 나와 5:0 완승을 한 빅마마 이혜정은 사실 몸 동작의 실루엣만 봐도 대충 누군지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인물이다. 물론 맛평가단은 그 요리과정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평가에 있어서 이런 선입견은 들어가지 않겠지만, 이미 과정을 본 시청자들은 그가 이혜정이라는 걸 알고 있어 정체에 대한 궁금증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의아스럽게 여겨지는 건 <백종원의 미스터리 키친>이라는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게 왜 백종원이 거기 있는지 잘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백종원은 이 프로그램에서 대결하는 셰프들의 요리하는 손만 보고 그게 전문가인지 아닌지를 추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그것이 전체 프로그램에서 그리 중요한 결정적 요소라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출연자가 누구인가 하는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중요한 프로그램이지만, 결국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대결의 승자가 누구일까 하는 점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백종원은 그 승자 선택에서 벗어나 있고 대신 시작점에서의 궁금증을 높이는 조미료 역할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본 대결 전에 룰을 이해시키기 위해 김성주가 대결하는 걸 보여줬지만 백종원의 역할은 전체로 보면 미미하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왜 굳이 제목에 백종원이라는 이름을 넣었을까. 그건 어쩌면 이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한계를 드러내는 증거처럼 보인다. 색다른 시도보다는 어디선가 봤던 요소들을 가져와 뒤섞었다는 느낌이 강한 이 프로그램은 요즘 잘 나가는 ‘백종원’이라는 인물도 그렇게 세워둔 게 아닐까.
그냥 <미스터리 키친>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백종원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 프로그램이고, 그 형식도 새로움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런 쉬운 선택들로 과연 쏟아져 나오는 음식 프로그램에 식상함을 느끼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까. 백종원을 세워두고도 이런 정도의 프로그램을 내놓는다는 건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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