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빚만 17억, '골목' 백종원이 극단적인 과거 꺼내놓은 까닭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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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만 17억, '골목' 백종원이 극단적인 과거 꺼내놓은 까닭

D.H.Jung 2020. 5. 1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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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백종원이 솔루션보다 의지를 먼저 심어주려 한 건

 

무엇이 사장님들을 이토록 자포자기하게 만든 걸까.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 수원 정자동 골목편에 등장한 사장님들의 문제는 음식 맛이나 청결, 서비스 같은 게 아니었다. 물론 지난번에 잠깐 나왔던 떡튀순집은 백종원이 '기분 나쁜 맛'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음식 맛에도 문제가 심각했다. 튀김은 눅눅했고 떡볶이는 이상한 맛이 났으며 순대는 기성품맛이 났다고 백종원은 말했다.

 

하지만 주방점검에 들어간 백종원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냉장고 안에 얼어붙은 심각한 크기의 성에는 물론이고 기름때가 곳곳에 들러붙어 있어 달라붙은 선반을 빼내기도 어려운 지경이었다. 눈에 보이는 곳만 대충 정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바닥이며 화구 옆이며 기름때가 없는 곳이 없었다. 백종원은 단박에 알아봤다. 이건 몰라서 못한 게 아니라 의지가 없어서 안한 거라는 걸.

 

사실이 그랬다. 하루에 매출이 0원인 경우가 적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이 집 사장님은 월세를 내지 못해 보증금에서 대신 빠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보증금마저 다 사용해 마이너스가 될 처지였다. 세 자녀를 혼자 키우는 싱글맘으로서 사장님의 처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결국 가게에 나와 있긴 하지만 아무런 희망도 없이 자포자기하고 있었던 것.

 

백종원은 솔루션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자포자기한 마음을 되돌리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단 장사를 접고 청소를 하라고 했고, 일주일간 청소된 가게는 확연히 달라보였다. 그 청소를 통해 의지를 다시 갖게 하려는 백종원의 배려였다.

 

이번 수원 정자동 골목편에 출연한 쫄라김집 역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나마 예고가 나가면서 손님들이 조금 찾아와 점심장사에 활기를 띠었지만, 몇 테이블이 들어왔는지 또 매출은 얼마인지를 묻는 백종원을 질문에 사장님은 선선히 답변을 하지 못했다. 주머니에 그냥 돈을 찔러 넣어두고 하루 장사가 끝날 때 얼마를 벌었는지를 확인한다는 사장님은 어떤 메뉴가 잘 나가는지 손님은 얼마나 왔는지 같은 걸 기록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장님은 무기력한 상태였다. 장사가 잘 되고 싶냐는 백종원의 질문에도 잘 되기보다는 애들에게 짐이 안되고 싶은 마음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지난 장사에서 망해 빚만 1억이 넘게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빚을 갚으려면 더 열심히 장사를 해야 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전에 했던 쭈꾸미집 이야기만 꺼내도 사장님은 눈물을 흘렸다. 너무나 가슴 아픈 실패의 경험이고 그래서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었던 것.

 

백종원은 자신 역시 17억을 빚졌다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던 적이 있다는 이야기까지 꺼내놓으며 사장님이 의지를 갖기를 바랐다. "지금 목이 메이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고 정말 열심히 해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렇게 먼 산 쳐다보면서 인생 다 산 사람처럼 이야기해버리면.." 백종원은 동정이나 연민보다는 좀 더 강한 자극을 주려 했다.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는 것.

 

그 장면을 상황실에서 보고 있던 김성주는 처음 이야기를 나눌 때 사장님이 눈을 맞추지 않고 먼 곳을 보며 이야기했던 걸 기억해냈다. 김성주는 그 이유가 "본인이 겪었던 일들을 회피하고 싶으신 것 같았다"며 "그래서 내 이야기가 아니고 다른 사람 이야기처럼 얘기를 하셨다"고 했다. 그만큼 사장님이 겪은 실패의 충격이 얼마나 컸는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장님의 우울한 얼굴부터 바꿔야 손님들에게도 좋은 기운이 간다고 백종원은 강변했다. "내 속마음을 숨기고 손님한테 즐거운 표정을 짓는 게 기본메뉴"라고 했다. 그래서 매일 거울을 보며 인사를 연습하고 웃는 모습을 연습하는 것이 시작이라고 했다.

 

이번 <백종원의 골목식당> 수원 정자동편은 그 어떤 이전 방송들보다 극에 몰려 있는 가게들의 사정을 느끼게 해줬다. 장사를 실패해 빚이 쌓이고, 노력해도 손님이 없어 이제 길바닥에 나앉기 직전에까지 몰린 사장님들. 그래서 자포자기하고 무기력해진 사장님들의 사정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그래서 이번 편에서 중요해진 건 솔루션보다 이 분들이 다시 해보겠다는 삶의 의지를 되찾는 것이 되었다.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코로나19로 인해 더더욱 침체된 상황에 몰린 건 이분들만의 이야기가 아닐 게다.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의 대부분이 느낄 무력감과 자포자기 심정이 오죽할까. 그래서인지 적어도 이번 편에 나오신 사장님들이 장사가 잘 되는 건 차치하고라도 최소한 의욕을 가진 얼굴을 보기를 바라게 된다. 백종원은 과연 그런 의지까지 일으켜주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