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가 끄집어낸 옛 감성의 이색 조합
왕년에 최고였고 지금도 한 댄스 한다는 이들이 모였다. 그런데 그 조합이 이색적이다.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흔들어 제끼는' 이효리에, 최근 '깡'으로 때 아닌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비, 그리고 한때 클럽 죽돌이로 유명했다는 댄스 중독자 유재석이 그들이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는 여름 댄스가요 시장을 강타할 혼성 그룹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연습생' 신분으로 함께한 멤버를 찾는 유재석의 이야기를 펼쳐 놓았다.
이효리는 워낙 음악과 예능을 넘나드는 만능 엔터테이너로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 인물이다. JTBC <효리네 민박>에 이어 핑클 완전체가 출연해 화제가 됐던 <캠핑클럽>으로 여전히 예능 블루칩이라는 걸 증명했던 그다.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과는 각별하다. KBS <해피투게더> 시절에 함께 쟁반 노래방을 했었고, SBS <패밀리가 떴다>도 함께 했으며 MBC <무한도전>에도 자주 얼굴을 비춰 등장할 때마다 강렬한 웃음을 주곤 했다.
하지만 이번 <놀면 뭐하니?>에서는 댄스 혼성 그룹에도 합류할 것으로 예고되고 있어 예능은 물론이고 음악까지 동시에 도전하는 이효리를 기대하게 한다. 물론 아직 확실한 참여 여부가 결정된 건 아니지만, 지난 방송에서 그 누구보다 의욕을 보인 이효리였다. 1990년대 음악에 맞춰 흥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은 큰 웃음을 줬고 그의 참여를 예상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최근 '깡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비의 등장 역시 이번 <놀면 뭐하니?>의 혼성 그룹 프로젝트를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2017년 발표해 비 특유의 '허세'가 세간의 혹평을 받았지만, 최근 그 뮤직비디오에 붙은 재치 있는 댓글들이 화제를 일으키며 인터넷 밈(온라인 상에서 전파되며 즐기는 현상)을 만들었다. 하루에 '깡'을 한 번은 감상한다는 의미로 '1일1깡'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 유튜브의 '깡' 뮤직비디오는 800만 뷰를 훌쩍 넘어섰고 비 관련 영상들이나 노래들도 새롭게 화제가 되고 있다.
사실 '깡 신드롬'은 칭찬이 아닌 조롱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너무 과한 춤 동작들이 지금의 트렌드와는 사뭇 맞지 않아 이를 지적하는 게 하나의 놀이처럼 되어 버린 것. 하지만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비는 이러한 '깡'에 대한 댓글들을 자신도 즐기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조롱을 관심으로 받아들였다. 자신을 대상으로 하는 놀이현상을 선선히 유머로 받아줬고, 역대 히트곡의 춤들을 보여줌으로서 그가 춤 실력이 낡지 않았다는 걸 보여줬다.
<놀면 뭐하니?>는 이로써 이효리와 비 그리고 유재석이라는 이색 조합이 그려지게 됐다. 이들이 특이한 건 이효리나 비가 댄스에 있어 레전드로 불리는 실력자들이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을 내려놓고 웃음을 줄 수 있는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유재석은 이들에 비해 댄스 실력은 떨어지지만 결코 뒤지지 않는 춤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는 인물이고.
게다가 이들은 <놀면 뭐하니?>의 혼성 그룹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복고적인 여름 댄스 음악에도 최적화된 인물들이기도 하다. 당대의 감성을 그대로 재연하면서도, 현재의 트렌드에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 인물들. 그래서 이들은 어쩌면 살아있는 '뉴트로'의 한 면을 현재적으로 보여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효리의 흥과 비의 허세 그리고 열정 넘치는 유재석. 과연 <놀면 뭐하니?>는 이들이 함께 하는 혼성 그룹을 보여줄 것인가. 만일 그렇다면 유산슬 신드롬을 잇는 또 다른 여름의 신드롬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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