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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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같이 드실래요', 까칠한 송승헌의 한마디에 담긴 의미

D.H.Jung 2020. 5. 3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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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같이 드실래요' 송승헌의 푸드테라피 시청자들에게도 통할까

 

"저녁 같이 드실래요?" 이 한 마디에는 얼마나 많은 다양한 감정과 생각들이 교차될까. MBC 새 월화드라마 <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우리가 무심결에 하는 상투어인 "한 끼 하자"는 말들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마다. 어떤 절망에 빠져 무얼 해야할지 전혀 알 수 없는 어떤 사람에게는 이 말 한 마디가 주는 위로와 설렘이 그 무엇보다 클 수 있으니 말이다.

 

온라인 콘텐츠 제작회사 2N Box의 잘 나가는 PD인 우도희(서지혜)는 이른바 '병맛' 콘텐츠를 제작한다. 콘텐츠의 특징 상 엉뚱한 소재들이 방송에 오르고 때로는 술에 취한 출연자들이 말싸움에 이어 드잡이를 하고 음식을 집어 던지는 난투극을 벌이지만, 우도희는 그럴 때마다 오히려 반색하는 PD다. 조회 수가 쭉쭉 올라가니까.

 

연애에 있어서도 그는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도 애인이 만들어주면 척척 받아먹으며 좋아하는 척 한다. 그렇게 자신의 삶은 저 병맛 방송의 출연자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그의 착각이었다. 사랑한다 여겼고 이제 프러포즈를 할 거라 생각했던 남자친구가 스튜어디스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던 것.

 

그런데 이 남자가 하는 말이 가관이다. "언젠가부터 네가 열 번을 전화하면 여덟 번을 받기가 귀찮아졌어. 네가 여행가자고 하면 여행지 생각보다 안 갈 핑계를 먼저 생각하게 됐고 네가 네 사진 메시지로 보내도 한 장도 저장 안하게 됐더라. 사랑 노래를 들어도 부른 가수 얼굴만 생각나게 됐어." 하지만 우도희가 진짜 맞은 결정타는 바로 이 말이다. "결정적으로 너랑 밥 먹기가 싫어졌어."

 

누군가와 밥 먹는 게 의무가 되고, 먹고 싶어서 먹는 게 아니라 먹어야 하니까 먹게 되는 그 상황만큼 관계의 끝장을 말해주는 대목이 있을까. 이 부분은 <저녁 같이 드실래요?>라는 로맨틱 코미디가 그 멜로를 담는 방식을 드러낸다. 음식 한 끼에 담기는 마음들과, 그것이 오고가며 만들어지는 관계가 그것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인물이 김해경(송승헌)이라는 음식심리치료사다. 음식을 함께 하면서 정신과 상담을 하고 치료를 해주는 이 독특한 정신과의사는 일에 있어서는 젠틀하기 그지없지만, 개인적인 관계에 있어서는 다소 까칠하고 냉정하다. 향후에 전개될 이야기지만, 그를 섭외하려는 우도희의 갖가지 노력에도 철벽을 치는 그런 인물.

 

그런데 그가 그렇게 냉정해진 건 과거 첫 사랑의 배신으로 인해 갖게 된 상처 때문이다. 그 역시 그런 점에서 보면 우도희와 닮은 구석이 있다. 관계의 실패로 인해 우도희는 아마도 '밥 한 끼'를 함께 하는 것에 남다른 의미를 갖게 됐을 테고, 김해경은 '밥 한 끼'를 일의 일부로서 의뢰인과 하고는 있지만 그 이상의 감정이나 마음을 담지는 않게 됐으니 말이다.

 

제주 공항 주차장에서 뭘 해야할 지 난감해하는 우도희에게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떠난 줄 알았던 김해경이 돌아와 슬쩍 건네는 "저녁 같이 드실래요?"라는 한마디는 그래서 의외로 큰 설렘과 위로를 안긴다. 그건 그저 평범한 한 마디일 뿐이지만, 우도희가 겪은 일들과 김해경의 과거사와 일을 들여다본 시청자들로서는 그 한 마디에 담긴 다양한 감정과 마음들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그래서 우리가 일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누군가에게 툭 던지는 "밥 한 끼 하자"는 말에 담기는 보다 깊은 감정들을 얹어 놓는다. 그것은 마치 김해경이라는 음식심리치료사가 음식을 건네며 의뢰인의 감정 상태를 돌보는 일과 유사하다. 그건 그저 평범한 음식 한 끼를 두고 하는 말이지만, 그 말 한 마디에는 그들 각각의 인물들이 살면서 겪는 삶의 무게나 감정들이 얹어진다. 과연 이 드라마는 그 밥 한 끼를 통해 시청자들을 설레게 하고 나아가 위로해줄 수 있을까. 김해경의 푸드테라피는 우도희에게, 또 시청자들에게 통할 수 있을까.(사진: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