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비밀의 숲2', 개인과 조직의 욕망 그리고 소신이 부딪칠 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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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2', 개인과 조직의 욕망 그리고 소신이 부딪칠 때

D.H.Jung 2020. 9. 1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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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2', 이 갈수록 미궁인 숲에 기꺼이 빠져드는 건

 

갈수록 미궁이다. 하지만 그 미궁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기분이 썩 나쁘지 않다. 어쩌면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 복잡한 양상을 띨 수밖에 없다는 걸 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2>가 보여주고 있어서다. 거기에는 개인의 욕망에 조직의 욕망이 겹쳐져 있고, 그 욕망에 이합집산하며 때론 공조하고 때론 대립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그래서 그런 욕망들에 휘둘리지 않는 황시목(조승우)이나 한여진(배두나) 같은 소신을 가진 이들은 그 플라스크 위에 얹어진 욕망들을 드러내는 진단시약 같은 역할을 해낸다.

 

검경협의회에서 검찰을 대표하는 우태하(최무성)와 경찰을 대표하는 최빛(전혜진)은 조직의 이익을 위해 수사권을 두고 맞붙는 역할로 등장했다. 그런데 그렇게 각자 조직이 좀 더 유리한 협상의 고지에 서기 위해 상대 조직의 비리를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여기서 이제 지방으로 갈 위기에 처한 서동재(이준혁)가 어떻게든 버텨내기 위해 여기저기 줄을 대는 그 욕망이 더해지며 상황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서동재는 의정부 세곡지구대에서 벌어진 형사의 죽음이 동료형사들에 의한 살인의 정황이 있다는 건을 가지고 우태하와 줄을 대고는 수사를 이어가고, 한편으로는 자살한 이창준(유재명)의 아내이자 한조 그룹 회장인 이연재(윤세아)에게도 경영권 분쟁에서 도움을 주겠다며 접근한다. 그런데 서동재의 욕망은 건드리지 말아야할 과거에 벌어졌던 어떤 비밀에 접근하게 만든다.

 

그 와중에 서동재가 납치 실종되어 버리자 그 과거의 비밀과 연루된 이들이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온다. 최빛은 실종되기 전 서동재가 통화한 기록에서 유독 '남양주 경찰서' 건만 주목해서 읽었고, 우태하는 서동재가 실종 전에 한조그룹 이연재 회장을 만났다는 이야기에 흥분한다. 그 사건은 아마도 이연재 회장을 처음 찾아갔던 서동재가 슬쩍 떠보는 말로 건넸던 '박광수 변호사 사망 사건'으로 추정된다. 한조그룹이 사외이사로 비밀리에 영입하려 했지만 박광수 변호사는 사망하고 당시 남양주 관할 경찰서장이었던 최빛은 이 사고를 그냥 덮고는 경찰청 정보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바 있다.

 

서동재의 실종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조그룹 이연재 회장과 최빛 단장 그리고 우태하가 하나로 묶여지는 건 결국 이들이 과거 그 사건을 덮는 과정에서 공조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검경 대립 구도 속에서 각자 조직의 이익을 대변하던 최빛과 우태하가 따로 은밀히 만나 나누는 대화는 이들이 검경으로 갈라져 있는 조직원이지만, 과거 사건에서는 한 배를 탔던 이들이었다는 걸 의심하게 만들었다.

 

<비밀의 숲2>는 애초 검경 대결을 소재로 가져왔지만, 그 안에서 서로의 비리를 찾아내기 위해 가려졌던 사건들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그 과정에서 그 검경 협의회의 협상 테이블에 선 수장들까지 과거의 비리와 연루되어 있다는 게 드러난 상황이다. 과거의 사건으로 묻힐 수 있었던 것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건 서동재의 욕망 때문이지만, 조직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수사를 해내가는 황시목과 한여진이 있어 사건의 실체에 점점 접근하게 된다.

 

서동재를 납치 감금한 인물은 그가 접근한 사건의 진실을 숨기려는 자들일 수도 있고, 어쩌면 정반대로 그렇게 은폐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려는 자의 소행일 수도 있다. '나는 설거지를 한 것이다. 이미 늦었다'는 납치범의 메시지가 올라온 것을 통해 추정해보면 어쩌면 은폐하는데 일조한 누군가가 이제는 위기상황에 몰려 벌인 일일 수도...

 

이처럼 <비밀의 숲2>는 명쾌한 사건의 정황을 쉽게 드러내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조직과 조직이 부딪치고 그 안에 인물들의 욕망이 겹쳐지는 이런 사안이 결코 쉽게 설명될 수 없다는 걸 말해주는 것일 게다. 너무 복잡해보여 단순화해 보려했던 사안은 그래서 이 숲에 들어가면 그것이 결코 단순한 일들이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해준다.

 

그래서일까. 갈수록 미궁인 그 사건들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진실에 접근해가는 황시목과 한여진이 마치 그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미로 속에서의 횃불처럼 느껴지는 면이 있다. 그들이 결국 다다를 진실은 어떤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 미궁 속 깊숙이 들어가 봐야 드디어 볼 수 있게 될 그 모습이 갈수록 궁금해진다.(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