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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앨리스' 김희선, 복잡한 세계관도 술술 풀어내는 팔색조 연기
    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20. 9. 2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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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리스', 얽히고설켜도 김희선과 주원이 있어 따라가게 되는 건

     

    만일 SBS 금토드라마 <앨리스>의 세계관을 제대로 이해하려 한다면 아마도 머리가 지끈해질 게다. 처음부터 등장한 '시간여행'이라는 세계가 먼저 시청자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2050년 시간여행이 가능해진 세계, 그 앨리스라는 시스템을 만든 과학자가 바로 미래에서 유민혁(곽시양)과 함께 1992년으로 온 윤태이(김희선)다. 그는 모든 걸 종말로 이끌 수 있는 예언서를 찾기 위해 과거로 오지만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앨리스로 돌아오지 않고 과거에 남아 아이 박진겸(주원)을 낳는다. 윤태이는 박선영이라는 이름으로 진겸을 키우지만 드론이 나타난 어느 날 살해당한다.

     

    그런데 형사가 된 진겸이 엄마와 똑같이 생겼지만 괴짜 교수인 윤태이를 만나면서 드라마는 시청자들을 혼돈에 빠뜨린다. 진겸은 그를 진짜 엄마로 착각하며 껴안고 눈물을 흘리지만 차츰 그가 자신의 엄마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엄마가 남긴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타임카드'를 갖고 다니던 중 자동차 사고를 당하며 카드가 작동해 과거로 넘어간 진겸은 대학생인 윤태이를 만나고, 그 시간대에 박선영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는 두 사람이 다른 존재라는 걸 알게 된다.

     

    시간여행을 다루는 장르물들을 염두에 두고 들여다보면 박선영과 윤태이가 동시에 서로 다른 인물로 공존한다는 사실이 가능한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앨리스>에서는 죽은 딸을 살리기 위해 미래에서 온 은수모(오연아)가 과거의 자신을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른바 '타임 패러독스'가 떠오르는 이 장면은 시간여행이라는 세계관만으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즈음에 <앨리스>는 이 드라마의 세계관에 시간여행과 함께 겹쳐져 있는 '평행세계'를 드러낸다. 이른바 '미래인'과 '과거인'이 공존할 수 있고, 그들은 생긴 건 같아도 전혀 다른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 <앨리스>의 세계관은 이 시간여행 시스템을 통해 미래인들이 저 마다의 목적(주로 죽음 같은 이별로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이들을 시간여행을 통해 만나는 목적)으로 과거를 여행한다. 하지만 그 여행 속에서 은수모처럼 미래인들은 과거에 집착하며 사건을 일으킨다. 앨리스 시스템은 그런 일들을 과거인들 모르게 처리하는 일을 한다.

     

    <앨리스>는 양자역학이 등장하고 그래서 슈뢰딩거 고양이 실험의 이야기가 은유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사실 과학에 그만한 관심이 없는 이들로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드라마를 굳이 과학까지 공부해가며 볼 필요는 없다. 그런 설정들이 어떤 세계관을 그리고 있는 것인가만 이해하면 충분히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 과거와 미래를 오가고, 평행세계로서 과거인과 미래인이 공존하는 <앨리스>의 세계관은 복잡하다. 중요한 건 이 시스템을 통해 미래에서 온 어떤 세력들이 과거인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앨리스에서 일하는 이들과는 다른 무리들이다. 그래서 드라마는 그 세력과 싸우게 되는 박진겸과 윤태이 그리고 아마도 유민혁 또한 그들을 돕는 이야기로 전개되지 않을까 예상하게 만든다.

     

    도대체 과거에 어떤 일이 벌어졌고 그것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가 얽혀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결코 <앨리스>는 쉬운 드라마는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복잡한 드라마가 의외로 편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그것은 드라마가 일일이 이런 세계관을 설명하는데 시간을 들이기보다는 인물들에 더 집중하고 있어서다.

     

    윤태이와 박진겸은 이 복잡한 미로 속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캐릭터들이다. 물론 윤태이는 미래에서 과거로 넘어가 박선영이 되어 살아가며 박진겸과 모자지간의 절절한 사별의 순간을 만들어내지만, 미래로 가기 전 현재의 과학자로 박진겸과 만나 연인 관계 같은 케미를 보여준다. 모자지간과 연인관계를 오가는 이 설정들은 시간여행과 평행세계라는 세계관 속에서 이해해야 하는 다소 복잡한 것이지만, 윤태이와 박진겸 사이의 오가는 감정들로 표현되고 있어 시청자들은 의외로 쉽게 몰입할 수 있다.

     

    이걸 가능하게 해주는 건 역시 연기자들의 공이다. 20대, 30대, 40대의 윤태이를 오가는 연기를 보여주는 김희선은 사실상 이 드라마가 흔들리지 않게 만들어주는 중심 축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내고 있고, 그와 함께 다양한 감정들을 끄집어내는 주원 역시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되어주고 있다. 복잡한 세계관을 가진 드라마지만, 흔들리지 않는 연기력으로 서 있어 이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길을 잃지 않는다고나 할까. 물론 앞으로 그 복잡한 세계관과 많은 떡밥들이 어떻게 풀어질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 또한 적지 않지만.(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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