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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나는 살아있다', 박은하 교관도 함께 한 도전이 말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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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아있다'와 '가짜사나이'의 가장 큰 차별점은 바로 이거다

 

보통 군사 훈련은 지시하는 자와 따르는 자가 나뉘어 있다. 물론 아주 조금 교관이 시범을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교관은 지시하고 교육생(훈련생)들은 이에 따른다. 거기에는 이른바 상명하복, 군기 같은 군대식 규율이 암묵적으로 깔려 있다. 바로 이 지점은 군대 훈련을 소재로 담는 프로그램들이 갖는 가장 큰 불편함이다. 육체적 고통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자율적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명령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타율과 강압에 의한 것인가 하는 지점.

 

tvN <나는 살아있다>는 시작 전부터 이 프로그램이 '군사훈련'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선을 그은 바 있다. 대신 이 프로그램은 '생존의 기술'을 알려주는 것이고 예고 없이 찾아오는 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알려주고 습득시켜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이 프로그램을 이끈 박은하 교관은 방영 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나는 살아있다>는 '여자판 <가짜사나이>'가 아니라고 선을 그은 후, "<가짜사나이>는 일반인들에게 특수부대의 훈련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었다면 <나는 살아있다>는 일반인들에게 생존에 대한 지식과 기술들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물론 박은하 교관이 알려주는 생존 기술 역시 군 특수부대의 훈련에서 나온 것임은 분명하다. 또한 재난 생존에 있어서도 멘탈 강화와 기본적인 체력 단련은 필수적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살아있다>는 처음 도심생존에서 불을 피우거나 물에 빠진 차에서 탈출하고 또 불이 난 건물에서 완강기를 타고 내려오는 '생존법'을 알려주며 그 차별점을 보여줬지만 바다로 나가 자연에서의 생존법을 알려주는 대목에서는 몸의 근육을 풀어주고 기초체력과 정신력을 강화해주기 위한 방식으로서 목봉 체력단련 같은 군사훈련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또 마지막으로 무인도에서 출연자들끼리 생존하는 미션을 수행하기 전 멘탈을 강화하기 위해 한 듯한 바닷물에서 하는 훈련은 가학성 논란을 일으켰던 <가짜사나이2>의 영상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초반 <나는 살아있다>의 차별점에 반색하던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이 결국은 유사한 군대예능이 아닌가 하는 비판적 시선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산악 생존 훈련'에서 6인의 교육생들이 2인1조로 10kg 쌀 포대를 지고 1052m 마산봉 고지를 오르는 과정에서 박은하 교관이 교육생들과 함께 20kg 쌀 포대를 혼자 지고 오르는 모습은 <나는 살아있다>가 가진 차별점을 몸소 보여준 면이 있다. 말로 시키는 게 아니라 자신도 도전에 함께 참여하는 건 군사 훈련과는 사뭇 다른 뉘앙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또한 중간 중간 쉬는 지점에서 헬멧 교관이 등장해 장기자랑(?)을 보여준다거나, 교관과 교육생이 허벅지 씨름 같은 게임을 통해 실내 취침과 야전에서의 취침을 결정하는 모습도 군대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여장군 김민경이 허벅지 씨름으로 교관을 간단하게 이기고, 교관이 룰대로 야외 취침을 하는 장면은 이 생존 훈련에 담겨진 자율성을 잘 드러낸다.

 

군대(혹은 군사훈련)를 소재로 하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가장 의아하게 여겨지는 건 혹독한 훈련을 시키는 교관들이 어째서 자신들은 그 훈련에 몸소 참여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말로 명령하고 심지어 조롱까지 하며 그것이 멘탈 훈련의 하나라고 변명하는 방식은 실제 군대에서도 이제는 사라져야 할 구악이다. 들여다보면 훈련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훈련 방식들이 과거의 군대 방식의 상명하복 구조를 그대로 갖고 있는 부분에서 나타나는 불편함이 문제라고 여겨진다.

 

야전에서의 생존법은 아무래도 군사 훈련에서 더 효과적인 노하우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노하우가 효과적이라고 해서 일반 대중들이 모두 군사 훈련의 방식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똑같은 훈련도 보다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 그런 점에서 보면 박은하 교관이 직접 교육생들과 함께 도전에 참여하는 그런 방식은 바람직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