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성장 버라이어티쇼의 가능성과 한계
'무한도전'은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처음 시작했지만, 또한 성장 버라이어티쇼의 효시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를 자처하는 인물들은 이 쇼의 무한한 도전을 통해 스스로도 성장시켰다. 유재석은 명실상부한 톱MC의 위치를 굳혔고, 2인자 박명수 또한 라디오와 TV를 오가며 맹활약하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 프로그램은 쇼의 안과 밖을 하나로 연결하면서, 노홍철, 정준하, 정형돈, 전진, 길까지 처음에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인물들을 쇼 안에서 성장시킴으로써 쇼 밖에서도 주목받게 만들었다.
이것은 성장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이었다. 리얼한 성장 스토리는 캐릭터에 대한 몰입을 높여주었고, 쇼 밖에서의 스토리들 또한 쇼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장을 열어놓음으로써 몇 배의 효과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실제로 성장함으로써 초기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는 설정은 빛이 바래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무한도전'의 성장세가 한때 주춤했던 것은, 이미 성장해버린 팀원들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런 한계점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은 '무한도전'이 스스로의 장르적 포맷을 성장시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무한도전'의 성장담은 도대체 그 끝이 어디인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형식실험을 보여주는 김태호 PD의 이야기가 되고 있다.
어쨌든 성장 버라이어티쇼의 가능성은 '무한도전'을 통해서 볼 수 있듯이 어떤 분위기를 타기 시작하면 실로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무서운 성장을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 한계점이 말해주듯이 성장 버라이어티쇼의 기본 전제는 거기 출연하는 인물들이 실제로도 '평균 이하'의 이미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성장해버린 주목받는 스타라면 성장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그런 점에서 밴드라는 소재를 갖고 온 성장 버라이어티쇼 '오빠밴드'는 태생적으로 어려움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탁재훈이나 신동엽, 김구라 같은 인물들은 물론 지금은 조금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톱MC다. 이들이 어떤 성장담을 보여준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다만 '오빠밴드'가 보여주려는 것은 꿈에 대한 이야기다. 이미 성공한 자들도 젊은 시절 꿈꾸었다가 이제는 잊고 있었던 그 꿈을 들춰볼 수는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탁재훈이나 유영석, 성민, 정모 같은 출연진들이 가수라는 점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있다. '오빠밴드'가 주장하는 꿈의 이야기는 신동엽 정도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이런 점들은 '오빠밴드'가 나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왜 설득력이 부족한가를 말해준다.
한편 야구 버라이어티쇼, '천하무적 야구단'은 이 성장 버라이어티쇼의 조건을 갖춤으로써 빠르진 않아도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하늘이나 김창렬, 임창정, 마르코, 마리오, 동호, 한민관 같은 인물들은 스스로도 얘기하듯 'A급은 아닌' 지점에서 이 성장담을 설득력 있게 만든다. 때론 독할 정도로 열심히 뛰는 자세는 그것이 리얼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전해준다. 야구라는 소재 또한 이들의 직업과는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다는 점에서 성장 버라이어티의 전제조건인 '맨땅'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절대 강자인 '무한도전'과 같은 시간대에 맞붙어 있으면서도 10%대의 시청률을 내고 있는 것은 아직은 이 프로그램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 적이 없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점치게 해준다. 성장 버라이어티 특유의 쇼의 안과 밖이 조응하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이 프로그램에서 실제로 천하무적 야구단이 어떤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일 때, 그것은 고스란히 프로그램의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중들이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열광하는 것은 그 안에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 스토리들 중 성장담이 갖는 매력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쉽게 이해되는 대목일 것이다. 하지만 스토리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리얼리티다. 실제로 쇼의 안과 밖에서 그들의 모습이 같다는 전제는 성장 버라이어티쇼가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천하무적 야구단'의 가능성과 '오빠밴드'의 한계는 거기서 비롯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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