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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투', 무려 15년간 살아남은 장수 예능의 아이러니

KBS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가 15주년을 맞았다. 그래서 이를 기념한 특집으로 과거 <해피투게더>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코너들을 다시금 재연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전현무와 조세호가 출연한 지난 방송에서는 학창시절의 친구들을 찾는 콘셉트였던 ‘프렌즈’를 내보냄으로써 시청자들에게 괜찮은 반응을 얻었다. 조세호의 경우 과거 힘들었던 시절 자신을 보살펴준 은사님을 만나 눈물을 보이는 장면이 시청자들에게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해피투게더(사진출처:KBS)'

‘프렌즈’라는 과거 코너의 콘셉트가 그러했던 것처럼, 연예인들이 과거 동창들과 만나 그 때의 이야기를 나누는 그 훈훈한 광경은 지금 현재 다시 봐도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추억과 회고가 있고, 따뜻한 학창시절의 풋풋했던 이야기 그리고 간간이 터져 나오는 친구들의 웃음 빵 터지는 폭로까지 역시 이 코너가 가진 힘이 여실히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그러고 보면 15년을 계속 방송하면서 <해피투게더>가 내놓았던 코너들에는 지금도 시청자들의 기억에 강렬한 잔상으로 남아있는 것들이 적지 않다. ‘쟁반노래방’은 사실상 <해피투게더>의 간판 프로그램이나 다름없었고, ‘도레미 콩콩콩’ 같은 음악과 게임과 토크가 어우러진 코너들도 잊혀지지 않는다. 또 일종의 상황극 콘셉트로 콩트 코미디를 선보였던 ‘쟁반극장’도 또 ‘사우나 토크쇼’나 ‘도전 암기송’ 같은 코너들도 레전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유재석이 그 중심에 서 있는 힘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지만 사실 <해피투게더>가 15년이나 계속 방영될 수 있었던 진짜 힘은 시즌을 3번이나 거듭하면서 그 때 그 때마다 새로운 레전드 코너들을 내세워 변주를 해왔기 때문이다. 조금 패턴이 반복되면서 식상해지기 시작하면 다른 코너를 시도하는 것으로 그것을 극복해왔던 것. 

하지만 최근 들어서 <해피투게더>는 예전만큼의 주목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이 뚝 떨어져 4%에서 5% 사이를 오가는 것은 물론이고, 화제성도 별로 없다. 시청자들은 15주년 특집을 한다는 소식에 반색하면서도 “아직도 하고 있었어?”라는 반응 또한 나온다. 그만큼 최근의 <해피투게더>의 존재감이 별로 없었다는 걸 방증하는 대목이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15주년을 맞아 ‘프렌즈’ 특집에 시청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시청률도 6%대로 소폭 상승하는 이런 변화가 말해주는 건 거꾸로 지금의 <해피투게더3>가 처한 소소한 상황이다. 최근에 만들어진 코너들, 이를테면 ‘야간매점’ 같은 코너들은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느낌으로 자리하지 못했다.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기보다는 그 때 그 때의 트렌드에 살짝 편승해 여전히 늘 그래왔던 토크쇼를 반복하는 듯한 느낌은 이 프로그램이 과거와 달리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유다. 

한 프로그램이 15주년을 이어왔다는 건 대단한 일이지만, 그것이 여전히 현재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옛 추억들만 소비하고 있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15주년 특집으로 마련된 코너들을 보며 어째 옛날 더 좋았다고 느끼게 되는 건 그래서다. 이래서는 프로그램이 앞으로 나가기 쉽지 않게 된다. 15주년을 맞은 <해피투게더>가 오히려 떠안게 된 숙제다.

Posted by 더키앙

키워드로 보는 방송3사 예능 색깔

1년 전만 해도 방송사의 얼굴은 드라마였다. 잘 만든 드라마 한 편은 그 방송국의 이미지를 세우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요즘 이 역할은 예능과 분담되고 있는 추세. 주중 한밤중의 토크쇼 전쟁, 주말의 리얼 버라이어티쇼 경쟁은 드라마 경쟁만큼이나 치열해졌다. 재미있는 것은 드라마에 있어서 방송3사가 저마다 색깔을 달리하는 것처럼 예능에 있어서도 그 색깔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MBC 예능, ‘연애’에 빠지다
‘무한도전’이 주춤하는 사이, 새롭게 강자로 부각된 ‘우리 결혼했어요’. 짝짓기 프로그램과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접목된 이 프로그램은 최근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남자들끼리, 혹은 여자들끼리만 출연했던 각종 리얼 버라이어티쇼들이 저마다 남녀를 출연시켜 짝짓기 프로그램을 그 안에 넣으려하는 것은 이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무한도전’이 ‘무한걸스’와 미팅을 했고, ‘1박2일’이 백두산으로 가는 여정에 승무원들과 짝짓기 게임을 했으며, ‘패밀리가 떴다’에서는 여자 출연자들이 출연해 남자 출연자들이 묘한 기류를 형성하고 있고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선보인 ‘살아봅시다’는 ‘우리 결혼했어요’가 가진 결혼의 환타지를 현실 버전으로 바꾸었다. 최근 MBC에서 주목받고 있는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는 MBC의 예능에 짝짓기 프로그램이 새로운 메인 아이템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SBS 예능, ‘가족’에 빠지다
SBS 예능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가족’이다. ‘라인업’에서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고배를 마신 SBS가 야심차게 꺼내놓은 카드가 ‘패밀리가 떴다’라는 점은 가족을 유달리 강조하는 방송사의 성격을 잘 드러내준다. ‘패밀리가 떴다’는 물론 그 프로그램 포맷에 있어서 ‘1박2일’과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상당부분 유사한 점들이 있지만, 다른 점은 바로 출연진들이 유사가족을 형성하고, 전국 시골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들과도 유사가족을 꿈꾼다는 점이다.

SBS의 ‘가족’ 편향은 ‘스타킹’의 출연진들이 남녀노소를 불문하는 보통사람들이라는 점에서도 발견되고, 몰래카메라의 새로운 버전인 ‘체인지’의 주류를 이루는 가족을 찾아가는 에피소드들에서도 발견된다. 이것은 폐지가 결정된 ‘사돈 처음뵙겠습니다’는 물론이고,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우리 결혼했어요’와 유사한 ‘살아봅시다’가 좀더 가족들과의 대면에 집중하는 것에서도 발견된다. SBS의 다른 예능들 예를 들면 ‘인터뷰 게임’같은 프로그램에서도 역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아이템들이 주를 이루는 것도 그 특징의 하나가 될 것이다.

KBS 예능, ‘노래’에 빠지다
‘전국노래자랑’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오락관’같은 장수하는 코너에는 늘 노래가 있어서 일까. KBS는 좀더 예능의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그것은 노래로 대변되는 일상 생활의 즐거움이다. KBS 예능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1박2일’은 물론 여행이란 아이템이 그 첫 번째 성공비결이 된 것이지만, 거기에서도 노래를 빼놓을 수는 없다. ‘1박2일’이 가장 파괴력을 보인 것은 ‘전국노래자랑’과의 만남이나, ‘충주대 게릴라 콘서트’같은 노래 아이템과의 만남에서였다.

이것은 물론 구성원들이 가수란 점도 작용을 한 것이겠지만, 노래 자체가 갖는 예능에서의 기본적인 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대결 노래가 좋다’나 ‘도전주부가요스타’같은 본격적인 노래 대결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열린 음악회’나 ‘윤도현의 러브레터’같은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은 바로 노래 자체가 갖는 이 같은 힘이 극대화된 것들이다. 이처럼 ‘불후의 명곡’이나 ‘해피투게더’의 ‘쟁반노래방’의 새로운 버전으로 읽히는 ‘도전 암기송’ 같이 KBS는 줄곧 노래가 주는 즐거움을 프로그램 속으로 끌어오는 경향이 있다.

방송3사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비슷해 보이면서도 이처럼 다른 양상을 띄는 것은 그것이 각 방송사의 사풍이나 프로그램 정책, 또는 한때를 풍미했던 프로그램의 경험 같은 것들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방송3사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은 그때 그때의 트렌드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 각기 다른 색깔을 극대화하는 부분에서 찾아져야 할 것이다.

Posted by 더키앙

음악 버라이어티 쇼가 보여주는 가수들의 현실

음정 박자 틀려도 막춤에 열창을 해대는 사람, 그리고 그 맥을 끊는 땡! 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 나오는 웃음. 28년 장수 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의 트레이드마크다. 암기한 가사를 조심조심 부르는 출연자들, 토씨 하나가 틀리자 갑자기 머리로 떨어지는 쟁반과 함께 터져 나오는 웃음. 바로 ‘쟁반노래방’만의 진풍경이다. 유난히 노래와 춤을 즐기는 국민성 때문일까. TV는 오래 전부터 춤과 노래를 웃음으로 전달해왔다. 그것은 시대가 지나도 마찬가지. 버라이어티쇼라 해서 연예인들이 모일라 치면, 어김없이 노래와 춤이 등장한다. 거기에는 멋진 춤과 노래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프로그램이 주목하는 것은 노래와 부조화되어 무너지는 몸과 음이 유발하는 웃음이다. 그래서일까. 이들 프로그램들을 보다보면 정작 노래를 해야할 가수들이 몸 개그를 하고 있는 상황을 엿보게 된다.

‘불후의 명곡’, 웃기는 가수들의 이상한 세계
과연 여기 올려진 음악들이 ‘불후의 명곡’이냐고 질문해보면 그 답변은 부정적이다. 하지만 10만장 음반 팔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요즘의 상황을 비추어 다시 질문을 던진다면? 아마도 고개가 끄덕여질 수도 있다. 우리 가요사의 중흥기라 할만한 8,90년대에는 몇 백만 장의 음반 판매고에 대한 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불후의 명곡’이란 제목에는 이 시대에 대한 아련한 향수가 어려있다.

명곡의 주인공인 가수와 신정환, 탁재훈이 주축이 되고 김성은이 감초가 되는 이 프로그램은 명곡의 ‘노래와 춤 배우기’가 형식이지만 실제는 음치, 몸치, 박치들의 웃음주기가 주요 컨셉트다. 따라서 안 되는 몸으로 당대의 유행했던 춤을 막춤으로 만들어버리거나(탁재훈), 태생부터 음치에 박치인 김성은이 전혀 다른 노래를 편곡(?) 해버리거나, 과장된 목소리와 몸 동작으로 음악을 패로디하는(신정환) 것이 이 코너의 진면목이다.

재미있는 것은 개그맨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재담꾼들인 신정환, 탁재훈이 가수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컨셉트라 해도 가수인 그들이 스스로를 음치, 몸치, 박치로 내세우며 노래를 배우는 상황은 이색적이라 할만하다. 이 상황을 희석시키는 것은 김성은이라는 원초 음치 학생이 있기 때문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불후의 명곡의 주인공인 가수조차 자신의 노래를 웃음의 대가로 쉬 내놓는다. 그러니 ‘불후의 명곡’이 보여주는 상황은 과거의 전설을 그리워하며, 현재는 명곡조차 웃음으로 팔아야 하는 가수들의 현실이다. 생존을 위해 노래보다는 웃음을 주는 웃기는 가수들의 이상한 세계, 그것이 ‘불후의 명곡’이다.

‘도전 암기송’, 노래와 몸 개그의 만남
‘불후의 명곡’이 무너지는 가수들의 세계를 보여준다면, ‘도전 암기송’은 그 확장판이다. 개그맨들이야 그것이 직업이라 할 것이지만, 여기에는 가수는 물론이고 아나운서, 배우들까지 등장해 열심히 무너진다. 뜨거운 양철 지붕 위에 고양이를 올려놓듯, 프로그램은 이들은 뜨거운 사우나 속에 몰아넣고 노래를 시킨다. 배경이 목욕탕인 것은 적나라하게 이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방향이 몸 개그에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안 외워지는 노래를 부르면서도 이들은 성대모사나 춤동작을 따라하는 여유까지 보인다. SES 출신 가수 유진과 슈가 나온 코너에서 유진이 마빡이로 변신해서 태연하게 노래를 부르거나, 정종철이 성대모사를 하고, 이정민 아나운서가 노래를 부르는 풍경은 뜨거운 사우나라는 상황을 고려하면 조금은 가학적이란 생각마저 들지만 어쨌든 큰 웃음을 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이것은 본래 개그맨들의 일상이었지만 이제는 그 영역이 가수와 아나운서, 배우들까지 넓어진 것뿐이다. 분명 과거보다 이들의 삶은 더 절실해졌다. 가수들은 자신들이 정작 서야할 무대가 사라진 현실 앞에서 웃음을 주는 개그맨으로의 전향을 꿈꾸기도 하며, 아나운서들은 보도의 기능보다 오락의 기능에 더 충실해진 TV환경 속에서 몸 개그도 마다하지 않아야 하고, 배우들은 자신들이 출연한 영화의 홍보를 위해서라면 언제 어디서든 한없이 무너질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물론 이들은 모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입장이어서 자신의 본래 직업에 플러스 알파로서 부가수익을 내고 있다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연예인들이 이들처럼 달라진 환경에 적응한 것은 아니며 분명 한 가지만 해도 충분히 생존할 수 있었던 시대보다는 더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버라이어티 쇼를 구성하는 멤버들이 점점 가수들로 채워지는 현상은 이런 상황을 잘 말해준다(대표적으로 ‘1박2일’은 이수근과 강호동을 빼고는 전부 가수이다). 음악은 늘 우리에게 큰 웃음을 전달해주었지만, 그것이 현실이 되는 순간 어떤 비장함을 느끼게 만든다. 버라이어티 쇼에서 웃기는 가수들을 보며 그저 웃기만 할 수 없는 건 그 때문이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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