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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가 담은 직진하는 사랑과 지켜주는 사랑

“저 돈 좀 있습니다”라며 당돌하게 모두가 듣는 자리에서 차수현(송혜교)과 자신의 관계를 드러낸 김진혁(박보검)은 현실을 잘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이제 사회 초년생으로 하나하나 현실을 겪으며 시행착오를 통해 조금씩 그것이 만만찮다는 걸 알아가는 중이다. 그가 다소 엉뚱하게도 “돈 좀 있습니다”라고 말한 건, 스캔들로 포장된 관계 때문에 차수현이 처한 곤혹스런 상황에서 잠시 동안 두 사람만의 기억 속으로 그를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그 말은 쿠바에서 차수현이 처음 김진혁에게 “돈 좀 있어요?”라고 물었던 그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니까. 맥주 한 병을 마실 수 있는 돈. 그거면 사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질 수 있었던 기억. 그래서 그 순간 차수현은 만만찮은 현실 때문에 눈물이 차오르면서도 입가에는 미소가 피어날 수 있었다.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가 담아낸 이것은 김진혁의 사랑법이다. 그는 서툴고 현실을 모른다. 하지만 그걸 굳이 부정하거나 숨기려 하지 않는다. 차수현에게 솔직하게 자신은 사랑을 “책으로 배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차수현을 통해 그 책으로 배운 사랑을 몸소 느끼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현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무모하게 차수현 같은 존재에게 직진할 수 없었을 게다. 가진 것의 차이나 회사 내에서의 관계 같은 것들이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겨져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테니.

하지만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어 보이는 김진혁은 동화호텔의 연말 행사로 가면무도회 콘셉트의 파티를 기획하면서 거기에 차수현과 가졌던 추억을 더해 넣는다. 쿠바의 어느 뒷골목에 자리한 라틴 댄스를 추는 곳에서 두 사람이 함께 춤을 추었던 추억. 그러고 보면 가면무도회도 그 시간만큼은 공적인 얼굴을 숨기고 솔직한 자신의 모습으로 즐기라는 김진혁의 천진한 상상이 더해진 것처럼 보인다. 그 곳은 동화호텔의 공적인 행사 자리지만 차수현과 김진혁은 두 사람만의 사적인 추억 속에서 만나 첫 키스를 나눈다.

김진혁의 사랑법은 그래서 흔히 말하는 현실(공적인 의미가 강한)을 살짝 벗어나 진정한 자신과 마주하게 만드는 사랑이다. 무수히 많은 이름을 가진 관계들이 존재하지만 사랑은 두 사람만이 공유하는 경험과 기억으로 충분하고, 또 그래야 한다고 김진혁은 믿는 것 같다. 그러면서 김진혁 또한 현실을 조금씩 알아간다. 속초로 발령이 난 사실이 그 현실을 말해준다. 하지만 그걸 되돌리려는 차수현을 막으며 자신이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돌아오는 걸 봐달라고 한다. 그는 현실을 모른 채 무모하게 이 사랑에 뛰어들었지만, 사랑이 깊어지면서 조금씩 현실을 실감하고 그 속에서 성장해간다.

김진혁이 현실을 몰라 그 순수함으로 직진하는 사랑이라면 정우석(장승조)의 사랑법은 정반대다. 현실을 너무나 잘 아는 정우석은 자신과 함께 있는 것이 차수현을 불행하게 만들 거라는 걸 알고는 가짜 불륜까지 만들어 이혼을 함으로써 그를 놓아준다. 정우석의 마음을 알고 있는 그의 어머니 김화진(차화연)은 그래서 다시 아들과 차수현을 재결합시키려 하지만 정우석은 그래선 안된다는 걸 알고 있다. 그것은 다시 차수현을 불행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우석은 이것을 ‘오빠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사랑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거리는 두어야 상대방이 행복해질 수 있는 그 관계 속에서 ‘지켜주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멀리서 바라보며 차수현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김화진의 행동들을 정우석이 막고 있는 건 그래서다.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그가 말했을 때 차수현은 그 진짜 의미를 알지 못한다. 그만큼 정우석은 차수현을 지키기 위해 거리를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친구>는 물론 차수현과 김진혁의 사랑을 담은 드라마지만, 정우석이라는 인물의 사랑법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면면이 있다. 다소 동화적인 느낌을 주는 차수현과 김진혁의 사랑과 대비되는 현실의 무게가 드리워진 그의 사랑 또한 주목되는 면이 있어서다. 과연 차수현과 김진혁의 현실을 뛰어넘는 사랑은 어떻게 될까. 이를 위해 정우석은 또 어떤 자신만의 사랑의 방식을 보여줄까.(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김비서’, 배려 깊어 더 뭉클한 박서준의 사랑법

“왕자님 같아.” 어린 시절 함께 유괴됐다 가까스로 도망쳐 나온 어린 미소는 그 오빠에게 그렇게 말하며 “결혼하자”고 말한다. 어린 아이의 소꿉장난 같은 생각에서 나온 이야기겠지만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이 오빠가 했던 일련의 행동들을 보면 진짜 ‘왕자님’처럼 보일 법하다. 무서워하는 어린 미소를 달래주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린 유괴범을 보지 않게 하려 애쓰던 그 모습.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이영준(박서준)은 바로 그 오빠 ‘왕자님’이다. 우리가 흔히 표현하는 ‘백마 탄 왕자님’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재벌가의 부회장이고 그래서 뭐든 하고 싶은 일은 할 수 있는 인물이다. 김미소(박민영)가 비서직을 그만 두겠다고 하자 놀이공원을 통째로 빌려 즐거운 한 때를 만들어줄 수 있는 그런 왕자님. 

그런데 이 왕자님, 어딘가 다르다. 물론 “뭐가 필요해”하며 뭐든 척척 사주고 해주는 그 허세나 나르시시즘은 비슷하지만, 이영준의 사랑법은 그걸 과시하기만 하는 그런 건 아니다. 그가 그 어린 나이에도 끔찍한 상황 속에서 미소의 눈을 가려주는 모습에서 드러나듯, 그의 사랑에는 깊은 배려가 깔려 있다.

유괴된 경험이 주는 트라우마 때문에 꽤 큰 고통을 겪었던 영준은 그래서 어느 날 김미소를 다시 보게 되지만 자신의 정체를 숨긴다. 그것이 자칫 김미소로 하여금 잊고 지내던 과거 그 때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할까 저어해서다. 대신 그는 가까이는 두되 한 발 떨어진 위치에서 미소를 바라보며 남모르게 챙겨주는 방식을 택한다.

외국어가 능숙하지 못해 직장 내에서 어려움을 겪자 영준은 직접 김미소에게 일본어에서부터 중국어까지 공부할 수 있게 과제를 내준다. 직장 상사로서의 명령처럼 내려진 과제지만 사실은 김미소를 위한 배려에서 나온 이영준의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영준의 그런 행동이 그저 배려의 차원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된 건 김미소가 어느 날 그만두겠다고 말하면서 새삼 깨달은 자신의 마음 때문이었다. ‘난 절대 널 놓을 수 없다는 걸 그 때 깨달았어. 난 처음부터 너 아니면 안되는 사람이었으니까.’

과거의 기억이 되돌아오며 얻게 된 충격으로 쓰러졌다 깨어난 김미소에게 하루 더 쉬라고 하지만 그것이 ‘특혜’라며 거부하는 그에게 이영준은 부서 전체가 마사지 체험을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그것이 김미소 혼자 받는 것이 아니고 전체가 받는 것이니 특혜가 아니라고 했다. 이영준의 배려 넘치는 사랑의 방식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사실 왕자님 이야기가 구시대적인 스토리가 되어버린 이유는 당연히 따라 나오는 신데렐라 서사 때문이다. 왕자님이기만 하면 신데렐라가 되게 해주는 그 능력으로 뭐든 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그런 일방통행적 사랑이 주는 불편함이다. 그런데 이 이영준이라는 왕자님은 어딘가 다르다. 일방통행적 사랑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우선이 되는 그런 사랑. 

이런 점은 <김비서가 왜 그럴까>라는 작품이 흔한 신데렐라 스토리가 되지 않고, 보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와 배려 깊은 남자의 사랑이야기로 다가오는 이유다. 심지어 남녀 관계 사이에서도 권력구도가 읽히던 시절의 사랑이 아닌, 아픈 경험을 함께 했던 한 인간으로서의 배려가 묻어나는 그런 사랑이야기가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는 읽혀진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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