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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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무, 아나운서도 펀(fun)해야 산다

D.H.Jung 2010. 2. 1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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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는 방송환경, 아나운서도 달라져야 한다

뉴스의 시그널송과 함께 등장한 앵커. 앵커로서의 권위는커녕 심지어 싼티마저 나보이는데, 거기에 부응이라도 하듯 한 바퀴 턴을 하고는 오프닝 멘트를 던진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가장 궁금한 건강정보를 깔끔하게 정리해서 5분간 전해드리는 비타5분의 전현무 앵커입니다. 뉴스 못해본 아나운서가 전해드리는 알짜배기 건강뉴스 비타5분 건강뉴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트레이드마크처럼 되어버린 동작, 몸을 날려 데스크 위에 털썩 앉는데 이건 또 웬 일? 거짓말처럼 데스크가 반 토막으로 부서져 버린다. 100% 실제상황. 그러나 뉴스 프로그램이라면 엄청난 방송사고일 이 상황은 오히려 의외의 즐거움을 주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비타민'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비타5분'이라는 코너를 진행하는 전현무 아나운서가 보여준 해프닝의 한 장면이다.

전현무 아나운서의 이 '비타5분'이라는 코너는 실로 독특하다. 5분이라는 짧은 시간 속에 말 그대로 '알짜배기 정보'를 담아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압축적으로 전달하면서도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하는 인상적인 방식이 필요하다. 숙면의 방법을 전달하면서 코고리(코에 고리를 끼워 코골이를 예방해주는 기구)를 설명하기 위해 전현무 아나운서는 짧은 상황극을 보여준다. 즉 코를 골다가 코고리를 끼우는 순간 코를 골지 않는 모습을 연출한 것. 그 과장된 동작은 예능처럼 웃음을 주지만 코고리가 어떻게 사용되는 것인지를 정확히 전달해준다.

이것은 '비타민'이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성격을 극대화해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은 과거라면 아마도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분류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예능으로 분류된 이 프로그램은 정보에 즐거움을 더해 전해주는 형식을 보여주었다. 즉 인포테인먼트 시대에 정보 프로그램들이 걸어갈 길을 예시해 보여준 것이다. 즉 정보 프로그램이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은 이제 과거처럼 정확성이나 신뢰성에 머물지 않는다. 정보가 쏟아져 나와 도무지 주목할 수 없는 이 시대는 무엇을 전달하는 것만큼 어떻게 전달하는가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펀(fun)을 추구하는 경향이 생겼다. '자체발광' 같은 프로그램은 하나의 리얼 버라이어티쇼 형식을 정보와 연결시켰다. 한편 예능 프로그램은 그저 웃음만이 아닌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지역의 특산물을 소개하면서 리얼 버라이어티쇼 형식을 취하는 '괜찮아U'나, 아예 정보 자체를 즐거움의 소재로 삼은 '스펀지'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사실 최근 시사교양 프로그램과 정보를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은 구분이 어려워졌다. '신동엽의 300'이나 '위기탈출 넘버원'은 그 형식이 비슷해 보이지만 전자는 교양이고 후자는 예능으로 분류된다. '비타민'이 예능 프로그램이고, '자체발광'이 교양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은 분류표를 봐야 인식될 수 있을 정도다.

한때는 아나테이너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아나운서의 예능 외유가 하나의 트렌드인 적이 있지만 그 상황은 어느덧 저물어버렸고 아나운서들은 다시 본업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제 아나운서들은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과 예능 프로그램의 경계가 희미해지게 된 것. 최근에는 그것이 예능인지 교양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는 그런 하이브리드된 프로그램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아나운서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과거처럼 정확한 정보 전달에만 집중해야 할까. 아니면 추세에 맞게 즐거운 진행을 연출해야 할까.

분명한 것은 정보가 즐거움을 추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 시대에 아나운서가 엄격한 신뢰성의 틀 안에만 안주하는 것은 어딘지 부족한 인상을 준다. 정확한 정보만큼 중요한 것이 즐거운 정보가 된 세상이다. 즐거운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아낌없이 망가져주는 아나운서 전현무는 어쩌면 이렇게 달라져가고 있는 방송환경을 징후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