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레이디', 그 오지랖과 발연기의 의미
흔히들 연기력은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나온다고 한다. 캐릭터라는 옷을 입고 타인의 삶을 살아내는 연기자들에게 그 타인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란 이야기. ‘오 마이 레이디’는 톱스타 성민우(최시원)의 쳐다보기조차 쉽지 않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발연기에서부터 시작한다. 국어책을 읽는 듯한 어색함은 기본이고 캐릭터와 일체되지 않는 그 어정쩡한 연기동작. 무엇보다 이 톱스타는 자신의 발연기를 고칠 생각조차 없는 것 같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것은 연기가 아니라 톱스타라는 그 화려함일 뿐이라고 생각하니까.
아이돌들의 연기진출이 점점 일상화되어가는 요즘, 실제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최시원이 발연기로 특징되는 성민우를 연기한다는 것은 재미있는 선택이다. 거기에는 인기를 업고 연기의 세계로 뛰어든 아이돌들의 발연기에 대한 귀여운 비판이 들어있으면서도, 실제 아이돌 최시원이 그 ‘발연기를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발연기를 연기’하는 최시원은 꽤 괜찮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앞에 갑자기 나타난 아줌마 윤개화(채림)는 성민우가 발연기를 하는 이유를 ‘타인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성민우는 “당신의 딸을 잘 부탁한다”는 편지와 함께 자신의 공간 속으로 들어온 예은(김유빈)을 부정하기만 한다. 안하무인에 뭐든 제 멋대로인 이 톱스타 성민우의 타인에 대한 배려 없는 태도는 그의 발연기에 근본적인 이유를 제공한다. 자신의 일(그것도 자기 좋은 일만)에만 관심이 있는 성민우에게 타인의 삶을 연기한다는 게 가당한 일일까.
반면 성민우와 달리 윤개화는 주변 모든 이들의 일들을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는 ‘오지랖 아줌마’다. 이혼 당했고, 집도 직장도 없어 아이를 전 남편에게 보내놓은 상태지만, 그 와중에도 성민우에게 갑자기 나타난 딸을 걱정할 정도. 그녀의 오지랖이 타인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는데서 비롯된다는 것은, 이 오지랖이 어떻게 발연기와 만나 화학작용을 일으키는지를 잘 말해준다.
윤개화의 오지랖이 타인에 무관심한 성민우를 변화시키고, 그를 통해 발연기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것이 이 드라마가 가진 주요 스토리텔링이다. 여기에 멜로드라마적인 장치가 곁들여지면서 톱스타에 대한 아줌마 판타지가 극성을 끌어올린다. 즉 윤개화와 성민우 사이에 벌어지는 로맨스는 서로를 성장시킨다. 윤개화는 오지랖만 넓었지 뭐 하나 자기 일에 충실하지 못했던(이것은 오지랖 넓은 캐릭터들의 특징이다) 삶을 성민우를 통해 바꿔나가게 되고, 성민우는 거꾸로 윤개화를 통해 타인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고 그를 통해 발연기에서 벗어난다는 것.
이 유쾌한 코믹 로맨스 드라마는 또한 이를 연기하는 채림과 최시원에게는 의미있는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채림은 과거의 앳된 이미지에서 아직까지는 아줌마 연기 같은 본격 연기자로서의 모습으로 변신을 완수하지 못했다. 따라서 ‘오 마이 레이디’의 오지랖 윤개화는 채림의 연기 스펙트럼을 적어도 걸(girl)에서 레이디(lady)로 확장시켜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시원은 아이돌이라면 늘 백안시되기 마련인 발연기에 대한 오해를 극중 성민우의 발연기를 통해 풀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극중 캐릭터들의 성장처럼 연기자들의 성장까지 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채림과 최시원에게 ‘오 마이 레이디’는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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