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아테나', 왜 흥미진진할수록 시청률은 떨어질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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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나', 왜 흥미진진할수록 시청률은 떨어질까

D.H.Jung 2010. 12. 2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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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액션 드라마에서 멜로가 필요할까

우리나라에서 액션 드라마는 힘든 것일까. 1회 시청률 22%로 기분 좋게 시작한 '아테나'의 시청률이 18%까지 떨어졌다. 액션을 즐기는 시청자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하강곡선이다. 수애의 니킥과 차승원과 추성훈의 불꽃 액션이 1회부터 시선을 확 잡아끌었다면, 2회에서는 007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이태리에서의 액션 신이 압권이었다. 3회는 비첸차에서 대통령의 딸이 납치되는 걸 막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정우성의 액션이 숨 가쁘게 이어졌다. 이렇게 점점 액션은 흥미진진해지는데 왜 시청률은 거꾸로 떨어지는 걸까.

일단 가장 큰 이유는 멜로 라인이 빨리 서지 않기 때문이다. '아테나'는 액션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드라마임에는 분명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네 여성 시청자들에게는 다가가기 힘든 면이 있다. 그만큼 드라마의 주 시청층인 여성 시청자들에게 드라마는 그네들이 몰입할 수 있는 인물과 상황이 부여되어야 몰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이 상황을 '아테나' 제작진이 몰랐을 리 없다. 이미 '아이리스'를 통해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수애와 정우성을 캐스팅한 것도 그런 의도가 깔려있다. 여성 시청자들에게 수애는 꽤 분위기가 있는 괜찮은 이미지로 다가온다. 게다가 이 작품 속에서 수애가 하는 윤혜인은 풋풋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강렬함을 숨기고 있는 미스테리한 여자다. 물론 정우성은 말할 것도 없다. 어디에 세워두어도 화보가 되는 이 마성의 배우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 여성 시청자들의 이목을 잡아끈다.

하지만 생각보다 멜로 라인이 빨리 서지 않고 있다. '아이리스'는 초반부에 일찌감치 이병헌과 김태희를 일본으로 보내, 이른바 '사탕 키스'를 하게 함으로써 여성들을 열광하게 했다. 그 확실한 멜로 라인 위에서 김소연의 역할도 살아났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정신없이 달려 나가는 액션 장면들 속에서 시청자들이 멜로를 읽어내게 했다는 점이다. 이병헌과 김태희가 서로 총을 겨누며 대치하는 상황 속에서 우리가 본 것은 액션의 강렬함과 멜로의 안타까움이다.

'아테나'의 액션은 시선을 확 끌만큼 강렬하고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드라마로서 계속 흘러가야 하는 스토리 속에서 액션은 그저 강렬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액션과 액션 사이의 연결고리가 감정적으로 이어져야 시청자들은 몰입하게 된다. 이것은 확실히 극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상영되는 영화와 뭐든 자유롭게 하면서 보게 되는 TV 드라마의 차이다.

과거 전문직 장르 드라마에 멜로는 마치 독인 것처럼 회자되었다. 이유는? 본래 보여주려던 전문직의 디테일과 장르적인 재미가 상쇄되고 멜로만 남는 상황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멜로를 세우면서 나머지를 소홀하게 했기 때문이지 멜로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아테나' 같은 긴박감이 넘치는 액션 드라마일수록 멜로는 더더욱 필요하다. 그 끈끈한 관계는 자칫 복잡하게 정신없는 속도로 달려 나가는 드라마에 어떤 감정적인 몰입을 하게 만들고, 또 어떤 경우에는 좀 더 편안한 시청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테나'에 멜로적인 장면들이 등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우성과 이지아의 베드신이 그렇고, 수애와 정우성의 키스신이 그렇다. 하지만 멜로는 액션이 아니다. 볼거리가 아니라 좀 더 감정적인 고리가 연결되어야 한다. '아테나'의 액션은 더없이 훌륭하다. 이제 액션의 바탕으로서 인물들의 관계에 집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