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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드림하이', 배용준 없이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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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의 브레이크샷 배용준 그의 역할

"브레이크샷으로 공들이 흩어지는 순간 게임은 시작됩니다." '드림하이'는 이른바 '브레이크샷', 즉 포켓볼에서 처음 볼들을 흐트러 놓는 그 샷에 대한 배용준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배용준의 역할이 바로 브레이크샷이다. 그는 '드림하이'의 특별출연이지만, 드라마의 도입부를 세팅하고 방향성을 만들고 추진력을 부여하는 인물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생에서 중요한 변화도 마찬가지죠. 브레이크샷처럼 어느 날 갑자기 닥치고는 가지런한 일상을 순식간에 흐트러 놓습니다. 그런 변화 앞에서 대부분의 청춘들은 당혹스러워하고 두려워합니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이 친구들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네요. 게임이 시작되었으니 겁내지 말고 즐기라고요."

배용준은 2018년 그래미 뮤직어워드를 휩쓰는 초특급스타 K라는 존재를 미리 예견해놓은 후, 그 K가 될 인물들이 첫발을 내딛는 지점으로 들어간다. 기린예고 이사장으로 자리한 그는 직접 신입생을 오디션하면서 특채생 3명을 무대 위에 더 올려놓는다. 윤백희(은정), 제이슨(우영), 김필숙(아이유)이 먼저 오른 무대 위에 올려진 고혜미(수지), 송삼동(김수현), 진국(택연)이 그들이다. 마치 테이블 위에 올려진 당구공처럼 그들을 브레이크샷 하는 인물은 바로 배용준이다.

이것은 드라마 속 이야기면서 동시에 드라마 자체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는 배용준이라는 배우의 아우라 속에서 탄생한다. 특별출연이라고는 하지만 그 존재 자체가 초반 이 드라마의 경쟁력을 만든 건 분명한 사실이다. 만일 배용준이 아닌 다른 그 누군가가 그 자리에서 드라마의 브레이크샷을 했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이 드라마는 아이돌들이 실험적으로 출연하는 그저 그런 청춘물로 여겨졌을 가능성이 크다.

송삼동 역할을 하는 김수현은 연기파지만, 아이돌로 구성된 다른 출연진들은 연기가 본업이 아니다. 택연과 은정은 그나마 드라마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나은 편이지만 우영이나 아이유 그리고 수지는 여전히 연기가 불안하다. 초반 수지의 연기력 논란이 불거진 것은 그런 불안함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회가 진행될수록 이들의 연기는 캐릭터와 잘 어우러지고 있다. 바로 이 시간을 벌어준 인물 역시 배용준이다. 자칫 연기 불안으로 붕 떠버릴 수 있는 드라마를 전체적으로 꾹 눌러줘 어떤 안정감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그런 배용준이 초반 역할을 끝냈다. 교장으로 시범수(이병준)를 세워놓아 장차 K가 될 인물들의 험난한 통과의례를 만들어놓고, 한편으로는 강오혁(엄기준)에게 그의 어린 시절 노트를 전해주며 아이들을 부탁한다. 게다가 마치 조커처럼 언제든 새로운 국면으로 인도할 양진만(박진영)을 입시반 영어교사로 세워놓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렇게 됨으로써 시범수 교장에 의해 입시반으로 쫓겨갈 아이들은 강오혁과 양진만을 만나 다시 성장할 수 있는 틀이 완성되었다. 드라마 상에서 떠나는 배용준은 어찌 보면 드라마 속 인물이라기보다는 실제 인물처럼 느껴진다. 마치 세계적인 스타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높은 꿈(드림 하이)을 꾸라고 전해주며 떠나가는 것처럼.

그의 브레이크샷으로 틀을 잡은 '드림하이'는 앞으로도 잘 굴러갈 수 있을까. 여전히 불안한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캐릭터가 그렇다. 고혜미와 진국, 송삼동과 윤백희, 제이슨, 김필숙은 물론이지만 이들을 이끄는 강오혁의 캐릭터가 더 시급하다. 지금 같은 어리버리한 캐릭터로는 약할 수밖에 없다. 배용준의 빈 자리를 채워주기 위해서는 좀 더 카리스마를 갖출 필요가 있다. 이것은 드라마의 주 시청층인 중장년층의 시선을 붙잡아두기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다.

대본에 있어서도 너무 상식적인 설정들이 많은 건 피해야 할 것이다. 이 드라마는 성장과정과 음악이라는 두 축으로 굴러가지만, 그렇다고 아기자기한 사건전개가 허술해도 되는 건 아니다. '슈퍼스타K'를 보는 것 같은 박진감 넘치는 극적 구성이 필요하다. 코믹한 연출은 필요한 것이지만, 너무 과도해지면 극적 긴장감을 해칠 수도 있다. 어쨌든 배용준의 브레이크샷으로 게임은 시작됐다. 이제 이 게임을 어떻게 겁내지 않고 즐기는가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